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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우 Feb 03. 2023

절대로 행복할 것

그러기로 했으니까!

이름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 아마도 '어쩌라고'가 될 것

  저번에 만났던, 친구의 친구들을 또 만나러 갔다. 음주가무를 위해 1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숙소를 잡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 다채롭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사람을 사귈 때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가장 먼저 살피는 편이다. 그런데 세상에 나랑 똑같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배려하며 맞춰가는 거겠지. 머리로는 알지만, 맞춰가는 과정에서 오는 피로감이 무서워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꺼려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친구라는 엄청나게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그 피로감도 두렵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내가 먼저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해야 잘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내 안의 무언가를 함께 깨 준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처음에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신기할 정도로 성향이 달라서 신기한 사람들.


의외의 조합으로 보러 갔던 변산해수욕장

  살면서 처음 본 사람을 포함해서 5명이서 갑작스레 바다를 보러 갔다. 밤바다는 바람이 거세고 추웠지만, '갑자기 바다에 와서 너무 행복하다.'라는 반응들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사람들이 혹여 잠에서 깰까 봐 처음으로 '후석 취침 모드'를 사용했다.


고향

  참 오랜만이었다. 3년, 4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졌다. 무척이나 시끄럽게 떠들며 '우리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절교 직전까지 갔었던 친구와 몇 년 만에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목욕탕도 갔다. 참 행복했다.


용문학사 106호 반상회

  우정에 경중이 없겠지만,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 물론 한 명이 빠져서 아쉽지만 다음에 보면 되니까. 설이라고 한라봉 사서 부모님께 인사드려야 한다면서, 집으로 들이닥칠 줄 아는 어른이 돼 버린 106호 친구들. 첫 번째 컷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선우, 두 번째 컷은 나, 세 번째 컷은 내 생각엔 우리 고등학교 최고 아웃풋이 아닐까 생각하는 모든 걸 다 가진 혁진이, 네 번째 컷은 또 목이 나가버린 정주.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다. 그리고 그 공간이 전주라서 좋았고, 그중에 내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던 공간이라 든든했다. 분명히 얼굴 몰아주기인데 누가 누굴 몰아주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사람들의 모임 ..


어째서

  갑자기 추워진 탓인지, 공기압 경고등이 떴다. 30? 30 정도면 적당한 거 아니었나 생각했는데 한참 아니었다. 이 상태로 광주고 전남이고 뽈뽈 돌아다닌 것 .. 정말 아찔했다. 바로 다음 날 오토큐에 가서 공기압 점검을 받았다. 그리고 맞춰진 공기압은 40이었다.


또 만난 '어쩌라고'

  이 사진은 내가 잘 나와서 고른 것.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중에 다시 이 사진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 같았다. 실제로 이 친구랑은 투닥투닥 싸우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이기 때문 .. 술집에 있는 필름 사진기로 사진 찍기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서로 심한 말을 하며 사진을 찍었던 상황이, 그리고 내가 앞머리 탈모 때문에 이상하게 나왔다며 다시 찍자고 하자 '아니 이 XX 계속 찍재'라고 욕을 하는 그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어쩌라고'

  어이없는 연유 토마토, 배고파서 나 혼자 다 먹겠다며 박박 우긴 짜계치, 날 보고 '나 얘 정면으로는 처음 보는데 열받아 죽겠어'라고 하는 '어쩌라고'의 크루장님 ... 그리고 저기 지금 앉은 내 자리 아래 의자에 가방 뒀다가 그대로 두고 나왔었다. 노래방 1시간을 하고, 4차에서 술을 마시는 도중 짐이 허전해서 '내 가방 어디 갔지?'라고 아주 늦게 알아챘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크루장님이 함께 동행해 주었다. 크루장님이 자꾸 '아니 그걸 어떻게 놓 .. 아니야 그럴 수 있어. 가게에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그러데이션 안심을 시켜주는 게 너무 웃기고 따뜻했다. 크루장님은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가는 길에 '강인이가 컨디션 사 오라고 했어. 너도 먹고 싶은 거 골라.'라고 하면서 먹을 것을 사 줬다.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2.


모코코

  고민 끝에 드디어 샀다. 현종이가 대시보드 양면테이프를 줬는데, 잘못 자르는 바람에 못 쓰게 되었다. (미안해) 그래서 다이소에서 새로 하나 사서, 동그랗게 오려서(조잡하지만) 모코코 세 마리를 붙였다. 아주 귀엽다.


15학번 동기 모임

  나정고운모래해변. 우리의 첫 행선지였다. 여행 출발 단 이틀 전 밤에 여행지와 숙소를 정했다. 한국사 공부를 할 때마다 불국사에 다시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경주에 가게 되어 많이 설렜다. 그리고 동해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설렜다. 직접 눈으로 보는 동해 바다는 감격 그 자체였다. 새파랗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다.

대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수학여행 역사팀 재질

  절이 주는 포근함이 너무 좋았다. 연등을 달아 놓은 것도, 기와불사하는 모습도 따뜻했다. 기도도 했다. 한 바퀴를 도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 수 있어서 신기했다. 어렸을 때는 되게 컸던 것 같은데.

여행의 하이라이트


세병회

  오늘은 예쁜 카페에서 멋진 전시회를 봤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좋았다. 그리고 우리도 질 세라 백일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린 그림 뒤에 일요일에 있을 권삼득로 홈파티 초대장을 손수 써 줬다.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오늘 평소에 먹지도 않는 리큐르 엑스레이티드를 사 왔다. 가장 따뜻한 무채색의 사람이 되고 싶다.



  1월이 훌쩍 지나갔다. 지난 보름간 명절도 있었고, 여행도 있었다. 요즘 하루하루가 단조로워서 싫증이 나는데, 이게 언젠가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 아닌가. 행복에 겨워서는 .. 그리고 어쩌면 지금 경험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먼 훗날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겠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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