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참고 반성 다이빙: 회개합니다
검도장 한쪽 벽면엔 거울이 있다. 1년 전에는 그 앞에서 후리기 동작을 연습하곤 했는데 근래엔 볼 일이 드물었다. 어제 거울 앞에서 수련하다 문득 머리가 "뎅~" 하고 울리는 깨달음의 시간이 지나갔다.
입을 닫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 것도 문제지만, 여기서 가장 큰 맹점은 누구와 달리 나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때의 나는 옳았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까 입을 닫아야 한다.
숨 참고 초단 다이빙
어느새 도장에 다닌 지 1년이 됐다. 검도를 할지 말지 고민하던 기억, 처음 도장에 발을 들인 날, 첫 수업을 들으러 가던 엘리베이터 안 등 작년 5월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유단자가 되었다는 것. 단 심사 종목 중에서 연격이나 대련은 평상시에 계속 해오던 것이지만, 본과 본국검법은 처음이라 많이 헤맸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면서 순서를 익히고, 혼자 팔다리를 휘적거리면서 연습하기도 했다. 아직 본과 본국검법 안에 녹아 있는 검도의 진리까지 파헤치기엔 수련이 부족하다.
이제 1년, 벌써 1단…, 내년에 과연 2단 심사를 볼 수 있을까?
숨 참고 다이빙해 보니, 내가 메달리스트?
얼마 전 지역에서 열린 검도 대회에 나갔다. 도장 동기들과의 목표는 1승도, 1무도 아닌 ‘패할지언정 최대한 오래 버티자’였다. 전체 시합 시간 3분 중 상대에게 2점을 먼저 내주는 이가 승리하는데, 승패가 결정됨과 동시에 시합을 종료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10초 안에 승부가 나지 않도록, 1분 정도는 버티고 싶었다.
그 결과는? 예상외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2분가량 경기를 진행했다. 물론 득점은 ‘0’이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설사 10초 만에 졌다 한들, 잃은 게 없는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게다가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 총 4팀이 참가해 1등, 2등, 공동 3위(2팀)까지 시상이 이루어지는 덕분에 메달까지 받았다(=공동 3위라는 뜻).
검도장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포함해 지난 1년간 검도를 하면서 얻은 것이 아주x100 많은데, 특히 유단자+메달리스트(!)라는 단어가 나를 수식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괜스레 수줍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