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라지만 금주법은 악법 수준을 넘어선 것일까? 금주법 시대의 미국은 법을 어겨야만 살 수 있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안 그래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술을 몰래 마시니 더 흥분될 수밖에. 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함부로 할 수 없는 마피아의 위세
“술을 먹지 말라”는 금주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몰래 술을 엄청 마시자”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북쪽과 남쪽에는 캐나다와 멕시코라는 완벽한 주류 공급처가 있었다. 마피아를 통해 캐나다산 위스키, 테킬라 등이 국경을 넘어 밀수입됐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에 마피아들이 밀수로 응답했기 때문이다. 밀주는 큰 돈벌이가 됐다.
금주법의 시대는 마피아 전성시대였다. 미국 전역에 밀주를 유통하고 엄청난 부를 쌓은 마피아들 중 대표되는 인물은 바로 알 카포네다. 1987년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은 1930년대 금주법 폐지 바로 직전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미 재무성 특별수사관 엘리엇 네스가 알 카포네를 체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갱단의 두목인 알 카포네는 밀주, 매춘, 도박 등 불법을 일삼으며 지하세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은 갱단과 검은 거래를 진행했다.
당시 시카고는 밀수무역로인 오대호를 끼고 있어 밀주의 요충지였다. 마피아가 점령한 도시에는 살인과 부정부패가 수없이 일어났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사회의 극단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두 주인공인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변호사 빌리 플린 덕에 그들의 재판과정은 화제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은 죄와 상관없이 언론의 관심을 받아 유명해지는 것에만 집중한다. 도시 전체에 팽배한 낮은 도덕성을 잘 나타내주는 예다.
화려한 파티와 술의 향연
밀주의 힘일까? 1920년대 중반 뉴욕시 경찰국은 뉴욕시에 약 3만2000개의 무허가 술집이 성행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제이 개츠비 역시 밀주업자로, 시카고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여러 번 걸려온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다면 관객은 이 영화가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츠비는 매주 성대한 파티를 열고, 파티엔 술과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극중 개츠비가 찾은 한 이발소 뒤편에는 화려한 쇼가 열리는 술집이 자리해 있다. 개츠비는 이곳에서 하이볼을 마신다. 하이볼은 길게 쭉 뻗은 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은 술이다. 이 외에도 극중에는 진 리키, 민트 줄렙과 같은 칵테일이 나오는데 이들이 칵테일을 즐긴 이유는 아마도 음료처럼 보이기 위함이거나 술의 조악한 맛을 가리기 위함일 것이다. 당시에는 캐나다나 멕시코를 통해 밀수된 술 중 제대로 된 술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증류주는 술을 증류할 때 에탄올과 메탄올을 분리해 에탄올만 남겨야 하는데, 기술이 부족하거나 생산비 절감 등을 이유로 메탄올이 섞인 술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메탄올이 함유된 술, 품질관리가 미흡해 상해버린 술을 마셔 식중독을 앓거나 죽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술집에는 냄새가 고약한 초록색 맥주, 자극성이 강한 산업용 알코올로 제조한 브랜디가 흔하게 취급됐다.
쫓고 쫓는 밀주 단속
술의 유통, 판매, 제조가 금지된 후 단속반의 눈을 피해 술을 빚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정집 욕조에 보리, 맥아, 물을 넣고 술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욕조에 아이가 빠져 죽는 사고도 종종 일어났다. 특히 인구밀도가 낮아 감시가 힘든 미국 남부 등 시골에서는 문샤인 같은 밀주를 만들어 먹거나 내다 파는 경우가 많았다. 문샤인은 보통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콘 위스키’로 남몰래 달빛 아래서 제조한 술이라는 의미다.
영화 <로우리스>(Lawless, 국내 개봉명은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는 금주법 시대에 문샤인 밀주제조업을 했던 본두란 삼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작가 맷 본두란이 친할아버지 형제의 실제 이야기를 옮긴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프랭클린 카운티로 밀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 파견된 특별수사관 찰리 레이크스는 밀주업자를 단속하기보다 금전 등을 요구하며 그들을 압박한다. 찰리에게 굴복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달리, 본두란 형제는 그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금주법 시대에 술을 빚는 밀주업자와 그들을 통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수사관의 모습에서 금주법의 부패한 권위를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다. 모든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고만 금주법의 폐지는 너무나 화려한 겉멋에 취한 1920년대 시카고를 그려낸 영화 <시카고>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