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칼럼

[KTX매거진] 유튜버가 된 희극인

by 우주

공중파 공개 코미디가 없어진 세상, 갈 곳 잃은 희극인은 유튜브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밥 묵자.” KBS <개그콘서트>의 대표 코너 ‘대화가 필요해’에서 개그맨 김대희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는 이 한마디가 좌중을 압도하던 때가 있었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개설한 김대희는 이 코너 속 아버지 캐릭터를 활용해 ‘밥 묵자’란 콘텐츠를 선보이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코너에서 아내로 호흡을 맞췄던 신봉선이 출연한 첫 회는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 수 300만 회를 넘겼고, 이후 채널 구독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개그콘서트> 시절과 같은 점은 “밥 묵자”란 대사가 나온다는 것, 다른 점은 대본 없이 애드리브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코너에 새로움 한 스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상황극의 묘미가 바로 인기 비결이다. 이 외에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사랑받은 코너 ‘문과이과’ ‘흔한 남매’도 각각 유튜브 채널 ‘1등 미디어’ ‘흔한 남매’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바로 이 맛 아입니까?” 공개 코미디의 호시절

1999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등장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폐쇄된 스튜디오 대신 오픈된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형식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겼고, 연기자의 사기를 진작했다. 이후 2003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 2005년 MBC <코미디쇼 웃으면 복이 와요> 같은 프로그램이 연달아 나오면서 공개 코미디 열풍이 이어졌다. 매주 다양한 유행어와 스타가 탄생했고, 방청 티켓을 구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특히 <개그콘서트>의 경우 20~30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열기를 증명했다.

그리고 현재, 공개 코미디와 함께 웃고 울던 날들은 과거가 됐다. 2017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폐지된 데 이어 2020년 6월 <개그콘서트> 역시 1050회를 끝으로 21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이런 형태의 코미디가 힘을 잃은 데는 여러 이유가 혼재할 것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수많은 영상 플랫폼이 등장해 TV 앞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시청자의 관심사와 눈높이도 달라졌다. 콩트보다는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을, 때로 논란을 일으킨 비하나 혐오 섞인 농담보다는 진솔한 웃음을 선호한다. 공개 코미디의 쇠락은 시대 변화에 따른 수순인지도 모른다.


유튜브,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공중파 꿈의 무대는 사라졌지만 희극인은 여전히 꿈을 꾼다. 언젠가 다시 세워질 무대를 기다리는 동시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코미디 연극, 소극장 개그 쇼, 스탠드업 코미디 쇼 등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한 무대가 존재했다. 20년간 TV 속 공개 코미디에 집중하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자리한다. 개그맨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유튜브로 진출한 사연이야 각양각색이겠지만, 이 하나는 명확하다. 웃음을 주고 싶다, 소통하고 싶다는 진심이다. 무대 밖에서 개그맨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관객은 구독자가 됐다. 방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니 소재 선택도 자유롭다. 먹방, ASMR, 게임 스트리밍, 콩트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다재다능한 끼를 발산한다. 이쯤에서 ‘용감한 녀석들’(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양선일)의 구호를 다시 한번 힘차게 외쳐 본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우리가 바로! 용감한” 희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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