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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Feb 26. 2020

은하수를 찾아 떠난 여행

미국 사진 기행 데스밸리

미국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데스밸리(Death Valley). 데스밸리를 이야기하자면 캘리포니아(California)란 이름부터 시작해야 한다. 15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에 침입한 스페인인들인 콩키스타도르들이 캘리포니아 반도를 섬으로 착각하고 <칼리포르니아>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 그 유래인데 <칼리포르니아>는 16세기 초 스페인에서 유행한 모험/로맨스 소설 <에스플란디안의 모험>에 나오는 지상낙원의 섬으로 이 섬을 다스리는 여왕의 이름이 칼라피아여서 칼리포르니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단어 자체는 스페인어 칼리다(Calida, 뜨겁다)와 포르낙스(Fornax, 용광로)의 합성으로 뜨거운 용광로라는 뜻. 그러니까 오늘 첫 목적지 데스밸리의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 용광로 계곡)은 섭씨 56.7도의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니 가장 캘리포니아다운 특성을 가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본토 (알래스카와 하와이 제외) 최고의 고산준령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 휘트니산에서 불과 136킬로 떨어진 곳에 북미 대륙에서 가장 해발 고도가 낮은 곳이자 가장 뜨거운 곳이 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더니 가장 밝은 은하수 중심 바로 옆에 블랙홀이 있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LA에서 290킬로미터, 승용차로 4시간 20분 소요되며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승용차로 2시간 20분 정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할 일정이 있으신 분들에겐 아침 일찍 출발해서 1박 2일 또는 당일 일정도 가능한 코스다.

숙소를 찾아보니 예약 가능한 곳은 달랑 2군데. 1박에 30만 원을 주고도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겸사겸사 미국 살면서 벼르고 별렀던 RV(Recreation Vehicle) 캠핑을 하기로 하고 캠핑카를 빌려 출발한다. 하루에 200불 정도의 예산이면 Class-C급의 중형 RV 대여가 가능하다. 먹는 비용과 잠자는 숙소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으니 미국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 여행 예산이다. 참고로 미국에선 RV 차량 분류를 할 때 Class-A는 대형, Class-C는 중형 그리고 Class_B는 소형에 해당한다. 예전엔 최소 1주일이 기본이었으나 이젠 차량 공급이 많아져서 이틀 또는 사흘 렌털도 가능하다. 


오후 1시 30분 즈음 집을 나서며 6시 전 도착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계산 착오. 구글맵 시간 계산 평균 시속은 65마일. 하지만 RV 평균 시속은 50마일 정도. 그러니까 RV 소요시간은 곱하기 1.3을 해야 한다. 3시간 30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저 산너머가 데스밸리라고 구글이 알려준다. 그래서 거의 다 온 줄 알았지만 그때부터 가로등도 없고 오가는 차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2시간을 달려야 했다. 산은 높고 땅은 낮은 지역이라 항해박명, 천문박명 이런 거 없다. 그냥 바로 어둠이 들이닥친다. 별 사진 찍기에는 더없이 좋겠지만 중간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난감한 곳이기도 하다. 전화 통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며 데스밸리 안에 있는 마을에 도착해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그널을 구경할 수 있다.

이번에도 구글 오프라인 지도 덕을 많이 봤다. 이젠 여행의 필수품. 구글맵의 나의 지도 기능은 오프라인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을 계획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실제로 이동할 때는 구글맵 또는 오프라인 지도를 이용하여 내비게이션 이용하면 된다. 혹시라도 필요한 분을 위해 데스밸리 구글 나의 지도 링크를 첨부한다. 혹시 원본 수정을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 (lachonja20@gmail.com)로 연락 주시라. 


https://drive.google.com/open?id=1feIif1_HIeZYfPt3l8_RdnAsjhhPcng9&usp=sharing

오프로드 동호회 회원들인가 보다. 미국에선 사유지가 아니어야 하고 국립공원도 아닌 곳을 찾아 이곳까지 왔지 싶다.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해서 그런지 비포장 도로를 달렸는데도 다들 표정이 싱글벙글이다.  


12년을 가족처럼 함께 지낸 강아지 2마리가 2019년, 2020년 연이어 하늘나라로 가고 나니 그리움과 허전함이 사무친다.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맘을 다독이고 애들 엄마와 서로를 위로하다가 여행을 떠나기로 하여 별 보러 나선 걸음이다. 이 좋은 봄의 길목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강아지들 덕분에 사막에서 별을 보게 되다니 참으로 얄궂은 삶의 인연이다. 

인터넷이 당연한 곳에서 살다가 통화 불통인 지역으로 들어왔음에도 아직까지 아무 생각이 없다. 결국 캠핑장에 도착하여 스마트 폰으로 예약 확인을 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이 범벅이 되어 패닉 상태를 거친 후 다행하게도 캠핑장에서는 인터넷은 안되지만 통화는 가능하여 부랴부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미국 국립공원은 인터넷이 안 되는 지역이 거의 대부분. 필요한 서류는 반드시 프린트해서 준비해 두자. 


어두운 밤하늘을 찾아왔다. 그래 놓고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어둠에 잠시 놀래 보기도 한다. 

사람 눈이 신기한 것이 빛이 있으면 빛에 적응을 하고 어둠이 오면 금새 어둠에 적응을 한다. 어둠에 적응된 눈에 보이는 밤하늘의 별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별이 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북두칠성은 큰 곰자리 꼬리와 엉덩이 부분의 일곱 개의 빛나는 별을 말한다. 그 모양은 말 단위의 양을 재는 국자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고 부른다. 손잡이 반대쪽인 국자 끝 두 별의 길이를 5배 하면 그 자리에서 북극성을 찾을 수 있다.

미리 예약해둔 장소를 찾아서 전원과 상하수도를 연결하고 나니 비로소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별이 북두칠성 손잡이 두 번째 별인 미자르.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위치에 별이 2개가 있다. 지구에서 보면 같은 선상에 있어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뒤에 알코르라는 항성이 위치하고 있다. 이쯤 되면 확인 들어가야 한다. 

헐~ 정말 별이 2개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지금처럼 맑은 밤하늘에 육안으로 볼 수 있기에 로마시대에는 시력 테스트에 사용했다고 하니 시력이 좋은 분들은 맑은 밤하늘을 볼 기회가 있으면 한번 테스트해보시라. 슈퍼 천체 망원경으로 보면 미자르는 4중 쌍성이고 알코르는 2중 쌍성이어서 6개가 보인다고 하니 궁금한 분들은 기회가 되면 각자 확인하는 걸로. 


동양과 중동에서는 국자 모양의 별 4개를 관으로 보고 손잡이 별 3개를 관을 끌고 가는 사람으로 보았다고 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인간의 죽음을 결정하는 별로 보았는데 손잡이 제일 끝의 알카이드를 가장 불길한 별로 봤다. 제갈량이 자신의 죽음을 점칠 때 보았던 파군성이 이 별이라는 얘기도 있다. 물론 근거는 없으니 따지지는 마시라. 

은하수 끄트머리 근처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별 2개를 보며 녀석들이 우릴 보며 인사하는 착각에 빠져든다. 오늘 밤과 내일 밤은 은하수 몸통을 구경할 수가 없다. 그믐달이 같이 뜨기 때문에 10초만 노출을 해도 밤하늘이 하얗게 타버린다.  

사막이라 그런지 데스밸리의 밤은 칠흑같이 깊고 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마지막 날 새벽 캠핑카 문을 열고 나오니 은하수가 기다리고 있다. 달 뜨기 10분 전 가까스로 담을 수 있었다. 산 위로 걸쳐있는 은하수 중심과 블랙홀 부분에 빛이 들어가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다음엔 좀 더 어두운 곳에서 캠핑카를 세워놓고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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