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촌자 Jun 16. 2020

조용한 바다  산타 바바라

RV 캠핑 이야기

미국은 흑백갈등으로 여전히 싱숭생숭하고 트럼프의 똥볼과 바이든의 버벅거림은 답답하기만 하다.


2차 코로나 팬데믹이 또 언제 와서 외출금지 명령이 내려질지 모른다고 하니 다닐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녀야겠다 싶어 길을 나선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산타바바라를 여러 번 다녀왔어도 이런 나무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정 첫 목적지로 당첨이다.  


어느 선원이 호주에서 가지고 온 묘목을 어느 소녀가 그걸 받아 집 근처에 심었고 1년 뒤 아드린느라는 또 다른 소녀가 이곳으로 옮겨 오늘날까지 144년을 살아온 무화과나무. 

선악과를 먹고 발가벗은 부끄러움을 알게 되어 옷을 만들어 입은 것이 무화과나무 잎이니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한 나무이기도 하다.

140년 넘게 한 곳을 지키고 있었던 나무답게 뿌리에 스며든 나무의 기운이 보통이 아니다. 가끔은 이런 심심한 사진, 평범한 피사체와 놀 땐 숨은 동물 찾기도 나름 재미있다. 코를 길게 늘어뜨린 코끼리가 보인다. 

그 옆에 보이는 티라노사우루스.

바로 옆에 산타바바라 기차역이 있어 무화과나무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개인 사유지였다면 잘렸어도 한참 전에 잘렸을 것. 

나무 구경을 마치고 콜드 스프링 아치교로 이동. 1964년에 준공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은 (400피트, 122미터) 다리이자 미국에서 12번째 높은 다리인데 그동안 사진 찍을 인연은 없었던지 그냥 지나가기만 했는데 오늘은 일부러 길을 돌아 내려와서 사진을 찍어 본다. 다리는 있는데 물이 보이지 않아 뭔가 빠진 느낌.

CC BY Bkthomson-SA 3.0, 출처: 위키피디아

그래서 찾아봤다. 미국에서 제일 높은 다리. 높이 955피트, 291미터의 콜로라도의 로열 죠지 브리지. 사진으로만 봐도 아찔한데 이 다리의 세계랭킹은 고작 22위. 멕시코와 파푸아 뉴기니에 있는 각각 1개를 제외하면 상위 19개 전부 중국에 있다고 하니 높은 다리 사진을 원한다면 단연코 중국이 정답이다.  

다리 구경 마치고 캠핑장으로 이동. 미국 대부분의 캠핑장은 해가 있을 때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예약을 하더라도 사이트 지정방식이 아니면 해가 지고 난 후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고 주차를 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주변이 너무 조용하여 주변 캠퍼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일찌감치 들어온 덕에 마지막 열에서 빈자리 딱 하나 얻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캠퍼들이 일제히 에어컨을 가동해서 그랬는지 전기가 고장 났다고 한다. 그래서 간단히 저녁을 마치고 동네 구경.


코로나 이전엔 말 타기 체험도 가능한 곳이었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취소되었고 덕분에 말들 팔자만 늘어졌다. 

풀 뜯다 말고 흙냄새 맡는 놈도 있고

낯선 방문객에게 관심을 보이며 눈빛을 던지는 놈도 있다. 

구경거리가 있는지 까마귀가 열을 지어 앉았다. 

3대 구경 중의 하나라는 싸움 구경.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쌈 구경은 재미가 있나 보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왼쪽에 있는 수말이 오른쪽 암말을 귀찮게 했는지 열 받은 암말이 뒷발로 울타리를 걷어차면서 빠박~ 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펜스가 부러져 기울어진다. 수말의 마음도 망가졌는지 부러진 울타리만 핥고 있는 표정이 참담하다.

울컥했던 것도 잠시, 미안한 마음에 수말에게 다가가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 댄다. 용서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10초가 뭐여… 싸움 구경도 그렇게 끝. ^^

서부 개척시대의 마차를 모델로 만든 숙박시설인데 저런 마차를 타고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부터 서부 캘리포니아로 골드 러시하며 이동을 했으니 캠핑카의 원조인 셈이다. 

1박 2일의 짧은 캠핑을 마치고 잠시 들린 산타바바라 해변. 

해변에서 바다를 보니 배들이 군대 열병식 사열하듯 간격이 일정하다. 

조금 이상하다 싶어 사진을 크게 해서 보니 석유시추선. 관광지에 웬 7광구? 

1792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산타바바라 해협에 왔을 때 이미 타르 덩어리가 바다에 있었다는 기록을 남겨 놓은 것을 보면 훨씬 이전부터 산타바바라와 오일은 함께 있어 왔던 것. 


해변에서 불과 3킬로 떨어진 곳에서 27대의 시추선이 줄지어 있는데 2017년 베노코 석유회사의 파산 이후 시추는 중단되었고 2021년까지 유정을 다 막고 철수할 예정이다.

오일 머니의 여유로움이 빠지고 코로나의 한적함이 찾아오니 관광지 해변이 조용하다.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 2차 파장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럴 땐 이들처럼 노를 젓는 것도 내일에 대한 염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도 중의 하나일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57일만의 외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