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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Aug 09. 2020

그랜드캐년 오브 옐로우스톤

옐로우스톤 여행 여섯째 날

립공원 한 곳 안에 그랜드캐년도 있고 화산 활동 가이저도 있고 바이슨의 고향 라마 밸리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옐로우스톤 안에 있는 그랜드캐년이라고 하여 아담한 사이즈이겠거니 하며…

어제 하루 옐로우스톤 안에서 구경하면서 움직인 거리가 350킬로미터 정도. 일정 마치고 캠핑장에 들어와서 캠핑 세팅을 마치고 바로 기절. 새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 햇살이 반긴다. 이곳은 물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드라이 캠핑. 그래서 중간중간 통도 비워줘야 하고 물도 채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대신 $30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별 불만은 없다.


공원 내 캠핑장이 9군데 있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5곳은 문을 닫았고 4곳만 개장했다. 운이 좋았던지 그중 한 군데 호수 근처에 있는 이곳에 2일 동안 예약을 할 수 있었다. Walk-in은 받지 않으니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시길 권한다.

그랜드 캐년 폭포 방향으로 흐르는 옐로우스톤 리버를 따라가는 길에 보이는 뚝섬 같은 하중도(河中島). 아침부터 가이저가 분출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불이라도 난 줄 알듯.

가는 도중에 만난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외로이 길을 가는 녀석. 심바 삼촌의 처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늑대의 공격을 받으니 그저 정처 없이 걸을 뿐. 길을 건너가지 않고 10여분을 계속해서 중앙선을 따라 걷기에 뒤에서 계속 따라간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지나가며 사진을 찍으니 옆으로 눈길을 준다. 어딜 가든 잘 살아라. 또 보자 바이슨. 바이

무사히 길을 건넌 후 상봉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가족 바이슨.

바다새로 알고 있던 펠리컨이 이곳 옐로우스톤 강에 떠 있다. 그만큼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겠지만 이곳에서 잠시 본 것 말고는 다른 펠리컨은 3일 동안 본 적이 없다. 

애들 엄마가 차를 타고 가면서 회색곰 그리즐리를 보았다는 강 건너 언덕. 저만치 강 건너였으니 다행이다. 영화 “레버넌트”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물고 때리고 할퀴었던 그 회색곰 그리즐리. 지금은 멸종 위기종이라고 하니 인적 없는 곳에서 잘 살길 바란다. 베어 스프레이를 준비하지도 않았으니 여행기간 동안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날 이 시간 이후 다행히도 회색곰과의 조우는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옐로우스톤의 그랜드 캐년의 폭포 2개와 사우스림과 노스림을 둘러볼 시간. 

이곳은 폭포가 어퍼폴(Upper Fall)과 로어폴(Lower Fall)이 있는데 사우스림쪽에서 어퍼폴에 먼저 다가간다.

해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이라 무지개가 뜬 것을 보며 셔터 소리도 경쾌하게 즐거운 사진질. 그런데 갑자기 웬 미국 가족이 옆으로 오더니 사진을 찍어달란다. 보통 때 같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국 아닌가. 트럼프 지지자인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있다. 이후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마스크를 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 지지자가 아닌 전형적 미국인의 모습이다. 가족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이 근처에 오는 것을 꺼리며 허리엔 베어스프레이. 전형적이긴 하지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폭포에 한발 더 다가가느라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폭포 위의 수증기를 받고 꽃이 곱게 피었다.

어퍼폴에서 쏟아진 물이 로어폴로 시원하게 흘러간다. 

로어폴 쪽으로 이동하여 사진을 담을 때까지도 무지개가 걸려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종일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운 좋은 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곳 토박이인 듯한 미국 아저씨의 외침이 들린다. “당신네들 정말 운 좋은 줄 알아라. 저 무지개 5분 정도 뒤면 사라질 거다” 웬 이상한 아저씨가 뭔 소리 하는겨? 하고 생각했으나 그다음부터 폭포에서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바라본 로어폴의 모습. 라마밸리쪽에서 들어온 탐험대가 이 모습을 보고 5분 동안 턱을 다물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곳이 노스림 쪽에 있는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포인트. 

그래서 탐험대가 봤다는 노스림의 인스퍼레이션 포인트에 와 보니 시야 확보가 사우스림의 아티스트 포인트만 못하다. 사우스림쪽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니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오신겨. ^^

그 옆으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은 이곳에서 46만 년 전 화산활동이 있을 때 지각변동으로 갈라진 것인지  빙하기에 얼음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갈라진 것인지 그 시작을 정확히 알 길은 없으나 세월없이 흐르는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으로 깊어지고 다듬어진 것은 틀림이 없겠다. 


이 물은 또 흘러 흘러 몬태나주로 들어가서 누군가의 젖줄이 되겠지. 이제 이 물의 발원지인 옐로우스톤 레이크로 이동.

하도 넓어서 잠시 바다인 줄 알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오셨는지 낚시를 드리우고 오후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분도 계시다.

동영상 촬영 담당을 한 이후부턴 풍경만 보이면 잊지 않고 열심히 챙긴다.


호수가에서의 여유를 즐긴 뒤에도 오후 4시 정도. 다음 일정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1 순위 리스트에 있던 것들은 다 둘러봤으니 2 순위 리스트에 있는 곳들을 즐기러 출발. 

그래서 왔다. 올드 페이스풀 반대편 가이저들을 보러.

차이니즈 스프링 (Chinese Spring). 보통 미국에서 아시안 느낌이 나는 것 또는 도자기 관련 혹은 비취색이 있는 경우에 “차이니즈”를 이름에 붙이는데 이 경우는 도저히 가늠할 길이 없다. 추측컨데 테두리 부분이 산마루처럼 되어 있는 모습이 도자기로 빚은 것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아래에 코멘트 부탁드린다. 


[본문추가] 검색의 귀재인 지인께서 연락을 주셨다.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서 중국인이 세탁을 했기에 그리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그 당시 올드 페이스풀에서도 세탁을 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다만 옐로우스톤 개발 초창기에도 함께 했었다는 중국인들 이민 역사가 놀라울 따름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블루스타 스프링 (Blue Star Spring). 맑디 맑은 물속에 웬 구멍이 보인다. 오래전 이곳에 빠졌던 바이슨 뼈도 아직 남아 있다고 하니 그 속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궁금하더라도 물러서는 것이 상책(上策).


캠핑장을 이용하는 경우 한 가지 단점은 일몰 후 관광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해가 지고 난 이후의 캠핑장은 조명이 없어 야간에 RV를 진입하고 자리를 잡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 일정을 위해 일찌감치 캠핑장으로 복귀.


https://www.youtube.com/watch?v=00JKDByzLaM&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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