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es National Park
아치스와 캐년랜즈 사이에 위치한 모압(Moab).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단강 동쪽의 도시가 아닌 인구 5,000으로 년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곳. 주말이라 사람들이 붐벼서 모압에 위치한 입구에서 2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이곳 지진대(fault)를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면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에서 지금까지 보았던 유타주의 다른 협곡과는 또 다른 절경을 연출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만나게 되는 파크 애비뉴. 뉴욕 맨하탄의 빌딩 숲을 연상시킨다. 질서 정연하게 거인이 장기판에 말을 올려놓은 듯 가지런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볼 수 있을 만큼 알고 가자.
제일 아래쪽이 시루떡 부위. 가장 연약한 지반. 그리고 가운데 부분이 주로 아치를 형성하는 슬릭락. 그리고 제일 위쪽은 거의 다 닳아 없어진 부분. 이 세 가지가 엔트라다 사암지대라는 건데 아치스의 바위들을 보면 2번과 3번의 경계가 뚜렷하고 높이가 일관되게 형성되어 있다.
라사이 마운틴 뷰포인트는 오르간 바위, 양머리 바위, 그리고 세명의 수다 바위가 한 곳에 모여있어 차를 세우는 마음이 흐뭇하다.
가운데 주름 아래는 건반이고 그 윗부분은 파이프를 닮은 오르간(Organ)
양을 닮은 양바위. 그런데 양의 이마 부위가 매끈하다. 예전에 이마에 연결된 아치가 있었는데 아치가 떨어져 나가면서 양이된 숨은 사연.
멀리서 보니 세 사람의 모습이 동방박사 정도의 이름을 기대했는데 공식 명칭은 세명의 수다(Three Gossips). 세명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망설임 없이 동방박사라고 했겠지만 자세히 보니 세 명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프리스타일로 모여 있다. 그래서 수다 바위.
작품명: 바벨탑 (Tower of Babel). 왜 바벨탑인지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래서 반대편에서 보이는 모습을 구글맵으로 살펴본다. 아무래도 무너진 바벨탑의 흔적 비슷하지 않냐고 우겨야 할 모양이다.
바벨탑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없으니 아니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아마도 작명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이 그림이 들어 있었지 싶다.
한 때 모래 언덕이었던 바위 언덕. 공식 명칭은 석화된 바위 언덕(Petrified Dune)
아치스 국립공원에서는 아치를 봐야 한다. 현재 등록된 아치만 해도 2,000개가 넘는다. 안으로 안으로!!
무심하게 길게 늘어선 모습이 만리장성과 닮았다.
밸런스드 락(Balanced Rock). 저래 보여도 높이가 39미터. 꼭 가까이 가서 감상하라는 국립공원의 추천을 잊지 마시라. 바로 아래에서 보면 아슬아슬하다.
멀리 윈도우즈 아치군(群)이 보인다. 더블 아치, 윈도우즈 그리고 투렛을 한 곳에서 둘러볼 수 있다.
윈도우즈 첫 번째 더블 아치. 한국에서라면 전래동화와 함께 남근석 관련된 전설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곳에선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니까 패스.
한걸음 더 들어가니 더블 아치가 제대로 보인다. 굴러다니는 바위 덩어리는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아치의 삶의 흔적.
복권에 당첨이 된 건지 아니면 당첨된 복권을 잃어버린 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은 표정.
사진 왼편 무리 지어 달려가는 코끼리 떼 뒷모습.
혹시 앞쪽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싶어 확인. 코끼리 맞쥬?
창문 2개가 붙어 있다고 윈도우즈. 참 재미없는 이름이다.
성(城) 가장자리에 뾰족하게 올라온 모양을 닮았다고 튜렛(Turret)
튜렛은 큰 타워 위에 세워진 작은 타워나 캐슬 가장자리에 세워진 작은 타워를 가리키는 말인데 튜렛에는 희한하게도 대부분 공주나 왕비가 갇힌다. 남자 귀족은 지하로 보내서 가두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불린 또한 런던 타워의 튜렛에 갇혀 있다가 처형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남북전쟁 참전 후 다리를 다쳐 오하이오에서 겨울에도 건조한 이곳으로 옮겨와 소를 키우며 살았다는 울프 아저씨의 랜치로부터 델리키트 아치로 가는 1시간여의 트레일이 시작된다.
오솔길이 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위 언덕 위를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 따라 올라갈 뿐. 중간중간 이정표가 고맙다. 해가 지고 나면 순식간에 위험천만한 낭떠러지로 바뀐다. 이날은 헤드램프를 챙겨가지 않아 해가 지는 모습을 내려오면서 봐야 했다.
올라가다 뒤돌아봤을 때 이 정도 풍경이 보인다면 절반 정도 온 것.
멀리서 보니까 더 코끼리스럽다.
지나가던 미국 아저씨의 한마디 99%. 그 얘기가 반갑고 힘이 되더라는…
안전장치 아무것도 없으니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모퉁이만 돌면 된다.
유타의 상징 델리키트 아치. 윗부분도 평평하니 개선문이 떠오른다. 승리의 아치( Arc de Triomphe)가 개선문의 정식 명칭. 그렇다고 하더라도 파리의 개선문이 가소로울 정도는 아니다. 파리의 카루젤 개선문(높이 19미터)과 비슷한 규모이고 에투알 개선문은 높이 50미터 너비 45미터니까 규모면에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혹시라도 높이 16미터의 델리키트 아치를 보러 가게 되면 에투알의 웅장함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오히려 절벽 끝자락에서 다른 바위 다 깎여 나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확연한 존재감이 느껴지니 애써 올라온 보람을 다른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치 뒤로 보이는 라살 마운틴에 하얀 눈이 쌓이는 겨울엔 금상첨화다.
델리키트 아치를 보는 순간 애들 엄마는 토이스토리 버즈의 다리를 닮았단다. 아무것도 없는데 닮긴 뭘 닮아? 뭘 본겨? 그래서 붙여보니 다리 자세와 표정이 그럴싸하다.
델리키트 아치 바로 옆 트위스트 도넛 아치(Twisted Donut Arch). 아치 살결이 도넛을 닮긴 했지만 아치 이름이 도넛이라니. 작명 당시 배가 고팠거나 그날 아침 식사가 도넛이거나. ^^
유타주의 번호판에 채택될 만큼 그들의 델리키트 아치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아치 가운데 갈라진 틈이 있어 보수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자연 그대로 두기로 결정. 무너지는 아치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다음날 아침. 악마의 정원 캠핑장. 미국 10대 캠핑장에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설이 좋거나 경치가 좋아서가 아니니 별로 의미는 없다. 단지 악마의 정원에서 가깝기 때문에 그곳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악마의 정원 주차장은 아치 투어 코스가 길어서 항상 꽉 찬다는 게 문제.
멀리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뜬다. 일출의 감동을 위해선 포인트가 높을수록 좋다는 이유를 알겠다.
악마의 정원 첫 번째 코스 터널 아치. 다른 아치에 비해서 아치의 폭이 조금 두껍다. 그렇다고 터널씩이나? 세월이 좀 더 지나면 콜로세움이라고 해도 될 모습이 나오지 싶다.
파인트리 아치. 이름의 이유를 한참을 찾았다. 처음엔 아치 옆면의 무늬가 소나무의 그것과 비슷한 때문인 줄. 알고 보니 아치 아래 파인트리가 주인공.
부러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의 랜드스케이프 아치. 아치스 내셔날에 있는 아치 중에서 폭이 제일 넓다.
1991년 오른쪽 귀퉁이가 일부 붕괴되는 사고가 난다. 그날 이후 아치 아래는 접근 불가. 머지않아 아치는 없어지고 코끼리 두 마리로 바뀌게 되겠지. 그전에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없다. 바위를 타야 한다. 달리 악마의 정원이 아니다. ^^
원주민들이 이곳에 외발 숲 속 괴물이 살고 있다고 믿었기에 악마의 정원이라 불렀다는데 해가 지면 어떨지 몰라도 낮엔 푸른 하늘, 붉은 바위와 숲을 이루는 나무의 RGB (Red, Green, Blue)가 화려하다.
델리키트 아치를 반대편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절벽 끝에 매달린 모습을 확인한다. 상단 지층은 닳아 없어지고 남은 2단과 3단의 층이 보인다.
들고 다니던 200mm 렌즈에 익스텐더를 끼우니 400mm 렌즈로 변신. 뒤에서 바짝 당겨보니 아치 중앙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무릎 관절이 문제다.
코끼리도 앞 뒷모습 봤으니 버즈 뒷모습도 확인. 버즈의 오리지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럴싸하다.
다음 일정은 캐년랜즈 니들즈. 캠핑장에 도착하니 미국 국립공원 중 가장 공기가 깨끗한 저녁노을이 기다리고 있다. 늦지 않아 다행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XDYPyerAlk&feature=emb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