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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정당별 '복지' 공약 비교

제19대 대통령선거 주요 정당 복지공약 평가토론회(4/14) 후기

by 녹차라떼샷추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보지만, 팍팍한 삶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삶이 바뀌지 않으니,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서 내 삶을 바꿔주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 확대'를 내세우며 이런 국민의 필요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정당들은 표를 얻기 위해 복지정책 공약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시민들은 각 대선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거짓 공약을 하는지, 오랜 관심과 철학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지를 잘 분별해야 한다.




2017년 4월 14일 금요일, '제 19대 대통령선거 주요 정당 복지공약 평가토론회'가 열렸다. 먼저 각 정당별로 제시한 복지정책 수립 기본 원칙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정책 공약 및 전문가의 코멘트를 정리하였다.



국민의당 정재철 전문위원(가나다 순서로)

"국민의당은 복지정책에서 비례성과 우선순위를 강조한 원칙을 반영하려 했다."
"표를 위해서 정책을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 지지율 10%대 공약과 지지율 38%대 공약이 달라야 한다."

국민의당은 비례성 원칙을 평등과 대비해서 설명했다. 평등을 강조할수록 고소득자의 세금비율은 더 늘어나는 제도로 구성이 될 것이다. 반면 비례성을 강조한 것은 국민 모두가 동일한 비율로 복지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선순위를 강조한 원칙은 보편적 복지보다는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의 기본적인 복지 원칙에 대해서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지율에 따라서 정책공약이 달라진다는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표를 위해서 정책을 바꿔나갈 수 있다니... 좋게 보면 정책 공약에 유연성이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복지에 대한 기본 철학이 부족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토론회 당일까지 국민의당은 많은 부분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여서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더불어민주당 홍성대 전문위원

"재정확보 방안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공약단위별로 재원확보방안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제도를 구상하고, 전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개별적으로 진행한 뒤 각 제도와 각 재원을 맞추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복지정책의 원칙을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재정확보 방안을 각 공약별로 밝히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는데, 대선공약집이 나오면 좀 더 재정확보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지지율로 보면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발표된 정책공약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눈에 보여 실망스러웠다.



바른정당 최원기 전문위원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가 바라보는 복지정책의 목적은 어려운 분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형식적인 부분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분에서 떨어지고 감동이 부족하다."

바른정당은 복지정책을 보편적인 기본권 실현이라는 측면보다는 사회적안전망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형식적인 부분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겠다고 한다. 감동을 주는 정책공약으로 육아휴직법, 칼퇴근법 같은 정책 공약들을 사례로 들었다. 이들 공약은 모두 현장을 방문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제안한 공약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다른 정당보다 복지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자유한국당 조철희 전문위원

"서민에게 기회를 줘서 공정한 출발점을 제공하자."
"수요자 중심의 체감형 복지정책을 만들자."
"자유한국당만의 색깔과 가치를 내보일 수 있는 공약이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발표된 복지정책 공약이 많지 않아 대부분 전문가들이 평가를 유보했다. 복지정책 원칙 중 '자유한국당만의 차별화'를 제시하였는데, 어떤 공약에서 어떤 부분이 자유한국당의 색깔과 가치인지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정의당 좌혜정 전문위원

"OECD 평균 복지국가로 가자"
"현물급여 확대, 사각지대 해소에 초점"
"국공립 복지시설 확대하면서도 민간의 질을 높이는 전략"

정의당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이루자는 원칙 아래 다양하고 가장 체계적인 복지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다만 정의당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도 현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50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받는 데에 동의할 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지나친 변화는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오건호 박사는 정당별 복지공약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4가지 의견을 덧붙였다.

1) 대통령 선거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후보별 정책공약이 제대로 발표되지 않고 있다.

2) 모든 후보들이 복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

3) 복지 확대는 약속하지만, 재정이 얼마나 소요될지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4)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복지 정책 공약들이 평가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너도나도 복지 혜택을 늘리겠다고 말은 하는데, 그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지금 후보들이 주장하는 복지 정책만 실현하려 해도 20~50조원 규모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토론회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된 내용임)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선언적 약속들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미 대선을 치룬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고, 대선 후보로 몇 년간 언급된 사람도 있다. 이번 대선이 예상과는 다른 일정으로 진행되기에 정책 준비가 미흡했다고 얘기하는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구체적인 재정방안까지 마련은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은 후보가 있다면, 국민들에게 정책 공약을 검증 받지 않고 일단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준비가 안 된 후보거나, 솔직하지 못한 후보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정당별로 내세운 공약들을 평가한 내용을 살펴보겠다. 오건호 박사는 정책 공약 평가에 보장성, 포괄성, 정합성, 현실성이라는 4가지 기준을 적용하였다.

보장성 :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는지
포괄성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적용을 받는지
정합성 : 현재 운영 중인 정책체계와 충돌하지는 않는지
현실성 : 재정상, 정서상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
자료: 토론회 자료집 p.3




1. 노후소득보장 분야


대선 후보들이 대책 없이 지급액과 지급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만 한다.


노후소득보장 분야는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지금은 청년실업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언급되고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5년 뒤면 노년실업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저출산 인구고령화로 선거에서도 중고령층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석명 박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는 현재 복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인데도, 대선 후보들이 대책 없이 지급액과 지급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복지에 대한 비전이 부족한 채, 중고령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 성격이 강하다는 진단이다.


<참고>
우리나라의 노후소득보장 제도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구성된다. 국민연금은 직장인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가입자에 한하여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46% 수준이나, 2028년까지 40%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기초연금은 연금가입과 상관없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적용 대상에게는 10~20만원이 매월 지급된다.



토론회 당일(4/14)까지는 유승민 후보만 노후소득보장 공약을 발표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최저연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초연금 적용 대상 중 하위 50%에 대해서는 연금액을 차등 인상하겠다는 방향성 정도만 밝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금액을 연금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국민연금 최저연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상한선을 올리겠다는 재정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고소득자가 추가로 낸 보험료를 자신이 수령하지 않고 저소득자의 최저연금을 보장하는 데에 쓰겠다는 의미이다. 윤석민 박사는 이미 강력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내재된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더 강화한다면, 연금으로서 기본적인 운영원리에 부합하겠느냐는 지적을 덧붙였다.


문재인 후보심상정 후보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확대하며, 기초연금액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되어 금액을 조정받고 있는데, 두 후보 모두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기초연금 적용 대상을 100%로 확대하는 대신 일부 고소득 노인에 대해서는 연금을 환수한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두 후보 모두 혜택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재원마련 수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홍준표 후보는 노후소득보장 분야에서는 특별한 공약을 발표하지 않아 전문가들이 평가에서 제외하였다.


윤석명 박사는 노인층에서 소득불평등이 다른 세대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얘기한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노인들에게 30~40만원 준다고 해도, 아예 소득이 없는 하위 30%는 빈곤을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보다 하위 소득 계층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또한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를 제도로 포함시키는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 보건 의료


보건 의료는 우리나라 복지지출 중 가장 큰 분야다. 2016년 복지지출 중 국민건강보험 지출액이 53조원에 육박한다. 보건의료 분야의 두 가지 주요 이슈는 1)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는 비율이 63% 수준으로 낮다는 점과 2) 노인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부분과 노인 관련 의료비 부담 경감에 집중되어 있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현 교수(서울대학교 간호대학)는 후보자들이 제시한 의료보건분야 공약들이 내용이 빈약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재원조달방안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진현 교수 발제문 p.2


심상정 후보유승민 후보의 공약이 시행될 경우, OECD 국가 평균 이상으로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러나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지출 금액이 공개되지 않고, 재정확보 방안 역시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는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보건의료지원 확대 및 재원 마련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치매환자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노인의료비 경감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전체 국민을 위한 공약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두 후보의 공약은 현행 제도 내에서 재원조달이 가능해 실현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 된다.


안철수 후보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전문가 평가에서는 제외되었다.


토론자인 김진현 교수는 각 후보들이 노인의료비 문제와 관련해 노인의료비 경감을 약속하고 있는데, 이는 급증하는 건강보험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들이라고 주장한다. 비용을 줄이기 보다는 비용-효과적 정책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3. 보육과 요양


보육과 요약 분야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실질적 해결방안 마련과 고령화에 따른 요양 서비스질 개선 필요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가 부각되면서 보육은 상대적으로 국민들 관심이 높은 분야이다. 각 후보들도 높은 국민의 관심을 의식해 단기적인 보육 지원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보육과 요양 서비스질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는 육아휴직급여를 현행 월급의 40%에서 최초 3개월은 80%, 이후부터는 50%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보험 미가입 여성에게도 출산수당으로 3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현 6%에서 30%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사회복지공무원을 늘려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양 분야에서는 치매 지원 및 관리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공약을 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현행 가정양육수당 10~20만원을 두 배로 인상하고, 초등~고등학교 학생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도입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한 임기 5년 내 공공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한다. 요양 분야에서도 장기요약서비스 본인부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출산 시 1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담은 핀란드형 마더박스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아빠가 최소 3개월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부모육아휴직 의무할당제'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제안했다.


안철수 후보는 육아휴직급여 인상을 제시했다. 3개월간 임금 100%를 보장하고, 이후 9개월간 임금의 60%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으며, 급여 상한도 현행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 중 육아휴직급여의 절반을 국고에서 부담한다는 재정 확보 방안을 제시하였다. 요양관련 정책 공약은 공개하지 않았다.


홍준표 후보는 현재 모든 계층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는 누리과정 지원액을 최상위 20%를 제외하고 최하위 20%에게는 두 배로 지급하는 보육로 차등지원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요양 관련 정책 공약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장지연 박사(한국노동연구원)는 각 후보들의 보육 공약이 육아휴직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대상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육아휴직을 쓰도록 권장하는 회사는 비교적 좋은 직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현재도 육아휴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형편이 나은 사람들인데 국고를 지원해서 이 사람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복지 정책에서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토론자인 최은영 교수(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는 지난 4년간 새롭게 개설된 국공립어린이집의 51%가 서울에 집중된 만큼 국공립어린이집 확장 시 지역간 균형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보육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전국 32만명의 보육교사에 대한 투자와 근무여건 개선,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도 필요한데 이에 대한 각 대선 후보들의 고려가 부족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4. 고용복지


고용복지는 취업과 관련이 있는 분야로 실업급여 수준 확대, 사각지대 축소, 최저임금 인상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한국노총의 고용복지 질의서에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답변 내용은 4개 정당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정치권에서 고용복지 확대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실업급여 확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산재보험 적용,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등을 약속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심상정 후보는 추가적으로 청년 실업부조 도입을 제안했다. 심상정 후보는 저소득층 청년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의 50% 수준을 1년간 지급하는 청년 실업부조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한시적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실업부조와 대규모 구조조정 발생에 대비한 부조제도를 약속했다.


토론을 맡은 장지연 박사(한국노동연구원)는 세금을 투입하는 경우 기존 가입자에게 혜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는 재정원칙을 강조했다. 이 관점에서 심상정 후보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정원칙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를 비정규직 사회보험료로 지원하는 데에 사용,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급여 기간 확대와 급여 수준 인상에 소요되는 재정은 보험료 인상으로 충당, 청년 실업부조는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재원조달 계획을 발표하였다.


유승민 후보는 국가 예산을 투입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근로자들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부분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서 고용보험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점은 언듯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구체적인 재정마련 원칙을 밝히지 않아 검증이 더 필요하다.




5. 국민기초생활보장 및 장애인복지


국민기초생활보장 부문에서 가장 큰 이슈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 확대와 부양의무제 폐지이다. 장애인복지 부문에서는 장애인지원 확대, 장애인지원 서비스체계 개선 등이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 논의가 되고 있다. 다섯 명의 대선 후보는 모두 부양의무제 폐지 혹은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부양의무자는 기초수급 신청자의 배우자나 부모, 자녀, 사위 등과 같이 신청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기초수급자 선정 때 본인의 소득과 재산뿐만 아니라 부모나 자녀 같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선정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수급 신청자 본인이 소득이나 재산이 적더라도 부양의무자에게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소득이 500만원인 아들 가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에게 생활비를 전혀 보내주지 않는 경우, 부모는 실제로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으나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부양의무자가 의도적으로 부양의무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기초수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기초수급 신청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부정수급자를 방지하여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수립된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경우도 많아 부양의무제가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추가적으로 차상위계층까지 기초수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유일하게 장애인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도입 등 종합적인 장애인복지 마련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토론을 맡은 문진영 교수(서강대학교)는 후보들이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히 예산 규모에 대한 논의 없이 폐지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참고로 2016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시 연간 약 10조원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정하였다.




6. 재정방안


복지정책 확대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발제자인 오건호 박사는 복지공약이 현실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1) 개별 공약에 필요한 재정규모가 정확히 산출되고, 2) 이를 합산한 전체 소요액이 투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섯 명의 대선 후보 모두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액과 예산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김태일 교수(고려대학교)는 지금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만 보더라도 최소 20조원 이상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 후보들이 주장하는 예산확보 방안이 최대로 이행된다고 해도 4조원 이상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된 이상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부만 시행하든지, 빚을 내서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빚을 내서 복지혜택을 하면 그 빚은 누가 갚나? 결국 국민들이 다시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토론회 후기


한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되나?


한 사회 내에서 80%의 사람들은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은 밥은 충분히 있으니 초콜릿을 달라고 한다. 나머지 20%의 사람들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살기 위해서 밥이 필요하다고 한다. 80%의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비용과 20%의 사람들에게 밥을 주는 비용은 똑같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80%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려 할테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20% 사람에게 밥을 주지 않을까.


'자기 자신만 혜택을 받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하고 싶은 사람'을 뽑으면... 소외된 사람들은 계속 소외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서글픔이 들었다. 대통령 후보들의 복지공약을 살펴본 뒤 오히려 더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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