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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Oct 19. 2020

아내의 모유 수유, 육아를 쉽게 보지 않기로 했다.

직장인 아빠의 1년간 육아기록 『아빠, 토닥토닥』 연재물 - 6/100

생후 7일된 한울이


출산을 앞두고 모유수유 교육을 받으러 갔었다. 아내가 주말에 모유수유 교육을 받으러 가자고 말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속으로는 '아니 무슨 모유수유까지 교육을 해?'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교육장에 가보니 모유수유의 세계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보라매병원에서 교육을 주최했는데, 참가자들로 강의실이 가득 찼다. 강사는 국제모유수유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덧붙여 지금 세 살된 둘째를 키우고 있는데 1년 반 동안 '완모'를 했다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듣자 교육 참가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참고로 '완모'는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였다는 말이다. 모유수유하면 아기와 애착형성에도 좋고, 아기 면역력 증가에도 좋다고 한다. 아내 자기도 '완모'를 하고 싶다고 했다.


출산을 하고나서 막상 한울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려니 모유가 안나오더라. 한울이는 태어난지 1주일 사이에 체중이 늘면서 한번에 먹는 양도 20ml에서 80ml까지 늘었다. 그런데 모유는 2ml, 5ml 정도 밖에 나오질 않았다. 모유가 찔끔찔끔 나오니 한울이는 젖 무는 걸 거부했다. 젖을 물리면 잠들거나, 울거나 둘중 하나였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분유를 타서 먹여야했다.


아내가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타고난 체질 때문이었다. 보통 유방 조직이 치밀하면 모유가 잘 안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유두 모양에 따라서도 아기가 젖을 물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내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되었다. 모유가 몸 안에 계속 쌓이다 보니 젖몸살도 생겼다. 젖몸살을 풀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에게 마사지를 해줬다. 출산할 때도 소리 한 번 안 질렀던 아내는 내가 마사지를 할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아내는 출산보다도 젖몸살 통증이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아내는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완모'의 꿈을 접지 않았다. 주변 어른들은 아내 속마음도 모르고 '모유수유 잘 하고 있니? 왜 젖이 부족해? 아이고 모유가 더 좋은데' 라는 말로 아내를 서럽게 만들었다. 아내는 모유수유를 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통증 때문에 울고, 한울이가 젖을 거부하니 속상해서 울었다. 아내는 울면서도 한울이에게 매번 젖을 물렸다. 어떻게 해서든 단 한방울이라도 모유를 먹이려 했다. 자식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모성애는 역시 다르다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한울이가 생후 40일이 되었을 무렵, 결국 아내는 '완모'를 하게 되었다.


앞으로 육아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지레짐작하지 않기로 했다. 모유수유 교육을 받을 때 왜 그렇게 많은 예비 부모들이 교육을 받으려 했는지, 강사가 1년 6개월간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잘 모르면 쉽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육아의 일부에 불과한 모유수유가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렇기 때문에 쉬울 거라 생각했다. 보통 남자들이 여자를 무시할 때 '집에 가서 애나 키워'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건 남자들이 애를 안 키워봐서 모르는 것이다. 오히려 '집에서 애도 안 키워 봤으면서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육아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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