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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Oct 25. 2020

가족은 일상의 추억을 함께 쌓아가는 관계이다.

직장인 아빠의 1년간 육아기록 『아빠, 토닥토닥』 연재물 - 7/100


한울이 출생신고를 했다. 한울이가 태어난지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출생신고를 하고 가장 먼저 가족관계증명서가 보고 싶었다. 행정 문서일뿐이지만 내가 한울이 아빠라는 것을,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증명서는 아내와 나, 그리고 한울이 이렇게 세 사람이 한 가족이라는 걸 표시하고 있었다.


출생신고를 마치고 산후조리원에 돌아와 보니 한울이 배꼽에서 탯줄이 떨어져 있었다. 신생아실 선생님이 탯줄을 하얀 종이에 고이 넣어 전달해 주셨다. 탯줄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거무잡잡하고 냄새도 났다. 아내는 잠깐 외출한 사이에 한울이 배꼽에서 탯줄이 떨어졌다며 직접 보지 못한 걸 아쉬워 했다. 아내는 아쉬운 마음에 탯줄도장을 만들자고 했지만 나는 내키지 않았다. 탯줄을 보니 먹다 버린 육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어엿한 신생아가 된 한울이를 특별히 축하하고 싶었다. 한울이가 시민으로 등록된 날이고, 태아의 상징인 탯줄도 떨어진 날이었다. 밤이 늦어 한울이를 신생아실로 보내려고 했는데, 아내가 특별한 날인 만큼 다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휴대폰으로 급히 찍은 사진이 우리 가족의 첫 번째 가족 사진이 되었다. 누워 있는 한울이와 얼굴 각도를 맞추기 위해 아내도 나도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사진을 찍었다. 탯줄도장보다는 이 사진 한 장이 내게는 더 뜻깊은 선물이었다.


이제 조금씩 내가 한울이 아빠라는 사실이 믿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기쁘고, 슬프고,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웃고, 울고,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다. 나는 내 삶의 중요한 순간을 사진과 글로 기록을 남기는데, 최근에는 내 사진과 글 속에서 한울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고 있다.


누군가 한울이가 내 자식이 맞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가족관계증명서보다 내가 남긴 사진과 글을 보여줄 것이다. 가족이라는 건 행정상 문서로 적혀 있는 관계라기 보다는 매일 일상의 추억을 함께 쌓아가는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겐 이 기록들이 우리가 가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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