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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Oct 26. 2020

아이는 잘못이 없다. 부모를 닮을 뿐이다.

직장인 아빠의 1년간 육아기록 『아빠, 토닥토닥』 연재물 - 8/100


얼마 전 아내가 한울이는 아빠를 더 많이 닮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하긴 한울이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한울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았는데, 아내는 내심 서운한 눈치였다. 아내도  한울이가 자기를 더 닮기를 바랐던 것 같다.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한울이가 아내를 닮은 부분을 찾아주었다. 한울이의 예쁜 두상과 튼튼한 허벅지는 모두 아내의 작품이다.


요즘 우리 부부는 한울이한테서 보물찾기 하듯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예쁜 한울이 모습이 서로를 더 닮았다며 우기기도 한다. 내가 한울이와 놀다가 "아이고 귀여운 내 새끼, 누굴 닮아서 이렇게 이뻐?"라고 혼잣말을 하면 아내가 어김없이 끼어든다. 아내는 한울이 흉내를 내며 "엄마! 엄마!"하기 시작한다. 나도 질 수 없어 한울이 흉내를 내며 "아빠! 아빠!"를 외친다. 정작 한울이는 말 한 마디 없이 멀뚱멀뚱 우리를 쳐다 보곤 한다.


한울이에게서 좋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도 서로 자기를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여나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는 않을까? 아이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다. 한울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나와 아내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생겼다. 완전하지 않은 내가 한울이 옆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될까봐 두렵고, 한울이의 말과 행동에서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직면하게될까봐 두렵다.


한울이를 혼내지 않고 키우려 한다. 한울이 기를 살려주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혼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울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빠인 내가 잘못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한울이가 잘못하면 한울이를 혼내는 대신 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려 한다. 내가 매일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한울이도 매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예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티비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메시지는 동일하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부모가 달라지면 아이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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