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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May 15. 2022

나는 어떻게 제너럴리스트가 되었나?

제너럴리스트는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역할

 

커리어 경력 8년,

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었다.

나 스스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결과였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개인적인 기록을 남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나?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나는 내 커리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

위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제너럴리스트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은 노을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노을에 합류할 때 내 역할을 따로 정해두진 않았다.

회사는 여러 모호한 업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고,

나 역시 끝도 없이 모호한 업무를 마주하고 싶었다.

제너럴리스트로서 역량을 시험해 보고 싶었달까.

작년 7월에 합류했으니 이제 10개월이 좀 지났다.

그동안 참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상장 준비, 시장 조사 같은 전략기획 업무부터

조직 설계, ESG 성과지표 작성 같은 HR 업무까지

아! 송년회 MC도 빼놓을 수 없다.

계획도 방향도 없는 백지상태의 업무를 맡아

스스로 업무를 정의하고 절차와 결과를 만들었다.


올해 4월부터는 신규 조직인 제품전략팀을 맡았다.

제품 기획, 개발, 사업화 과정을 주도하는 부서다.

이를 위해 모든 부서와 소통의 구심점이 되고,

현재 사업과 중장기 로드맵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중요해졌다.


제품전략팀에서 내 역할은 2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제품 사업화를 위한 최적 의사결정 제안.

둘째, 다양한 기능 부서, 현재와 미래 시점,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통합.

 역할제너럴리스트 역할과 다르지 않다.


제너럴리스트는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역할이라고, 나는 정의한다.




[제너럴리스트가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은?]


제너럴리스트는 '종합적'으로 '사고'한다.

‘종합적’은 2개 이상 전문성을 통합함을 의미한다.

‘사고’는 직접 경험 없이도 어떤 사안에 대해

완결적으로 정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비춰봤을 때 제너럴리스트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역량은 필수로 갖춰야 한다.

바로 학습 능력글쓰기 능력


학습 능력


학습 능력은 새로운 관점을 배울 때

핵심을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주변 사람들보다

새로운 배움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학습 능력이 선천적인 요소인지는 모르겠다.

경험상 학습 능력은 개발 수 있다고 믿다.


나는 어떻게 학습 능력을 키웠나?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도전적으로 배웠다.

도전적인 배움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 현재 지식과 경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높은 수준의 배움을 지향했기 때문이었다.


내 대학 시절 행동이 설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대학에 들어서 가장 좋았던 점 

다양한 수업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 학부 전공은 생명화학이었는데,

경제, 철학, 정책, 사회학, 공학 등

매 학기마다 다른 학과 수업 절반 이상 수강했다.

다른 학과 수업임에도 심화 수업들 신청했다.

학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궁금한 걸 빨리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 번은 경제학과의 게임이론 수업을 신청했다.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도 어렵다는 분야였다.

경제학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런 감 없었다.

수업 4주 차에 내 논문 발제예정되어 있었다.

그 논문 공부에만 한 달 내내 매달렸다.

그런데도 논문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달 내내 도서관에 지내면서

경제학 원론, 미시경제, 게임이론

시중에 나온 교과서들을 빠르게 훑었다.

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발제는 엉망이었다.

속성으로 기본 개념들은 파악할 수 있었는데,

저자가 고민했던 문제의식까지 이해할 순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발제 경험은 너무나 부끄럽다.

전공생들도 심화 과정으로 듣는 수업을

1달 만에 독학으로 따라가겠다 만용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좌절했지만 공부를 포기하진 않았다.

결국 게임이론으로 학위 논문 썼다.

내 대학생활은 그런 도전적인 배움의 연속이었다.


도전적인 배움의 습관 덕분인지

어떤 주제를 공부하든 두려움이 없어졌다.

또한, 어떤 생소한 주제를 공부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핵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8년간 내게 두 번의 큰 커리어 전환이 있었다.

그때마다 커리어 전환을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었다.


글쓰기 능력


두 번째 역량은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어떤 주제에 대한 추상적 생각을

글자라는 한된 수단으로 정리해 내는 작업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직접 경험 없이도

어떤 주제에 대해 문제 정의부터 해결책까지

각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완결적으로 논의를 끝맺을 수 있다.

즉, 글을 쓰는 사람은

조직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나름의 해결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이 있다.


나는 어떻게 글쓰기 역량을 키웠나?


무엇보다도 직선 사고에서 순환 사고로

내 사고체계를 전환한 게 도움이 되었다.

과거에 나는 직선 사고에 익숙했다.

직선 사고는 리적 론 도출에 초점을 둔다.

반면 순환 사고는 논리적으로 도출한 결론

앞서 기한 문제 해소었는지에 초점을 둔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완결성이다.

완결적인 글은 도입부에서 제기한 의문점들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해소해주는 글이다.


내가 사고체계를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은 경험 덕분이다.

이전 직장에 지원을 해준 덕분에

커리어 5년 차 때 글쓰기 코칭을 받았다.

코치는 미국에서 언어학 박사를 받은 분이었다.

2주마다 글을 쓰고 1:1 첨삭 코칭을 6회 진행했다.

수업에서 코치는 내 글 3점이라고 평가했다.

그것도 20점 만점 기준이었다.

글쓰기에 기본도 안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코치는 매수 업에서 내 글 조목조목 비판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 글을 통해

내가 사고하는 패턴과 맹점까지 알려주었다.

나 스스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3개월간 글쓰기 코칭을 받은 이후에

내가 작성하는 보고서 퀄리티 한 단계 높아졌다.

어떤 주제 상관없이 상사와 고객들은

보고서 보면 궁금증이 해소된다고 했다.

1. 독자들은 어떤 질문을 궁금해할까?

2. 내린 결론이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었을까?

3. 충분한 답이 되려면 글에서 무엇을 보완할까?

어떤 주제든지 이 순서를 반복하며 정리하다 보

글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완성도 높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글은 사고의 결과물이다.

특정 지식과 경험이 옳은 판단을 보장하진 않는다.

다양한 전문 지식과 주장은 인터넷에 널려있다.

개인적으로 제너럴리스트는 주장을 더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잘 엮어내는 역할이다.

그 역할을 하기에 글쓰기는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커리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


노을에 합류하기 전까지 커리어를 돌아보면 

제너럴리스트로서 괜찮은 훈련을 받아 왔다.

경영진 문제를 같이 고민하며

특정 부서가 아니라 회사 관점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

전략과 인사조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었다.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물론 내가 고민하고 선택하며 만든 분도 있었다.


첫 직장은 국내 대기업의 경제연구원이었다.

나는 화학/에너지 분야 사내 전략컨설턴트

경영진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이었다.

덕분에 신입사원 때부터 CEO와 회의에 참여했다.


경영진의 고민은 특정 영역을 가리지 않았다.

영업 전략, 신사업 발굴, 연구 체계, M&A 등

수 십 가지 프로젝트를 참여했는데

그때마다 고민의 주제와 상황 맥락이 달랐다.

30년 이상 업력경영진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경영진 고민은 특정 부서에 국한되지 않았다.

과거에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 온 작은 문제들이

현재 문제까지도 이어지는 건 다반사였다.

한마디로 문제는 이것저것 얽히고설켜 있었다.

덕분에 내가 고민해온 문제들의 난이도가 높았다.


다행히 난이도 높은 업무들이 내겐 흥미로웠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정답 자체를 찾기보다는

풀이가 명확한 답을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다.

답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며

실무자의 제안, 경쟁사 사례, 전통 이론 등

미시와 거시, 내부와 외부, 사례와 데이터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경청하고 정리했다.

나 혼자였다면 그 과정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할만 수십 년을 해온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들을 따라하며 배웠다.


5년 정도 경험을 쌓으니,

작은 프로젝트 맡아서 책임질 수준은 되었다.

담당 임원은 나를 자기 후계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외부 활동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화학 산업 분야에서 내 인지도 역시 높아져 갔다.


그렇게 업계에서 인정받을 무렵,

인사조직컨설팅 부서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다.

전략컨설턴트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커리어 전환을 선언했다.

내 커리어 전환을 두고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고 했다.

내가 있던 경제연구원은 국내 최고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었다.

자기 전문 분야를 찾아야

생존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이었다.

그런 이유로 내부에서 인정받던 사람이

자의로 부서 이동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더군다나 전략컨설팅에서 인사조직컨설팅으로

영역을 바꾼 사례는 아예 없었다고 했다.

내가 승진을 앞두고 있던 만큼

많은 사람들 내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전부터 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겠다 다짐했다.

사람들은 내 커리어 전환을 도박이라 여겼지만

내게는 마땅히 지나가야 할 수순과도 같았다.

사실 부서 이동을 하기 전까지는

인사조직 분야에 문외한이었다.

다만, 전략의 완성은 실행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세워도 실행되지 못하면

그 전략이 실패하는 건 자명했다.

실제로 전략을 고민하고 경영진에게 제안하면서

실행에 실패한 사례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전략과 실행을 내 안에서 완결적으로 묶고 싶었다.


다행히 인사조직 부서 사람들은 

내게 같이 일하자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했었다.

내가 사람을 보는 태도와 관점이 올바르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그 말 뜻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지식은 전문가인 자신들이 가르치면 되는데

태도와 관점은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당시에 나는 제너럴리스트를 꿈꾸고 있었다.

그 과정을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생겼으니

내가 도전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커리어 전환은 물론 쉽지 않았다.

몇 달 동안은 심각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꼈다.

인사조직의 기본 용어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경영진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신입사원 때보다 더 불안했던 이유는

5년이라는 경력과 연차가 쌓였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미쳤지’를 남발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기껏 쌓아온 걸

내던졌는지 미련이 남기도 했다.


어느 분야든 상식 통한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인사조직 전문가들이 제도 설계자 관점에서

과거 경험과 이론으로 문제를 풀어갈 때,

나는 구성원 관점을 공감하며 문제를 풀어갔다.

물론 퇴근하면 전문 도서를 쌓아두고 읽어나갔다.

인사조직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내 논리와 제안들이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했지만

꼭 필요한 관점이었다며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새로운 부서와 직무에도 잘 적응해 나갔다.


부서 이동 후 1년이 지나자 제너럴리스트로서

내 가치가 돋보이는 기회들도 있었다.

부서 차원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했는데

해당 주제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주제는 경영진 보상 체계 설계였다.

부서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젝트 참여를 꺼려했다.

새로운 성격의 프로젝트는 고생에 비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미 각자가 인사조직 영역 안에서

잘 쌓아온 세부 전문 영역이 있었다.

발을 잘못 들여 커리어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했다.

어차피 나는 전문 영역도 없으니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내가 참여하겠다고 했다.


학습 능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국내외 도서 전 주문했다.

전 세계에서 출간된 책이 10권도 채 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시작 전까지 1달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에 기본서를 빠르게 훑어봤고,

기본 내용을 정리해 부서 내부에 공유했다.

이후에 해당 주제로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매주 스터디를 진행했다.

약 3달 사이에 인사조직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영진 보상 체계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게 되었다.

그렇게 전략과 인사조직 2개 영역을 통합해 갔다.


새로운 직무 전환에도 내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회사 내에서 나에 대한 평가는

1년 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좋아졌다.

프로젝트 리더로서 경험도 쌓아 갔다.

내 글과 강의가 실무자들 교육자료로 활용되었다.

5년 동안 한 분야에서 성장했던 것보다

부서 이동 후 1년간 더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새로운 관점을 배우자 제너럴리스트로서

나의 성장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어떤 사람이 가진 관점의 개수는

사고하는 차원의 개수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1개 관점이 1차원이라면, 2개 관점은 2차원,

3개 관점은 3차원인 셈이다.

스페셜리스트가 못 보는 문제를

제너럴리스트가 볼 수 있는 이유는

사고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다.


전략과 인사조직 2개 관점을 배운 이후에

사고의 차원을 한 가지 더 늘리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대신 고민하기보다는

회사의 주인으로서 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 여윳돈을 모두 투자할 마음으로

미션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인 노을에 합류했다.

이제 내 재산의 꽤 많은 부분이

노을의 흥망성쇠에 달려 있다.

회사가 잘 돼서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내가 전심을 다하는 한 실패해도 관없다.

새로운 관점 하나를 제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

투자금을 상회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로서 내 커리어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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