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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공식 인정 "최고 아빠" 타이틀 획득

by 녹차라떼샷추가 Feb 12. 2025

"아빠 최고야! 아빠 진짜 최고!" 5살 아들이 내게 달려와 격하게 안겼다.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들이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은 있었지만, 최고라고 말해준 건 처음이었다. 이제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가 않다. 아들에게 인정받은 최고의 아빠니까. 최고의 아빠. 그게 바로 나다. 하하!



지난주에 아들은 화성탐사교육을 들었다. 과천과학관에서 4일 동안 진행된 수업으로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훈련과 화성 개척 실습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아이답게, 아들은 수업에 푹 빠져 들었다. 얼마나 흥미롭게 들었는지 집에 돌아가는 동안에도 배운 내용을 설명하느라 말을 멈출 줄 몰랐다.


수업 셋째 날 실습 작품 중에는 화성탐사차(마스로버, Mars Rover)도 포함되어 있었다. 배터리 케이스에 전선 몇 개와 안테나를 연결해 놓은 간단한 RC카였다. 아들은 수업을 마친 텅 빈 교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화성탐사차를 몰았다. 러다가 얼마 후 갑작스레 화성탐사차 멈춰 섰다. 무리 조종기 버튼을 눌러도 꿈쩍하지 않았다. 처음에 아들은 당황했지만, 화성탐사차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만 아들은 "엄마한테 보여줘야 하는데..."라는 혼잣말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할 뿐이었다. 그날따라 폭설이 내려 눈이 쌓여있었다. 아들은 평소에 좋아하던 눈장난도 치지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눈 위를 터벅터벅 걸어갔다.


다음날 아들은 고장 난 화성탐사차를 다시 수업에 가지고 갔다. 선물 포장하듯이 종이상자 안에 화성탐사차를 정돈되게 넣어놓고 푹신푹신한 완충재를 잔뜩 덮었다. 정성 들여 준비한 상자 안에는 선생님이 고쳐주실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같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선생님은 고장 난 화성탐사차를 고쳐주기 어렵다고 했다. 같이 있던 아내는 아들을 위로할 겸 "집에 가서 아빠한테 고쳐달라고 해볼까?"라고 했다.



고장 난 화성탐사차를 받고 나니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샘솟았다. 아내가 드라이버와 핀셋을 챙겨 올 동안 화성탐사차를 요리조리 살폈다. 건전지는 제대로 껴 있는지, 전선은 끊어지지 않았는지, 안테나는 제 자리에 있는지, 보드에 불량은 없는지 등등 여러 가지 문제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겉보기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가장 먼저 4개의 건전지를 하나씩 새 걸로 갈아꼈다. 아들은 그새를 못 참고 진행 상황을 궁금해했다. 내가 뭘 하나 할 때마다 "아빠 돼? 안 돼? 돼? 안 돼?"라고 물었다. 아들의 조급한 마음 입 밖으로 튀어나와 여기저기 정신없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못 고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내 마음도 같이 조급해졌다.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내 손 끝이 왠지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마지막에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안테나 접촉 불량이었다. 안테나와 전선의 연결 위치를 바로 잡아주니 다시 원래대로 조종기 명령에 따라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바퀴가 다시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자 아들은 "오!!!!!!!! 된다!!!! 된다!!! 되네!!! 이게 되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제야 엄마한테 달려가서 화성탐사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들이 가져온 RC카는 내가 보기에 3,000원도 안 되는 싸구려처럼 보였다. 내 소중한 시간 30분을 써서 3,000원짜리 RC카를 고치느니, 웃돈을 주고서라도 새로 하나 사주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아들에게 그 RC카는 자신과 함께 화성탐사실습을 수행했던 화성탐사차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저 그런 싸구려 장난감이 아니라.


자녀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같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기. 그것만으로도 자녀 입장에서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살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수없이 많은 칭찬과 인정을 받아왔지만, 그중에서도 자식에게 인정받은 기쁨이 유독 크게 다가온다. 이러니 내가 가족 더 오래 함께 지내고 싶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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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한울이와 나이도 이름도 비슷한 김하늘 어린이. 하늘에서 행복하길 기도할게.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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