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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힘

클레이 셔키, 뉴욕대학교 뉴미디어학과 교수 기고글 정리

by 녹차라떼샷추가

클레이 셔키(Clay Shirky) 교수는 뉴욕대학교 뉴미디어학과에 재직 중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사회적, 문화적 효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여러 미래서적을 탐독하던 중 클레이 셔키 교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2030년의 미래 민주주의 모습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많이 제시해 주셨다. 클레이 셔키 교수의 글이 담겨 있는 책은 '4차 산업 혁명의 충격'이라는 제목이다. 원제는 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이다. 국내는 2016년 7월에 번역된 책으로 아직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주요 연사들이 저자로 참여하였다. 클레이 셔키 교수가 기고한 글의 제목은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힘'이다. 기술에 불과한 소셜 미디어가 공공 영역에서 정치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글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정치 운동을 조직화하는 도구


정치적 조직화 도구로서의 소셜 미디어

셔키 교수는 소셜 미디어는 과연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 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한다. 1990년대 초반 이후로 인터넷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에 연결된 인구가 수백만에서 수십억으로 늘어났다. 이미 네트워크는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네트워크화의 효과로는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정보 또한 실시간으로 파급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이 정치적 논의의 장이 되면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빈도도 더 많아졌다. 셔키 교수가 주목하는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힘은 정치 운동을 조직화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가 단순히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최근 뉴요커에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소셜 미디어 공론장이 갖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논의들은 진정한 변화에 대한 관심보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수준에서 만족하는 데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슬랙티비즘(Slacktivism)'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셔키 교수는 여러 사례를 들어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소극적인 행위자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적극적인 행위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효과적인 정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셔키 교수는 이를 뒷받침 하는 여러 사례를 제시하였는데, 그 중에 하나가 한국에서 있었던 2008년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이다. 소셜 미디어의 논의가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을 조직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셜 미디어가 없었으면 단기간 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집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소셜 미디어 확산에 대응하는 정부 권력

셔키 교수는 이 지점에서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소셜 미디어의 확산을 통한 일반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국가가 가만히 두고 보겠느냐? 라는 질문이다. 권위주의적인 정부는 시민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억압할 유인이 크다. 일반 시민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직화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권위주의적 정부는 자신들의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공산당 정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접근을 제한하고, 해외 뉴스 정보를 검열하고 내보내고 있다. 의도적으로 일반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를 통제하면서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시민들이 조직화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08년에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실명을 등록하도록 요구하였다. 셔키 교수는 이러한 규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시민들의 조직적 행동으로 발전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본다.


소셜 미디어 확산과 민주주의 발전간 상관관계?

일반 시민들도 (권위주의적인) 정부도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행동주의자 시민들도 소셜 미디어를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셜 미디어가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 강화시키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물어볼 수 있다. 셔키 교수는 전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믿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근거에 의한 판단이라기 보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브게니 모로조프와 레베카 매키넌 같은 학자들은 이러한 견해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친다. 소셜 미디어가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보다는 중앙정부의 소셜 미디어 통제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에도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여전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 과연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인가? 나의 생각은 사실 부정적이다. 다만 모로조프와 매키넌의 주장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라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일반 시민들의 정치참여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정치참여의 거래비용이 줄어든다. 거래비용의 절대값은 줄어들겠지만, 그것만으로 시민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하다. 현대 사회의 시민들은 공공영역과 정치이슈에 집중할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 활동을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한다는 마음보다는 경쟁에서 승리하여 좁은 문을 뚫고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명문대, 대기업, 공무원, 전문직을 위해 이렇게 피터지게 경쟁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 해결에 갇힌 젊은 세대

이런 정치적 무관심은 미래 준비에 한창인 젊은 세대에게서 확연히 나타난다. 연세대학교 대학언론사인 연세춘추에서 2016년 5월 대학생의 정치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왜 정치에 무관심하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응답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도 변하는 게 없기 때문(42%)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은 정치에 관심을 갖기엔 다른 일이 너무 많기 때문(28%)이라는 응답이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도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없으니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자기개발, 스팩 쌓기에 더 관심을 가지겠다는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경제성장 둔화, 양극화 심화, 행복감 저하 등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이 구조적 차원보다 개인적 차원의 문제 해결 노력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더 나은 사회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진다. 정말 선량한 정치인들이 나타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선량한 정치인이라... 너무 허황된 생각이다.


정치적 무관심을 타파하기 위한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

소셜 미디어가 일반 시민들의 정치 참여의 문턱을 낮춰준다고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별 다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소셜 미디어의 확산만으로는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도를 높이는 방법이 하나 있다. 4~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출할 때만 정치적 의무를 부과하지 말고, 주요 정책이나 헌법개정에 대해서 직접 결정하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른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다면 시민들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되는지, 지금 우리나라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대표자를 선출할 때만 정치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치논의도 인물 중심으로 흐른다. 누가 당대표가 되었는지, 그 사람이 누구 노선인지, 출신 지역은 어딘지, 학력은 어떤지 등등... 정치는 인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가 어떤 사회를 정의롭게 생각하는지, 그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나름의 정의로운 사회를 그리고 이를 달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민주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을 가능케할 디지털 기술의 진화

최근 세계적으로 직접민주주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구현을 시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같은 나라는 이미 130여 년 전에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직접민주주의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이 일반 시민에게 정치적 공론장과 정치적 조직화라는 역할을 넘어 정치적 의사결정이라는 기능까지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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