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차라떼샷추가 Aug 22. 2016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개 관련 법률에 관한 생각

홍일표 의원 대표 발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2016년 8월 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표 발의 홍일표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접수되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에 인권 보호, 부패 근절, 환경 관련 규제 준수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CSR에 관한 국제 기준과 요구를 충족하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홍일표 의원은 2013년 8월, 같은 이름의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3년의 개정법률안 취지 역시 이번 개정법률안과 동일하다. 2013년 당시 정무위원회의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입법취지 자체는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등은 투자자에게 비재무정보가 투자정보로서의 유용성이 적고, 기업경영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는 공시의 취지에 어긋난 불합리한 규제라는 점 등의 반론을 제기하였다. 법률로 규정하기 보다는 지속가능보고서,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비재무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2013년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법률안에는 다음과 같은 비재무정보 공개가 포함되었다. 

1. (준법) 금융 및 조세, 환경, 인권 관련 법령 위반에 따른 제재현황

2. (환경경영) 환경보호를 위한 계획 수립과 실행에 관한 정보 및 환경 관련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에 관한 사항

3. (반부패) 내부신고제도 등 뇌물 및 부패 근절을 위한 제도에 관한 사항

4. (인권) 인권 보호 및 신장을 위한 계획 등 인권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참고> 2013년도 개정법률안 제안자

홍일표(새누리당/洪日杓), 김정록(새누리당/金正錄), 김희정(새누리당/金姬廷), 남경필(새누리당/南景弼), 류지영(새누리당/柳知영), 문정림(새누리당/文靜林), 민현주(새누리당/閔炫珠), 안홍준(새누리당/安鴻俊), 유기홍(민주당/柳基洪), 이노근(새누리당/李老根), 이종훈(새누리당/李宗勳), 이한성(새누리당/李翰成), 

이헌승(새누리당/李憲昇), 정문헌(새누리당/鄭文憲) 총 14인


2013년 12월에 소관위원회(정무위원회)에 상정이 되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19대 국회가 끝날 때 같이 폐기가 되었다. 이에 20대 국회에 들어 홍일표 의원이 비재무정보 공개 범위를 추가하여 다시 개정법률안을 제안한 것이다. 법률개정 제안 취지는 전체적으로 동일하나, 이번 개정법률안에는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사회 대응을 위한 계획과 노력'에 관한 부분을 추가하였다.




2016년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법률안에는 다음과 같은 비재무정보 공개가 포함되었다.

굵게 표시한 부분은 2013년도 법안에 추가된 부분이다.

1. (준법) 금융 및 조세, 환경, 인권, 노동, 공정거래, 소비자, 안전, 부패방지 관련 법령 위반에 따른 제재현황

2. (반부패) 내부신고제도와 내부신고자 보호대책 등 뇌물 및 부패 근절을 위한 제도와 실행에 관한 사항

3. (환경경영) 환경보호를 위한 계획 수립과 실행에 관한 정보 및 환경 관련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에 관한 사항

4. (인권) 인권 보호 및 신장을 위한 계획과 실행에 관한 사항

5. (안전) 사업장 안전 실태 및 안전경영을 위한 계획수립과 실행, 관련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에 관한 사항

6. (저출산) 육아휴직, 어린이집 설치, 가족친화기업 인증, 경력단절여성 고용 등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사회 대응을 위한 계획 및 실행에 관한 사항


<참고> 2016년도 개정법률안 제안자

홍일표(새누리당/洪日杓), 김도읍(새누리당/金度邑), 민경욱(새누리당/閔庚旭), 안상수(새누리당/安相洙) 엄용수(새누리당/嚴龍洙), 유승민(새누리당/劉承旼), 이언주(더불어민주당/李彦周), 이학재(새누리당/李鶴宰), 이현재(새누리당/李賢在), 장병완(국민의당/張秉浣)


이번 개정법률안 제안자에 포함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였다. 이언주 의원의 개정법률안에는 일/가정 양립지원 부분과 근무환경 및 안전실태 등 비재무정보 공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언주 의원의 2013년 개정법률안 역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이번 개정법률안에는 홍일표 의원과 이언주 의원이 각각 2013년에 대표 발의했던 내용을 어느 정도 종합한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접수된 의안은 앞으로 소관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될 예정이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개에 관한 개정법률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앞서 2013년 정무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비재무정보 공개가 투자자에게 유용성이 적고, 경영에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과연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어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 법안을 처리할지 두고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홍일표 의원이 이 법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세계적으로 CSR이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산되는 추세

2. UN, OECD 등을 중심으로 CSR 관련 제도화 확대... 수출 확대를 위한 국제 규범 준수

3. 투자자의 알권리 보장 & 의사결정을 위한 비재무정보 제공 


내 개인적인 의견은 1,2,3번이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법률 제정의 이유라고 보기에는 사소하게 느껴진다. 앞의 이유들만으로는 굳이 정부가 법률제정을 통해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할 필요가 없다. 첫 번째로, CSR이 경영트렌드라는 언급에 대해서 정부가 기업의 경영트렌드까지 나서서 챙겨줘야 하는 역할을 할 만큼 기업이 앞가림을 못하지 않는다. 설령 세계적인 경영트렌드라고 하더라도 그 트렌드를 쫓아갈지 각 기업만의 경영 방식을 고수할지는 기업의 판단에 맡겨둬야 한다. 굳이 비재무정보 관리가 중요하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들까지 규제를 받아 비재무정보를 관리해야 한다면 엄청난 경영 비효율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 수출 확대를 위한 국제 규범 준수라는 이유라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이 대응을 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수출할 때에 똑같은 비재무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은 제품의 유해성이 중요할 수 있고, 어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요할 수 있고, 어떤 기업은 아동노동 여부가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정부는 이들 수출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CSR 이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세 번째는 투자자의 알권리 보장이다. 투자자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및 장기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정보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연기금을 중심으로 비재무정보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의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RebecoSAM, Arabesque, BlackRock 등 투자기관들도 자체적으로 기업의 비재무정보를 고려한 평가 툴을 활용하고 있고, Bloomberg나 Thomson Reuters 같은 기업정보를 다루는 기업들도 기업의 비재무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책임투자를 표방하는 투자기관들 조차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아직 비재무정보가 재무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재무정보가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유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의 비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은 민주주의 사회에 속한 조직이지만, 그 내부 의사결정은 비민주주의적으로 이루어 진다. 기업에 속하고 생산활동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 역시 사회에 속한 조직으로 우리 사회의 규칙들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노동종합의 권리를 인정하는지, 근로규정은 잘 지켜지는지, 환경규제를 위반하지는 않는지, 업무상 차별은 없는지, 경영진이 돈을 횡령하지는 않는지 등 당연히 지켜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도록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부분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가 법률을 제정해 강제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저출산 문제 같이 정부에서 일차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큰 그림없이 기업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너무나 단순무식한 생각일 뿐이다. 홍일표 의원 등이 구상하는 개정안이 제정되면 정부의 역할은 더 커지고 기업에 대한 지배력도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 비효율은 더욱 심각해 진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관여를 해야 된다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려면 모든 기업들이 꼭 준수해야 하는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사안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부정의를 줄여가면서 기업 본연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혁신 역량도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