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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Sep 05. 2018

아델리펭귄 입양보내기

펭귄에서 입양이 가능할까?

아델리펭귄 부모가 사라졌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로거를 부착한 펭귄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둑갈매기 두마리가 슬금슬금 우리 눈치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두녀석의 목적지 쯤으로 보이는 곳이 무언가 이상했다. 검은 어미털색이 아닌 회색의 새끼털색이 보인다. 새끼 두마리만 어미없이 둥지를 지키고 있었다. 도둑갈매기가 다가가자 주변 펭귄들이 난리가 났다. 경계음이 심해지자 조용하던 새끼 두마리가 놀란듯일어나 둥지를 벗어났다. 옆둥지에 침입한 두마리는 다른 어미펭귄들의 공격을 받고있었다. 이대로두면 도둑갈매기가 아니라 다른펭귄에게 물려죽을수도 있겠다 싶을때 둥지로 달려가 새끼 두마리를 구해냈다. 그러나 어미가 없는 둥지에 새끼만 둘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회만 노리던 도둑갈매기가 입맛을 다시듯 물러섰다. 그러나 멀리달아나지않고 주변을 맴돌았다. 둥지에서 어미펭귄인양 양다리사이에 새끼를 놓고 서있었다. 새끼들은 다리사이를 파고들어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도대체 부모들은 어딜갔단 말인가. 계속해서 둥지를 지키고 있을수만도 없다. 고민하다 펭귄을 잡는 그물로 새끼들을 덮어두었다. 도둑갈매기가 공격하지 못하고, 새끼도 다른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둥지를 살폈다. 새끼를 버리고 나간 어미펭귄이 돌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미가 돌아오면 그물을 치워줘야한다. 그러나 몇시간이 지나도록 어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밤까지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기도 어렵다. 결국 한마리의 새끼가 죽었다. 굶어서 그랬을수도, 체온을 유지하지 못했을수도..또는, 옆둥지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었는지는도 모른다. 결단을 해야했다. 나머지 한마리마저 이대로 둔다면 얼마버티지 못할것이다. 그때 팀원 중 한명이 다른 펭귄에 입양을 보내는게 어떨지 의견을 내었다. 우리는 진지하게 입양에 대해 생각했다.

세종기지에서 턱끈펭귄을 연구하고 있을때였다. 간혹 알을 세개낳은 펭귄이 있어 부화가 되는지 매일 살펴보았다. 턱끈펭귄의 포란반(새가 알을 품는 부위)은 펭귄알 딱 두개가 알맞다. 더 많은 알을 낳으면 추운 남극에서 모두 부화시킬수가 없다. 새는 품은 알을 주기적으로 굴리며 모든알이 온도가 잘 유지되도록하는데, 알이 세개면 한개는 항상 삐져나와 온도가 낮아진다. 결국 알 세개모두 포란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남극펭귄이 여러개의 알을 낳지 않는 이유이다. 황제펭귄은 둥지를 만들지않고 발등에 알을 얹어 포란한다. 때문에 한개의 알만 낳는다. 두개의 알을 발등에 얹을수 없기 때문이다.

젠투펭귄의 포란반(Blood patch). 펭귄 알 두개가 적당한 크기이다.

알 세개를 낳은 턱끈펭귄알이 부화한 것은 볼수 없었다. 세개의 알을 낳은 둥지는 언제나 부화에 실패했다. 그런데 새끼 세마리를 키우는 둥지는 의외로 많았다. 아마도 새끼가 어린 상태에서 우연히 이웃둥지의 새끼가 옆둥지에 들어가고 그 둥지의 어미가 받아들여 키우게 되는 경우인것 같았다. 어미와 새끼가 각인되는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 다른 새끼가 끼어든 경우 키우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생각나니 입양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것 같았다. 혹시나 그 사이에 어미펭귄이 돌아오지 않을까 몇시간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발견하고 수시간이 지나도록 어미펭귄은 결국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미 시간은 밤 11시에 가까워졌고, 기온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었다. 비록 백야의 기간이라 해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연구원들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이대로 새끼를 두고 돌아갈 수는 없고, 우리는 입양을 시켜보기로 했다. 그대로 둔다면 새끼는 십중팔구 이 밤을 버티지 못하고 체온저하로 죽거나, 도둑갈매기에게 희생될게 뻔했다.

세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아델리펭귄. 아마도 옆 실패한 둥지에서 한마리가 온 듯하다. 오른쪽 끝에 있는 새끼의 크기가 다르다.

우리는 한마리의 새끼만 키우는 둥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다만, 새끼가 너무 큰 경우 어미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어미잃은 새끼와 크기가 비슷하면서 가능한 작은 크기의 새끼가 있는 둥지를 찾기로 했다. 새끼와 함께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을 품고있는 둥지는 제외했다. 어렵지 않게 한마리의 어린 새끼를 품고있는 둥지를 여럿 찾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둥지의 위치가 가능하면 번식지의 중심부에 있는 둥지로 결정했다. 입양을 받아줘야하는 둥지의 부모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한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것보다 두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것은 더 힘이들 터이다. 잘못하면 원래 키우고 있던 새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번식지의 중심부에 있는 둥지들은 새끼를 더 잘 키우고, 번식경험이 많은 개체일 확률이 높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중심부의 둥지를 선택하고, 한동안 둥지를 관찰했다. 어미는 새끼에게 열심히 먹이를 먹이고, 몸상태도 건강해 보인다. 어미 잃은 새끼 펭귄을 새로운 어미의 배 아래에 조심히 밀어 넣었다. 사람의 접근에 어미펭귄은 경계음을 내었지만, 배 아래 들어온 새끼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한동안 멀리서 둥지를 지켜보았다. 다행이도 어미는 새로 들어온 새끼를 멀리하지 않았다. 입양된 새끼는 겁에질려서 그런지 새로운 어미의 배와 발 사이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팀원들과 제발..간절하게 입양한 둥지를 지켜보았다. 한시간여를 더 지켜보았으나 어미는 다른 새끼가 들어온 것을 아직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우리도 텐트로 돌아갔다. 물티슈로 간단히 얼굴과 발을 닦고 차가운 침낭안에 몸을 누이면서도 새끼펭귄이 걱정되었다. 다음날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전에 후다닥 둥지가 있는 위치로 가보았다. 다행히 잘 품고있다. 한동안 바라보니 먹이도 먹인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로도 캠프가 끝날때까지 이따금씩 둥지를 살폈다. 어미는 새끼를 자기 새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새끼가 먹이를 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먹이도 잘 토해준다. 입양은 성공한것 같다. 다만 마음이 그리 편치많은 않았다. 원래의 부모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연의 일에 개입한 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펭귄을 조사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다. 사라진 부모들이 혹시나 우리 때문은 아닐까.. 기쁘면서도 슬펐던 펭귄의 입양일에 대한 기록이다.

새끼를 품어주는 아델리펭귄. 입양시킨 둥지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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