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일기_2018.03.22
솔직히 기대 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배안에서 어지러움에 밖에 나가기도 어려웠다. 배는 남극대륙을 벗어나 남위 69도를 향하고 있었다. 농담삼아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오늘이 가능성있는 마지막 날일거라는 얘기들이 오갔다.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배가고파 라면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가 냄비에 물을 올리고 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에는 더이상 남극대륙이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바다만 출렁이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오로라가 보인다는 소리가 들렸다. 배에 있는 거의 모든 인원이 밖으로 뛰쳐 나갔다. 하늘에는 흐릿한 회색빛 구름이 일렁이고 있었다. 잠시후 길다란 녹색 커튼이 아라온 위로 드리워졌다. 오로라는 시시각각으로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며 모습을 바꾸었다. 몇몇은 헬기데크에 드러누웠고, 몇몇은 카메라를 찾기 바빴다. 나도 몇장 찍어봤지만, 밤하늘의 오로라는 신기루처럼 카메라의 앵글에는 잡히지 않았다. 삼각대까지 챙겨와 셔터속도를 10초 이상 느리게 해봐도 흔들리는 배위에서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냥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밤 11시부터 새벽세시까지 시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쏟아져 내릴것 같은 별들과, 무수히 떨어지는 별똥별, 그리고 마술같은 오로라는 보고있어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약 5개월의 남극출장에 선물처럼 느껴졌다. 잠이 올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