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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Nov 13. 2018

다시 남극으로

2018년 11월 3일~6일.

(남극에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속도가 상상이하로 느려, 부득이 사진품질을 매우 낮춰 올림을 이해바랍니다. 한국에 가면 원본으로 교체할 예정입니다.)


시드니에서 호바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서서히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압력차에 귀가 아픈 아이가 뒷좌석에서 연신 내 좌석을 발로 민다. 부모가 조금만 주의를 주면 좋을텐데..하지만 아이는 얼마나 괴로우면 그러겠나 싶기도했고, 집에 두고 온 내 아이 생각도 나서 그냥 두었다. 창밖으로는 호주의 동쪽해안이 내려다보였다. 솜덩이를 던져 논 것 같은 구름들이 비행기아래 흩뿌려져있었다. 한국에선 본적 없는것 같은 파란하늘이 이곳이 이국의 어느 하늘임을 알려주었다. 두시간여를 날아 호주의 남쪽 섬 타스매니아의 호바트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하며 울창한 유칼립투스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유칼립투스 나무 어딘가에 코알라가 잎을 뜯어먹는 상상을 했다(알고보니 타스매니아에는 코알라가 없다고 한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가 점심을 먹었다. 선글라스를 가져오지 않아 눈이부셨다. 남극에 가까운 지역이다보니 자외선이 강한 햇빛에 피부가 따가웠다. 

호주출신의 남극 지질 탐험가인 모슨(Mawson)이 남극에서 거주했던 건물을 복제한 기념관에 들러 당시 사진과 활동모습을 둘러보았다. 당시 함께했던 시베리안허스키 개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놓은것이 인상깊었다. 해설을 해주는 할머니가 말을 걸어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곧 남극에 간다는것을 알고는 신기해하고, 이것저것 모슨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모슨 남극숙소의 복제 전시관
한국에서 데려간 펭귄인형과 함께.
모슨이 함께한 허스키들의 이름
허스키와 펭귄 박제


호바트엔 두번째방문이지만 첫번째엔 시간이 부족해 달리 도시구경을 할 기회가 없었다. 마침 모슨기지 뒷편에 투어버스타는곳이 있어 올라타 호바트시를 한바퀴돌았다. 안내음성에 한국어도 선택가능해서 듣기 편했다. 투어버스는 기대이하였지만 호바트시를 조금은 알게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 비행으로 피로가 쌓였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마켓에 들러 고기와 야채를 조금 사서 호텔에서 요리를 했다. 집에서 가족들에게도 더 자주 고기도 구워주고 없는 실력이나마 요리를 해주지 못한게 아쉬웠다. 다음날엔 전날 시티투어버스를 탔던 곳에가서 호바트에서 제일 높은 산인 웰링턴산에 가는 투어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마침 바로 떠나는 버스가 있어 올라탔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마을은 공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나무가 많았다. 2년전에 처음 장보고기지로 들어가며 호바트에 들린적이 있다. 그때는 외곽지역의 민박을 이용했는데, 좋았던 기억이 났다. 나무들도 많고,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라 조용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머무르는 동안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던것 같았다. 도시처럼 사람들도 여유있는 느낌이다. 산의 낮은 곳에는 키가 큰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울창했는데, 산을 오르면서 나무들의 키가 점점 낮아지더니, 정상부근에는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관목들만 있었다. 불과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나무들의 높이가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무들에서 예상되듯이 정상부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운이 나빴는지 정상부는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가득 끼어 호바트의 전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에 마침 안개가 개어 버스기사가 좋은 포인트에 차를 세워주었다. 높은곳에서 호바트의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남극에 들어가면 이제 한동안 이런 녹색의 풍경은 보지 못하리라.. 푸른 숲과 도시의 풍경을 마음에 새겨두었다. 

호바트 시티투어버스. 이어폰을 챙겨가면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호바트 교외 전경. 마을이 공원같다. 
중턱에서 바라본 웰링턴산
웰링턴산 가는길에 바라본 호바트 시내
저녁은 호텔에서 직접 요리해 먹었다. 요리가 가능한 호텔.


오후에는 호텔에서 다음날 입남극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에 참석했다. 남극행 비행기가 올해 바뀌었는데, 작년까지 이용했던 공군기가 아닌 일반 민항기로 바뀌어 소음도 덜하고, 훨씬 편안해졌다고 한다. 다만 화물은 바퀴가 없는 가방만 가져갈수 있다고 하여 한국에서 부터 바퀴 없는 큰 가방에 모든 짐을 밀어넣고 오다보니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육을 마치고 일찍 숙소에 들어가 맥주한잔과 저녁을 먹고 짐을 꾸렸다. 이제 하루만 자고나면 남극이다. 새벽 4시반에 호텔앞에서 모이기로 했던터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4시경에 준비를 마치고 호텔앞으로 나왔다. 일찍 나왔지만 함께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사람들 몇몇이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니 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왔다. 짐들을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여명이 밝아오는 호바트시내를 지나 공항에 닿았다. 

여명이 밝아오는 호바트시를 빠져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의 이륙시간은 오전 8시. 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공군기가 아닌 일반 여객기이다. 공군기는 소음이 심하고 오래 걸린다. 좌석이 잘 갖추어진 여객기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비행시간도 5시간정도로 짧다고 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나면 문명세계와는 한동안 작별이다. 며칠전에 앞선 비행에서는 날씨가 나빠 이틀이 지연되었다고 했는데, 오늘은 다행히 갈 수 있는 날씨라고 한다. 비행기는 50명 남짓한 사람들을 태우고 서서히 이륙했다. 창가자리에 앉아 남극을 보고싶었지만, 구름이 끼어있어 바닥이 내려다보이지 않았다. 5시간이 훌쩍지나 곧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주섬주섬 방한피복들을 꺼내 입었다. 비행기가 내리는 테라노바베이는 영하 8도에서 10도 정도일 터이다. 강한 자외선과 눈에 반사된 빛때문에 선글라스와 선크림이 필수다. 노출된 피부에 선크림을 발랐다. 잠시후 비행기는 테라노바베이의 해빙위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멀리 장보고기지에서 우리를 데릴러온 사람들이 보였다. 비행기를 나서니 차가운 공기가 훅 하고 폐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이제 3개월간 이곳에서 지내야한다. 오랜만에 보는 월동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일년간의 시간이 찰나로 느껴졌다. 마치 엊그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장보고기지앞 테라노바베이 해빙활주로에 도착한 남극행 항공기
장보고기지의 설상차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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