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우 Dec 04. 2018

줄이 끊어진 시계

20181125_1차 캠프 2일차

아침에 텐트에서 나와 캠프건물로 출근했다. 식사준비를 하다가 시간을 보기 위해 왼쪽 손목을 들었는데, 무언가 허전하다. 손목에 당연히 차고 있어야할 시계가 없다. 어딘가에서 떨어진 것이다. 이곳은 해가지지 않는다. 하늘에 떠 있는 해의 위치로 대강의 시간을 짐작할 수 는 있지만,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시계가 필수다. 과거에 세종기지를 다닐때에도 시계줄이 끊어져 시계를 잃어버린 기억이 있었는데, 그때는 다행스럽게도 조사를 거의 마친 시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터라 시계를 잃어버리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다. 내가 아침에 돌아다닌 동선을 따라 시계찾기에 나섰다. 다행히도 텐트앞에 시계가 놓여있었다. 그러나, 시계줄이 끊어져 있다. 이 시계도 4년전에 뉴질랜드에서 당시 차고있던 시계줄이 끊어져 급하게 샀던 시계인데, 벌써 몇 년째 차다 보니 시계줄이 삭아서 약해져 있던 모양이다. 시계를 가지고 들어와 종이테이프로 끊어진 부분을 연결했다. 자세히 보니 시계줄 여기저기가 금이가 있어 전체를 붙였다.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는 있을 것 같았다.  옆에서 바라보던 함사장님이 시계를 줘보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테이프는 쉽게 떨어질 수 도 있으니 시간나는데로 시계줄을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맡겨보기로 했다. 다음날 함사장님이 가져온 시계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너무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얇은 텐트끈을 활용해 머리를 땋듯이 만들어진 시계줄은 튼튼하고 실용적으로 보였다. 덕분에 시계줄 걱정없이 캠프를 잘 마칠 수 있었다. 한국에 가서 시계줄을 바꿀 계획이었는데 이 상태라면 그냥 사용해도 될 듯하다. 기술자들이 많으니 남극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다. 

시계줄이 끊어져 테이프로 붙였다. 
엔지니어 함사장님이 텐트줄로 만들어주신 새 시계줄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남극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