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데, 오랜만에 잠꼬대를 할 정도로 생생한 펭귄 꿈을 꾸었다. 작은 시골마을이 무대였고, 우리 집 앞 마당에는 100여쌍의 펭귄 번식지가 있었다. 매일 아침 펭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기 펭귄들이 잘 크고있는지, 어미들이 먹이를 잘 먹고 돌아오는지 확인을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펭귄에 대한 설명을 하고, 혼자 뿌듯함에 싱글벙글하기도 했다.
꿈속에서 잠이 들었다. 악몽을 꿔서 꿈속의 잠이 일찍 깨 펭귄을 보러 마당에 나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둥지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펭귄을 찾으러 무작정 마을을 뛰어 다녔다.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펭귄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쭈뼛쭈뼛 나에게 다가와 밤사이에 펭귄 둥지를 모두 없애버렸다고 했다. 화가 치솟고, 꿈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가 육성으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펭귄이 똥을 하도 많이 싸서 냄새가 나 없애버렸다고 했다. 꿈속이었지만, 눈물이 나고,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왜 그랬냐고..왜그랬냐고 소리지르다 실제로 내가 입으로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잠에서 깼다. 잠이 깨기 직전에는 꿈속에서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지만, 가슴이 먹먹해 이불을 겉어차고 계속 소리를 내었다. 잠에서 깨어 시간을 보니 새벽 5시반. 일어날 시간까지는 한시간 반이 남아있었다. 더 자기는 어려울것 같아 꿈속의 일들을 계속 되뇌었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갑자기 이런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다. 펭귄들이 보고싶어졌다.
처음 새를 찾아 다닐때 새꿈을 많이 꾸었다. 매일 도감을 보고, 새 만날 생각을 해서인지 정기적으로 꿈에 새가 출현했다. 당시엔 주로 특이한 새들이 출현했는데 사자새나 강아지새같은 포유류와 새가 섞인 모습도 있었고,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상상속의 새이기도 했다. 희귀한 새를 보고싶은 마음이 반영되었던 것이다. 한동안 자주 꾸던 새 꿈도 점차 횟수가 줄다가 최근에는 잘 꾸지 않게 되었다. 이번 펭귄꿈은 그래서 더 기억이 남았다. 요즘 남극에 다녀온 결과를 보고서로 쓰며 현장조사 당시의 사진을 많이 보고 있는데 남극 현장과 펭귄생각을 줄 곳 하다보니 꿈에서 나왔던 모양이다. 언제까지 내가 남극에 다니며 펭귄을 만날수 있을까.. 지난해가 마지막일지 몇년 더 만나게 될지 확실치 않다. 다만, 야생의 펭귄을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꿈을 한동안 더 자주 꾸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