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Newspenguin) 기사 원문.
얼마 전 뉴스펭귄이란 매체에서 서면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인터뷰 질문에 답변을 보내고, 아래와 같이 두 개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나름 열심히 작성한 글이라, 이곳에 원문을 올립니다.
http://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1
인터뷰 원문
1.극지연구소 근무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정확한 부서와 담당 업무도 알려주세요. 함께 일하는 동료는 몇 명이나 있었나요?
새를 연구하고 싶어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를 마치고, 2011년 박사과정을 시작하던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다니던 대학원 선배님이 학교에 방문하셨는데, 극지연구소의 김정훈 박사님이셨습니다. 저에게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때까지 남극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질문에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후로 만 8년간 세종기지 5번, 장보고기지에 4번 다녀왔습니다. 세종기지에서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장보고기지에서는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을 만났습니다.
극지연구소에서는 극지생명과학연구부에서 일을 했고, 펭귄을 비롯한 남극조류의 번식생태연구가 주요 업무였습니다. 매년 남극에 갈 준비를 하고, 11월부터 짧게는 10일, 길게는 5개월간 남극에 체류하며 펭귄을 만났습니다. 처음 남극에 갈 때는 김정훈 박사님과 둘이었는데, 최근에는 팀원이 늘어나 4~5명이 같이 일했습니다. 남극 펭귄으로 유명한 이원영 박사님도 같이 일했습니다. 남극에서의 일은 위험한 경우도 많아 안전요원도 동행하고, 캠프 건물을 건설할 때는 기술자분들도 함께하셨습니다. 장보고기지에서 캠프를 할 때는 최대 7명이 함께할 때도 있었고, 뉴질랜드 연구진과 합동캠프를 할 때는 최대 14명이 같이 캠프 생활한 적도 있습니다.
2. 펭귄들의 번식 생태를 연구하셨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세종기지나 장보고기지에 가게 되면 기지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연구를 준비하거나, 기지에서 가까운 펭귄 번식지를 당일로 조사했습니다. 장보고기지의 여름은 백야 기간이기 때문에 밤에도 낮처럼 환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과시간이 정해져 있어 아침 7시에 식사를 합니다. 9시부터 6시까지 연구활동을 하고, 이후는 자유시간입니다. 기지에 상주하는 월동대의 시간에 맞추어 생활했습니다. 다만, 연구원들은 캠프 일정이 없는 경우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펭귄 번식지에서 캠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일과시간을 정해 활동했는데, 8시쯤 아침식사를 하고, 오후 2시쯤 점심, 오후 7시경 저녁을 먹었습니다. 기지에 체류 중에는 주방장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캠프 기간에는 요리도 직접 해야 하고, 텐트도 치고, 의식주를 직접 해결해야 하니 힘들기도 했습니다.
캠프 중에는 아침을 먹고 나면 펭귄 번식지로 이동해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펭귄의 번식시기에 맞추어 연구활동이 바뀌는데 11월은 아델리펭귄이 포란을 하는 시기여서 둥지수를 세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과거에는 눈으로 직접 펭귄의 둥지수를 세고, GPS를 활용해 펭귄번식지 지도를 그렸는데, 아델리펭귄이 5만 쌍이 넘게 번식하다 보니, 둥지수만 세는데도 일주일 가량이 걸렸습니다. 최근에는 드론을 활용하여 항공사진을 촬영해 둥지수를 세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어 훨씬 수월한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12월에는 새끼가 부화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펭귄 추적연구를 주로 수행했습니다. 펭귄의 등 부위에 위치기록계를 부착해 바다로 보낸 후 복귀하는 펭귄에게서 데이터를 회수하는 연구입니다. 펭귄이 어디까지 이동하는지, 잠수는 얼마나 깊게, 오래 하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1월 말부터는 펭귄 새끼들이 다 자라 털갈이를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는 새끼수를 세어 그해의 번식성공률을 구합니다. 마찬가지로 드론으로 항공사진을 촬영하여 직접 눈으로 세던 과거보다 시간도 절약하고 더 정밀한 연구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3. 연구원으로서, (결혼하셨다면) 가장으로서 극지연구소 근무 어떠셨나요?
처음 세종기지를 방문한 2011년에 저는 결혼날짜가 잡혀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남극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고 준비를 시작하고 보니, 남극으로 떠나는 날이 결혼식 2주 후였습니다. 결혼 준비를 이미 다 마친 상태라 날짜를 변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일주일 후 남극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내에게 참 미안한 일이지요. 당시 4개월을 세종기지에서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매년 한국의 겨울마다 남극으로 향하는 남편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감사하지요. 특히나 2014년에는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이후로는 남극을 갈 때마다 공항에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남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숙명일 수밖에 없지만, 이해해준 아내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3월 초에 태어났습니다. 당시 저는 출남극일이 2월 말이었고, 아이의 출산예정일이 3월 10일 경이라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에 돌아오고 2일 후에 예정일보다 일주일 이상 빨리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당시 아내가 홀로 이사를 했는데, 그 영향으로 출산일이 빨라졌을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아내는 아이가 아빠가 올 때를 기다렸다 나온 것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내와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4. 지인들에게만 알려주던 흥미로운 극지연구소, 펭귄과의 에피소드 있나요?
제가 남극에서 체류하는 시기는 남극의 여름 기간이라 백야의 시기입니다. 세종기지는 남극에서도 북쪽에 있어 밤이 찾아오긴 하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진 않습니다. 장보고기지는 제가 주로 체류하던 11월부터 2월까지는 해가 전혀 지지 않는 백야 기간이라, 남극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기대는 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2017-18년에 제가 장보고기지에 밤이 찾아온 3월 말에 출남극을 하게 되었고, 남극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는 쇄빙선 아라온에서 기적처럼 오로라를 보았습니다. 5개월간 남극에서 고생한 선물같이 느껴졌습니다. 당시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도 당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펭귄 관련한 에피소드는 참 많습니다. 무슨 연유에선지 부모가 없는 펭귄 둥지를 보게 되어 다른 펭귄에게 입양을 보냈던 날도 기억에 남고, 위치 기록계를 부착해 바다에 보낸 펭귄이 돌아오지 않아 맘고생했던 날도 기억납니다. 그중 한 마리가 바다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금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사람에게 잡혔던 기억이 남았는지 저희 연구원들을 보고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렵게 펭귄을 붙잡아 둥지로 데려가 짝과 새끼의 소리를 들려주니 정신을 차리고 새끼에게 먹이를 먹였습니다.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습니다.
세종기지에서는 도둑갈매기에 잡아먹히는 펭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한 번은 다자란 젠투펭귄이 산채로 도둑갈매기에 잡아먹히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았는데, 차마 막지 못했습니다. 야생동물을 연구하면서 사람이 자연에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는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냥 놔두었으면 잘 살았을 펭귄들인데, 연구자들이 방문하여 괜한 교란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혹여나 연구자들 때문에 피해를 받는 펭귄이 있다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펭귄을 만날 때는 항상 조심스러운 자세로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연구가 펭귄들을 보호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5.극지연구소 연구원 활동 중 위험했던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남극이다 보니 많은 위험이 상주합니다. 펭귄 번식지에서 캠프를 하던 도중이었는데, 밤새 강한 블리자드가 불었습니다. 텐트가 들썩일 정도로 바람이 불어서 잠을 설치다 아침에 나왔는데, 텐트 바로 앞에 200kg도 넘는 커다란 나무상자가 밀려와 있었습니다. 화물을 옮길 때 쓰는 나무상자인데 성인 4명이 들기도 어려운 크기인데도 불구하고 강한 바람에 밀려온 것입니다. 만약 텐트까지 밀려와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아찔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그 나무상자의 뚜껑은 300미터도 넘게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는데, 바람에 날아간 것입니다.
장보고기지에서는 헬기를 주로 이용하는데, 헬기를 타고 식수로 활용할 빙하를 캐러 나간 날이었습니다. 빙하를 헬기에 싣고 급하게 헬기를 타고 문을 닫았는데, 날아가는 도중 헬기 문이 열린 것입니다. 급하게 하다 보니 걸쇠가 제대로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문을 닫고 캠프지로 돌아와 헬기 조종수에게 핀잔을 들었습니다. 이후에는 헬기에 탈 때 급하기보다는 천천히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임을 생각하고, 안전을 항상 먼저 생각하고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6. 환경 변화가 극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남극 빙하가 녹고 있음을 몸소 실감한 계기가 있나요?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세종기지 앞에는 마리안소만이라는 오목한 바다가 있는데, 이곳 안쪽에는 빙하가 넓게 위치합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떨어져 내리는 빙하를 여러 번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빙하가 안타까웠지요. 그런데, 2016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빙하 안쪽에 땅이 조금 보였습니다.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땅이 빙하가 떨어져 나오면서 드러난 것이지요. 빙하 안쪽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지만, 실제로 땅이 드러나는 것을 보니, 빙하가 줄어드는 현실을 마주한 것 같아 씁쓸하더라고요.
세종기지도 남극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남극은 워낙 건조한 상태라 사막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펭귄의 새끼는 솜털을 가지고 있어 추위에는 잘 버틸 수 있어도 몸이 젖으면 체온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2016년에 세종기지에 여러 번 비가 내려 펭귄 새끼들이 많이 죽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당시에 새끼들이 많이 자란 상태여서 죽은 개체는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 남극에 비가 자주 내리게 되면 새끼들이 몰살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남극에서 기온이 20도 이상이 관측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온이 오르게 되면 눈보다 비가 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펭귄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7.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 “사랑할까, 먹을까”란 책을 보았습니다. 기후변화의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공장식 축산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많이 놀랐습니다. 열대림 같은 생태계가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거나, 대규모 목장을 만들기 위해 파괴되고 있으며, 가축분뇨는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동안 즐겨먹던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극에서 줄어드는 빙하와 환경변화로 펭귄들이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보니 육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채식주의가 되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고기를 찾아서 먹지는 말자!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 내가 차려먹는 음식이라도 고기 없이 채식으로 먹자고 생각하고 보니, 어머니가 보내준 김치나, 김, 두부, 야채 같은 평소 먹던 음식 맛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재미도 있습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조금씩 바꿔가면 조금이나마 환경파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크릴 오일이 인기인데, 크릴은 남극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입니다.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의 번식기간 먹이의 90% 이상이 크릴이고, 크릴 때문에 고래, 해표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남극을 찾습니다. 크릴은 해빙 아래에서 번성하는데 기후변화로 남극 해빙이 줄어들면 크릴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크릴에 의존하는 많은 동물들이 따라서 줄어들게 되겠지요. 기후변화를 막는 것과 더불어, 크릴의 보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릴을 먹는 펭귄의 최대 라이벌이 고래가 아닌 사람이 된다고 하면 펭귄들을 볼 낯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양제를 먹는 것은 중요하지요. 다만, 그 성분이 굳이 크릴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메가-3가 필요하다면, 이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호두, 아보카도 등의 식물을 찾아먹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최근에는 중금속 걱정 없는 식물성분 오메가-3도 나온다고 하니 대체할만하지 않을까요?
8. 지난 8년 동안 기후변화로 달라진 펭귄 행동을 목격하셨다면 알려주세요.
8년이란 시간은 한 명의 사람에게는 긴 시간일 수 있지만, 남극에서 오랜 세월 번식해오던 펭귄들 전체에게는 긴 시간이 아닐 것입니다. 그 기간의 기후변화로 행동양식이 바뀌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최근 남극 기온이 올라가 번식기인 여름에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녹아 둥지가 침수되어 새끼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증가해도 바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펭귄 종에 따라 기후변화로 인해 이득을 얻거나 더 피해를 받는 종은 있을 수 있습니다.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조지섬은 아남극권에서도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젠투펭귄, 턱끈펭귄, 아델리펭귄은 모두 젠투펭귄속(Genus Pygoscelis)에 속하는데, 크기가 비슷한 펭귄이지만 사는 곳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아델리펭귄은 남극 대륙부에 주로 분포하고, 아남극권으로 나올수록 번식개체군이 적습니다. 턱끈펭귄은 남극대륙에는 번식지가 소수이고, 대부분은 남극반도부터 아남극권까지 분포합니다. 젠투펭귄은 대부분 아남극권에서 번식합니다. 세종기지 주변에는 세 종이 모두 번식하지만, 각 종이 실제로 선호하거나 각 종에게 유리한 서식지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최근 많은 연구에서 (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아남극권의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의 개체수는 감소하고, 젠투펭귄은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비교적 따뜻한 장소에서 번식하던 젠투펭귄이 올라간 기온상황에서 더 유리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반면,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남극반도 주변에서 아델리펭귄과 턱끈펭귄의 번식쌍 수는 젠투펭귄과는 다르게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난화가 극심해져 남극에 해빙과 빙하가 감소하게 되면, 모든 남극 펭귄에게는 좋지 않은 상황이 올 것은 분명합니다. 번식기간 동안 이 세종 펭귄의 가장 중요한 먹이는 남극 크릴입니다. 크릴은 해빙 의존성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남극의 겨울기간 해빙의 면적과 중요한 연관성을 가집니다. 온난화로 해빙이 감소하면 크릴이 감소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모든 펭귄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크릴은 펭귄뿐 만 아니라 고래, 해표 등 남극에서 서식하는 대부분의 동물의 먹이원입니다. 크릴의 감소는 남극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9.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남극 동물을 연구하기 전에는 한국에 사는 조류를 연구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취미가 탐조라 우리 주변의 새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국내 여러 장소를 다니며 다양한 새들과 함께 주변의 환경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불과 20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주변의 새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체감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가령, 2000년 초반에는 고향마을 앞 논에 붉은배새매와 청호반새를 여름이면 여러 마리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보기가 어렵습니다. 봄철이면 논에서 밤마다 울어대서 잠을 설치게 만들던 그 많던 산개구리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런 줄어드는 국내 동물들을 위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매년 남극을 찾고, 펭귄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아했지만, 매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간의 미안함과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마침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연구원을 뽑는 공고를 보고 고민 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지는 어딘지 찾아내고, 개선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 앞으로의 계획
8년간 남극과 펭귄만 생각하며 지내다가 멸종위기종 서식지 연구를 시작하니 공부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틈틈이 써오던 펭귄과 남극에 관한 에세이를 정리해 “착한펭귄 사나운펭귄 이상한펭귄”이란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이후에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복원되는 종들의 생태연구와 서식지를 복원하는 일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집에서는 아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겨울을 맞아 아이와 눈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큰 추위 없이 겨울이 지나가버려 아쉽습니다. 곧 한국에서 번식하는 조류들의 번식기가 다가오는데, 연구종을 선정해 야외조사를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65329
11. 젠투펭귄, 턱끈펭귄,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특징을 각각 알려주세요. 또 일반인은 잘 모르는 펭귄들의 특징 같은 게 있다면 같이 전해주세요
네 종 중에서 황제펭귄만 황제펭귄속(Genus Aptenodytes)에 속하고, 나머지 세종은 젠투펭귄속(또는 붓꼬리펭귄속, Genus Pygoscelis)에 속합니다. 황제펭귄은 서있을 때 키가 1m 이상이고, 몸무게가 최대 45kg까지 나가는 펭귄 중 가장 큰 펭귄입니다. 사람들이 남극 대륙에 발을 들이기 전에 가장 큰 펭귄은 아남극권에 분포하는 임금펭귄(King penguin)이었는데, 남극 대륙에서 황제펭귄을 만난 후 임금보다 더 크다하여 황제(Emperor)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장보고기지 가까운 곳에 Cape Washington이라는 황제펭귄 번식지가 있는데,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펭귄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사람과 접촉이 없었던 황제펭귄들은 사람을 무서운 동물로 인식하지 않고 호기심에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손을 뻗으면 다가와 부리로 쪼아보기도 하고, 우리가 이동하면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텐트나 헬기 주변으로 몰려들어 우리를 구경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외모만큼이나 순하고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새끼는 어미와 워낙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귀여운 모습은 유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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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펭귄은 세종기지에서 만났는데, 황제만큼은 아니지만, 순한 펭귄이었습니다. 빨간 부리와 눈 위의 흰색 모양이 독특한 펭귄입니다. 임금 다음으로 큰 펭귄이기도 합니다. 번식지에서 둥지에 다가가면 알을 버리고 도망갈 정도로 얘민하기 때문에 조사할 때는 조심해서 다가가야 합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착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포식자인 도둑갈매기가 다가가면 무섭게 방어를 하기도 합니다. 바다에서는 그러나 가장 빠른 펭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종기지 펭귄마을에 젠투펭귄과 같이 번식하고 있는 턱끈펭귄은 젠투와는 다르게 엄청 공격적입니다. 다가가면 부리로 쪼고, 달려와 날개로 마구 공격하는 통에 번식지를 지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했습니다. 다리 아래를 물려서 피를 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둥지에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이라서 조사하는 입장에서는 젠투펭귄보다는 차라리 맘이 편한 펭귄이었습니다.
아델리펭귄은 참 재밌는 펭귄입니다. 어찌 보면 젠투와 턱끈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한데, 개체마다 성격이 다양해서 만나는 개체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신기한 펭귄입니다. 4차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개체는 우리에게 다가와 한참 바라보다 가기도 하고, 느닷없이 공격하기도 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종잡을 수 없는 탓에 번식지에 조사할 때는 항상 긴장해야 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달려드는 녀석들도 있었거든요. 캠프지에 찾아와서 우리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개체들도 많았습니다. 호기심 덩어리 같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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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에 따라 성격이 워낙 달라 펭귄을 만나는 일은 참 재밌었습니다. 이런 펭귄들을 만났던 경험을 모아 책을 썼습니다.
12. 남극 동물하면 펭귄만 떠오르기 마련이죠. 알려지지 않은 남극 동물을 소개해주세요
남극에도 펭귄 말고도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펭귄번식지 인근에 번식하면서 펭귄의 알과 새끼를 훔쳐먹는 도둑갈매기는 펭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실 것 같고, 웨델물범, 표범물범, 코끼리물범 등 물범류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혹등고래가 꼬리를 밖으로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범고래도 만날 수 있습니다. 눈처럼 새하얀 깃털을 가진 흰풀마갈매기라는 새가 있는데요. 파란 남극 하늘에 여러 마리가 날아가면 그림을 그린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세종기지 인근 펭귄번식지에는 흰풀마갈매기처럼 하얀 모습은 닮았지만, 펭귄의 배설물을 주워 먹는 칼집부리물떼새란 새가 있는데요. 펭귄의 배설물에서 소화가 덜된 크릴이나, 펭귄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다가 흘린 크릴 조각 같은 것을 주워 먹습니다. 지저분한 느낌이긴 하지만, 나름 남극에 적응해 새끼를 기르는 그 새만의 방식입니다. 펭귄 번식지를 청소하기도 하고, 어차피 썩어 없어질 먹이를 이용하는 동물이기도 하지요.
13.정진우 님이 sns에 소개한 펭귄 영상·사진 중 가장 흥미로운, 애정하는 콘텐츠 10개만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가 올린 사진과 영상들은 모두 저 또는 저와 함께했던 동료들이 찍은 것입니다. 귀한 자료를 혼자만 볼 수 없어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먹이주기 도망행동(Feeding chase)
펭귄은 새끼가 자라면 어미가 새끼에게 바로 먹이를 주지 않고, 도망갑니다. 그러면 새끼들이 추격하는데, 한참을 추격한 후에야 먹이를 줍니다. 새끼를 두 마리씩 키우는 젠투펭귄, 턱끈펭귄, 아델리펭귄 모두 이런 행동을 하고, 심지어 한 마리 키우는 황제펭귄도 느리지만 이런 행동을 합니다. 이런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많은 새끼들 중에 자기 새끼를 찾아내서, 방해받지 않고 먹이를 공평하게 먹이려는 펭귄의 적응된 행동인 것 같습니다. 관련 이야기를 제 브런치에도 적고, 책에도 있습니다. 공유하는 sns에도 이런 영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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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고속도로
펭귄들은 바다얼음(해빙)을 건너 먼바다까지 먹이를 먹으러 다닙니다. 해빙을 이동하다 보면 길이 생기는데, 나중에는 이 길을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이 길을 펭귄 고속도로라고 부릅니다. (Penguin highway).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었지요. 이 길을 보고 있으면 귀엽고 재밌는 펭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록 펭귄들은 고생하는 모습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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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따라오는 펭귄들.
호기심이 많은 펭귄들은 사람에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세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사람을 포식자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펭귄을 보호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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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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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지가 궁금해 다가온 아델리펭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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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지에 널브러져 자는 아델리펭귄 새끼들
1월 말이 되면 새끼들은 부모와 독립해 새끼들 끼리 지냅니다. 비록 영하의 기온이지만 햇빛이 좋은 날엔 겹쳐져서 널브러져 자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등은 어두운 색이라 햇빛을 받아 따뜻하게 잘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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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기지에 찾아온 아델리펭귄
1년생 아델리펭귄이 홀로 장보고기지를 찾았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동료를 불러보지만, 번식지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며칠간 기지 주변을 머물다 바다로 갔습니다. 동료들을 만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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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파묻혀 자는 아델리펭귄
블리자드가 부는 날. 아델리펭귄이 눈에 파묻혀 있습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숨도 쉬고 잘 자고 있네요. 펭귄은 피하지방이 두껍게 발달하고, 깃털도 촘촘해 추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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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속에서 새끼 품는 아델리펭귄
새끼 품는 기간에 블리자드가 불면 어미들은 자신의 몸으로 새끼를 보호합니다. 바람 방향이 바뀌면 어미들도 바람 방향으로 등을 돌립니다. 남극에서 번식하는 펭귄들은 고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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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가 만났을 때! 독특한 재회 의식
종마다 독특한 재회 의식이 있습니다! 바다에서 돌아와 교대하기 전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왜 이제 왔어? 얼른 새끼에게 밥 줘. 난 바다 다녀올게.. 하는 것처럼 한동안 소리 내어 의식을 합니다. 종마다 다른 행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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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물건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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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거 아니에요. 자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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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점프! 물에서 튀어나오는 아델리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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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궁금해! 사람에게 몰려든 젠투펭귄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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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따라오는 아델리펭귄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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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펭귄과 남극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