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퇴사를 말했다
저 그냥 그만하고 싶어요.
대학시절, 누구보다 물리치료를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말년휴가를 나와서 교육까지 들었던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물리치료사가 된지 3개월만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고 싶어서 그동안 노력을 해왔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 나니 내 예상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됐다. 분명 환자의 말을 듣고, 움직임을 보고 그리고 다양한 평가를 해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하라고 배웠다. 근데 나는 뭘하고 있는 거지?
할머니 환자분이 말 없이 베드에 엎드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친다. 어깨가 많이 뭉쳤으니 어깨를 많이 풀어달라는 의미를 이 동작 하나로 전달한다. 뭔가 나를 하인처럼 대하는 느낌이다. 기분이 나빴다. 어떤 분은 너무 시간이 짧다고 나한테 계속 뭐라고 한다. 짜증이 났다. 근데 말할 힘도 없었다. 대기석엔 다른 환자분들이 항상 넘치게 앉아있다. 물침대 태우고 다음 환자분 성함을 불렀다.
'수기치료'라고 하는 것들이 싫다. 병원에 온 환자들한테 서비스로 10분 동안 근육을 풀어준다. 어떤 병원은 이걸 그냥 '마사지'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맞다. 근육을 주물러주는 일. 그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이건 내가 생각한 물리치료가 아니었다.
병원 밥도 지긋지긋했다. 그냥 다 싫었나보다. 그래서 근처에 점심으로 곰탕을 먹으러 갔다. 우연히 거기서 팀장님을 만났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일하면서 자괴감이 많이 느껴져서 못하겠어요.' 조금만 참고 해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는 팀장님 말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환경 탓 그만하자. 환경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10분에서 영향력을 가져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바꿨다. 수가치료가 그냥 뭔지 모르고 온 환자들에게도 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어떤 움직임이 영향을 주는지 물어봤다. 원래 그냥 근육 풀어주라고 있는 시간인데 어떻게든 대화를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환자 유형이 크게 나뉘기 시작했다. 마사지 받고 싶은 환자와 낫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해 하는 환자들로. “그럼 집에서는 뭘 해야 하나요?”라고 묻기 시작했고, 평소엔 단순히 ‘주물러달라’만 외치던 분도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때 처음 느꼈다.
환경은 그대로여도, 내 태도는 바꿀 수 있다는 걸.
그 태도가 내가 견디는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분명한 한계도 보였다. 내가 아무리 능동적으로 움직여도 시간의 제약, 구조의 한계는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치료를 제대로 하려면 결국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가서 내가 원하는 물리치료를 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