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새해에는 좀 더 '인간'답게
I m not a machine
by
파랑고래
Jan 5. 2025
아래로
새해 계획을 세웠다.
여러 계획 중에 하나는 '1년간 누적 달리기 300km, 라이딩 500km' 로 정했다.
점점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효율적으로 운동하고자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얼마전에 갤러시 워치가 고장나버린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평소에 불필요하게 재깍재깍 걸음수와, 이동거리 등을 알려주던 녀석이,
마침 꼭 필요해졌을 때 기절해 버리다니...
며칠 동안 쓰던 녀석을 수리할지, 아니면 새로 한개를 구입할지 고민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나를 '측정' 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그랬던 걸까.
내 '측정의 역사' 를 돌이켜 보면
어린시절 한달에 한번 동네 목욕탕에서 몸무게를 제거나
학기에 한번씩 학교에서 키를 재는 정도나 나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정도였다.
운동시간을 딱히 정하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다 힘들면 쉬었고
배고프면 부모님이 차려준 음식을 배부를 때 까지 먹었다.
졸리면 자고, 해가 뜨고 학교에 가야하면 일어났다.
어느샌가
내 손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고
내 손목에는 항상 스마트 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 뛰는지, 먹는지, 자는지
모든 것이 수치와 되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나에게 보고 되고, 삼성 DB에 전송되어 저장된다.
보고되는 수치를 기반으로 나는 오늘은 더 운동해야 할지, 덜 먹어야 할지, 더 자야할지 등을 정한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문득, 점점 내가 기계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건 왜일까.
할당된 일일 활동량들을 기록하고, 결과값에 따라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
Input 과 Output 을 정량적으로 비교하여 효율을 계산하는 것.
일정 수준이상의 효율이 나왔을 때 '우수한 기계'로 인정받는 것.
이처럼 나도 각종 '스마트'한 기기들도 나를 측정하면서,
내가 일정 '효율'이 나오지 않을 때, 은연 중에 나를 질책하고 나무라지 않았을까.
최상의 효율이 나오는 '우수한 인간' 이 되기 위해서.
개인의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올해 나는 좀더 인간 다워지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해진 구간을 목표한 시간내에 뛰는 효율적인 인간 보다는
기분이 상쾌해 질 만큼 뛰고, 힘들면 걷고 쉬는,
비효율적이지만 낭만있는 인간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스마트 워치는 결국 수리 받지 않은 채, 서랍에 넣어 두었다.
keyword
심리
에세이
새해
1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파랑고래
직업
의사
마음과 몸에 대해 공부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입니다.
팔로워
3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전공의가 읽은 [채근담]
정신과 전공의가 본 '유튜버 박승현 님의 죽음'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