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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공의가 본 '유튜버 박승현 님의 죽음'
by
파랑고래
Jan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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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운동 유튜버 박승현 님이 향년 34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
평소 운동에 관심이 있어 관련 콘텐츠를 자주 보는데
어느 날, 박승현 님의 영상이 피드에 뜨게 되었다.
100킬로의 바벨을 거뜬히 드는 거대한 몸을 가졌지만,
한편으로 가녀린 그의 음색과 같이 부드럽고 섬세한 면이 있는 사람 같았다.
그가 업로드한 영상에서는,
근성장 목적의 약물 투여에 대해 당당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강철 같은 모습이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을 과도하게 자학하며 어두운 상처를
날것으로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처절한 모습도 담겨있었다.
만약 그의 죽음이 극단적 선택이었다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걸까.
내가 박승현 님을 잘 알지 못하지만,
두 가지의 주제로 정리해 보았다.
1. 망가진 몸.
나는 몸과 마음의 연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추상적으로 몸과 마음을 구분 짓는 건 쉽지만,
의학적으로 어디까지가 몸(육체), 어디까지가 마음(정신)이라고 나누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박승현 님은 장기간 약물을 사용했다.
정확히는
anabolic steroid 약물을 사용한 것인데,
이 약물은 인위적으로 근육의 합성(동화, anabolic)시켜 근육질 몸매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이 약물을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인간의 호르몬 체계를 붕괴시킨다는 점
이다.
호르몬 체계는 매우 직접적으로 감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많은 여성분들이 고통을 겪는 '생리 전 증후군(postmenopausal syndrome)'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장기간 약물 사용으로 호르몬 체계가 비가역적으로 손상된 박승현 님은,
아마
높은 확률로 매일 롤러코스터처럼 급변하는 기분 변화
를 느끼며 매우 고통스러우셨을 것이다.
또 영상에 종종
탄산음료와 배달음식
을 자주 드시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망가진 호르몬 체계로 인해 식욕을 억제하기 어려우셨을 것이다.
하지만 대사에 직접적인 영양을 미치는 가공 식품은,
박승현 님이 매일
강제로 탑승해 있는 '기분의 롤러코스터'의 속도와 주기를 더욱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2. 아픈 마음
이미 '멀쩡해 유명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한 개인의 기분 상태는 단순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우람한 어깨와 터질듯한 팔을 소유한 채, 방송에서 호탕하게 웃던 박승현 님이지만.
내면은 심해처럼 어둡고 쓸쓸했을 것이다.
'자살'은 기분 상태가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발생하지 않는다.
그때는 많은 분들이 '죽으려는 힘' 조차 없을 만큼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기분 상태가 살짝 다시 올라올 때, 즉 '죽으려는 힘'이 어느 정도 생겼을 때
많은 환자 분들이 자살을 시도한다.
이는 정신과 의사가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을 더욱 세심히 살피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박승현 님은, 밑바닥에 있던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열심히 정신과 치료도 받으시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잠시 생겼던 '내면의 힘'이, 여러 원인에 의해 순식간에 '죽으려는 힘'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박승현 님께
여러므로 힘든 상황을 버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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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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