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공의가 본 영화<쇼잉 업>

by 파랑고래


오전에 모처럼 시간이 나서, 이수역에 있는 아트나인 영화관에 갔다.

때마침 <쇼잉 업>이라는 영화의 상영시간과 맞아서 관람할 수 있었다.




평일 오전 '아트나인'은 정말 한가하다. 혼자만의 힐링타임으로 제격이다.


쇼잉업? 보여주다는 건가? 영화 시작 전에는 '쇼잉 업'의 의미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단어를 검색해 보니 왜 감독이 '쇼잉 업'을 제목으로 선택했는지 끄덕여졌다.

showing up의 뜻에 맞추어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정리해 보았다.


1. (예정된 곳에) 나타나다 : 출근, 출석과 같이 내가 있어야 하는 장소에 나타나는 행위.

영화의 배경은 '창작촌(?)' 같은 곳이다. 예술가들이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 공유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장소이다.


특이했던 점은, 이 예술가들이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미술관에 전시된 난해한 작품들을 볼 때면,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삶이 어떨지 항상 궁금했다. 작가의 삶도 작품과 닮아서, 예측하기 어렵고 불규칙적이며 복잡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등장한 예술가들은 평범한 옷을 입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며, 전시회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고 스트레스를 받는다.(전시회 준비로 시간에 쫓기는 주인공은 영화 내내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예술가들이 각자 소속 되어 있는 '분야'가 마치 회사의 '부서' 역할을 하면서, 서로의 작품 완성을 위해 활발히 협업을 한다. (주인공의 도자기 작품을 구워주는 예술가가 '일찍 작품을 달라'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또 다른 작가들의 누드모델이 되어주기로 한 작가가 화장실에 다녀온 뒤 뛰어가는 모습도 앵글에 잡혔다.)

결국 예술가도 한 인간이기에 직장인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차분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있어야 할 곳에 나타나다'의 의미는 주인공의 삶에서도 적용이 된다.

여러 문제로 인해, 따로 떨어져 지내는 주인공의 가족들은 영화의 후반부에 주인공의 전시회를 축하해 주기 위해 함께 모이게 된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만나자마자 각자의 주장을 하며 다투긴 했지만,

결국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지 않을까.


2. 두드러지다, 눈에 띄다

예술가들의 주요한 본능은 자신의 작품을 '눈에 띄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예술가들은 '전시회'를 준비한다.



3. 실력을 발휘하다.

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한다. 주인공은 작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며 작업을 해 나간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한 예술가가 한 땀 한 땀 매듭지으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꽤 오랫동안 보여준다.



4. 불쾌한 느낌을 주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다른 작가의 작품에 '불쾌함'을 느끼며 질투하기도 한다. 작업이 잘 되지 않으면 매우 예민해져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며 불쾌함을 주고받기도 한다. 주인공이 가장 친한 동료이자, 옆집 이웃이며, 자신에게 월세를 받는 집주인인 '쇼'와 갈등하는 장면이 이를 묘사한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5. 잘 해내다,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다.

주인공은 결국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주인공과 비슷하게 멋진 도자기를 만들었던 아버지가 따뜻하게 작품을 보는 모습은, 그 어떤 칭찬보다 주인공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배경음악이 없다?

영화는 주인공이 삶의 영향으로 인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극적으로 드러낼 때를 제외하고는, 배경음악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showing up의 뜻으로 이 영화를 해석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직장에 출근하고, 눈에 띄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하면서,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 잘 해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기 때문 아닐까.


영화평론가 이동진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싶어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릎을 탁 칠수 밖에 없었다. 이동진 기자님의 한줄평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술은 섬광 같은 마법이 아니라 그 모든 부대끼는 일상의 깃털 같아서.



ps. 그런데.. 비둘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혹시 영화 보신 분 있으면 댓글로 의견 부탁드립니다!


(show up 뜻 참고 : https://englishistory.tistory.com/entry/show-up-5%EA%B0%80%EC%A7%80-%EB%8C%80%ED%99%94%EB%AC%B8%EC%9C%BC%EB%A1%9C-%EB%81%9D%EB%82%B4%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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