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모처럼 당직근무가 없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TV를 켰을때
내 마음과 달리, 서부지법 앞의 상황은 매우 급박해 보였다.
시위대들이 소화기를 던지며 법원 유리창을 부수고, 법원 내 기물 등을 파손하는 모습이 실시간을 중계되었다. 얼마 전에 국회로 무장한 군인들이 난입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이 정도(?) 상황을 보고 크게 놀라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문득 몇 년 전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로 점거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국회 물건을 부수고, 국회 의장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슷한 장면이 뉴스 화면에 중계되는 걸 보면서 참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9시 뉴스에서는 미국 의회 점거사건, 브라질 대통령궁 난입 사건과 같이 비슷한 사건을 들며,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점을 보도하였다. 보도 중 이준한 인천대 교수님께서 인터뷰한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정치의 양극화, 진영의 양극화, 상대에 대한 불인정, 중간이 없어지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폭력과 제압,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는 거예요.
공감이 되는 말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비단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간'이 없어지고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왜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이 있겠지만, 나는 중요한 원인으로 '충동성의 증가'로 생각한다.
'충동성'을 핵심 증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정신과 질환은 ADHD(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이다. 전 세계적으로 ADHD의 진단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한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성인 ADHD 발병이 소아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충동성의 증가'의 대표적인 근거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충동성은 왜 이렇게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 걸까?
난 그 원인을 요한하리가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 (Stolen focus)] 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게 하는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손가락으로 몇 번만 클릭하면, 몇 시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또 언제든 자극적인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SNS를 통해 손쉽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진지한 대화'나 '깊이 있는 사색'은 '꼰대스러운 것'으로 치부 대고 있다.
여러 식품회사들은 고객의 지갑을 열개하기 위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달고 자극적인 식품들을 출시한다.
오늘도 밤 10시가 넘으면 언제든 '시원한 목 넘김'을 강조하는 주류 광고들이 등장하게 되고,
사람들은 '시원한 목 넘김'을 느끼며 삶의 고통을 잠시 잊고자 소맥을 말기 시작한다.
우리가 어떤 세상 속에 살고 있는지 주위를 차분히, 진지하게 둘러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