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이어폰

해외에서 첫 출근날, 지하철 안에서

by 정진우

지하철은 항상 어디로 가는지 모를 다양한 사람이 가득하다. 나도 그 속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 지하철이 영원히 도착하지 않기를 빌며 복잡한 생각들을 엉켜있는 이어폰처럼 풀어보려 시도하고는 한다. 하지만 꼬여버린 생각을 할수록 내 처지가 뚜렷해질 뿐이라 내 생각은 점점 엉켜버리기만 한다.


젊음은 가끔 좀 버거운 것 같다. 젊어서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해야 하는 것들을 하면서도 내가 기대한 젊음은 이게 아니기에 젊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좀처럼 와닿지가 않는다. 마치 다른 세상이야기 같다.


언젠가 내 친구가 나에게 그랬었다. ‘너는 유들유들하고 편한 게 매력이라고, 그래서 좋다고.‘ 언제나 편함과 여유를 추구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가 아직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단단히 꼬여버린 내 이어폰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급급해서 그 이어폰을 잘 꺼내지 못할 뿐이다. 나는 예전에 칭찬을 들었던 것도 사실 내 엉킨 이어폰을 들키지 않았기에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하철이 목적지까지 3분의 2 정도 온 것 같다.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현실의 문이 곧 열릴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 맨날 듣는 플레이 리스트에 노래들을 옛날 줄 이어폰으로 듣는다. 이제는 무선이어폰은 충전하고 다닐 마음의 여유가 없기에 자연스레 쓰는 이어폰이 바뀌었다.


점점 목적지에 다와 가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나의 가슴은 답답해지고, 숨이 막힌다. 나는 여전히 이 노래가 끝나지 않기를, 지하철이 영원히 도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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