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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위로

by 정진우

한숨조차 쉽지 않다. 누군가를 의지하는 것은 더 쉽지 않다. 말하기 전부터 알아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말로 뱉고 나면 그 말은 정말로 한없이 가벼워진다. 나를 너무나 믿은 나머지, 저러다 말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후회를 할 뿐이다. 내 짐의 무게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지만, 주변에까지 무거운 짐을 들렸을 뿐이다. 사실 그렇게 복잡했던 내 속이 무색할 만큼, 오직 그들의 입장에서 나온 답변은 너무나 가볍고,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예민한 성향 때문인지 그들이 조언을 하며 스스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끼는 것을 나도 함께 느껴버리고 만다. 나는 결국 불편함을 뿌리치려 그들에게 당신의 조언과 위로가 힘이 되었다고 답변하며 전보다 더 못한 상태가 돼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여전히 나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고, 내 입장을 존중해 주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 구분은 나를 위해 여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진짜 위로는 불편한 위로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많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그들의 존재만으로 위로를 받는 것이다. 특별히 위로나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으며 그저 존재함에 감사한다. 또한, 함께 시간을 공유하기도 하며 이 세상을 어느 한편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다. 요즘은 이 방법이 나에게 꽤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글을 읽을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나는 종종 위로를 받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들과 같은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와 주변 누군가의 코드가 맞지 않거나 나에게 불편한 위로를 건넨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원래부터 다른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몫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는 세상이 달라도 괜찮고,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추구하는 바가 달라도 괜찮다. 우린 존재만으로도 서로를 지탱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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