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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적응기 - 2

뜨겁고 반짝이는 싱가포르의 첫인상

by 정진우

캐리어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온 우리는 동시에 ‘후웁!‘하고 소리를 내뱉었다. 바깥은 밤이었음에도 너무나도 더웠던 것이다. 한국에 겨울 날씨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가 무방비로 느낀 싱가포르의 날씨는 정말이지 이질적으로 더웠다.


우리는 그때부터 그렇게 정신없이 며칠을 싱가포르를 돌아다녔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건물들은 한국과 느낌이 정말 달랐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버튼을 눌러야 했다. 게다가 도로는 좌측통행이며 비가 억세게 내리다가도 금세 해가 쨍쨍해졌다. 간단한 영어를 쓰며 음식 주문을 할 때면 마냥 신이 났다. 우리는 이 설렘과 신기함을 안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러 1년 동안 살게 될 집을 보러 다녔다. 나는 친구들과 달리 혼자 살 예정이었지만, 집을 구하는 데 있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던 나는 내가 살 집이 아니어도 일단 따라가서 같이 집을 봤다. 그렇게 보러 다니던 집들은 화려하고, 좁고, 비쌌다. 해외에 처음 발을 내디딘 설렘은 뿌옇게만 보였지만, 월세와 영어로 된 계약서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였다. 그 뚜렷함을 아무렇지 않게 삼키는 것은 너무나도 썼다.


나는 그렇게 2주 정도 현지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시간이 나면 집을 보러 다니거나 호텔 면접을 봤다.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거나 놀러 다니고는 했다. 이 불안하고 완벽한 일상은 싱가포르를 제대로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취업하고 나면 만나서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거라며 뭔가에 홀린 듯이 매일 새로운 곳을 찾아 헤매었다. 설렘과 불안함, 즐거움의 웃음과 외로운 눈물이 공존했던 이 때는 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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