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이사 하다가 빡친 썰 2024년 3월 2일_1620_2230
2024년 3월 2일 토요일
이번주는 집 정리하느라 바빴다. 드레스룸에 들일 3400 시스템 행거도 도움 없이 혼자서 고군분투하느라 진을 뺐다. 식탁 의자도 배송 오고, 주방 수납장도 오고, 블라인드도 배송되어 왔다. 또, 일주일 동안 다이소를 여섯 번 방문했다. 그렇게 조금씩 집 구색이 갖춰지고 있지만, 원룸 세간살이를 넓은 거실을 겸한 투룸으로 확장하려니 여전히 뭔가 부족하고 휑하다. 그래서 혼자 살지만 4인용 다이닝 식탁(1600)을 거실에 놓았다. 그날 아침에 배송기사님이 오셔서 설치해 주셨고, 동시에 전 세입자가 이사 나가면서 가구에 찍혀 찢어진 방문을 수리하러 설비 기사님도 오셨다.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집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게 되는데. 방문을 떼고, 방문에 새겨진 홈을 석고로 채워서 문을 평평하게 한 다음에 시트지로 랩핑을 하는 작업이었다. 문제는 기존 방문과 동일한 색상의 시트는 구할 수가 없고, 게다가 다른 문들은 기존에 있던 홈이 문양이 되어 있는데, 문양 없는 평평한 문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다른 문들과 전혀 다른 동떨어진 문이 되는 거다. 이 집에서 제대로 된 게 거의 없어서 휴지걸이까지 바꾸는 와중인데, 멀쩡하던 방문마저 찢겨서 기존 문들과 아예 다른 문이 된 데에서 또 속상한 마음을 갖출 수 없었다. 그냥 그대로 두고 찍혀 찢어진 부분만 가리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문짝은 뜯어지고 석고가 발렸다.
하나 더 속상한 얘기를 하자면, 현관 타일 하나가 깨졌다. 깨진 부분의 타일이 바닥과 닿지 않고 들려 있었다. 바닥의 단차가 달라지면서, 타일이 들리고 그 부분에 하중이 가해지면서 깨진 거 같았다. 설비기사님이 세 가지 옵션을 제시하셨는데, 첫 번째가 옆에 있는 신발장까지 드러내고 전체 새로 타일을 까는 것, 두 번째는 깨진 부분의 타일만 깨고 그 아래는 깨진 타일들을 채워서 단차를 맞추는 것(덧방), 그리고 마지막은 깨진 타일을 그대로 두고, 작은 구멍을 내서 타일이 들리는 아랫부분에 실리콘을 채워 넣어 단차를 맞춰 더 이상 깨지진 않도록 하는 임시방편이었다. 내가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서 부동산 중개인과 이야기해 보신다 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임대인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임대인은 세 번째 방법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했단다. 깨진 타일을 그대로 두고 살라는 거다. 내가 여기서 뭘 더 요구할 수 있을까 싶었다. 현관 타일 하나 깨진 거 정도야 그냥 무시하고 살 수도 있는 노릇이긴 한데, 괜히 기분이 그렇다. 매일 깨진 현관의 타일을 지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점착식 데코타일을 사서 붙여도 되냐고 했더니, 그건 할 수 있다 했다. 결국 깨진 타일을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돈 내고 데코타일을 깔아야 한다는 거다. 다시 한번 세입자의 서러움이란 이런 거구나. 정말 이 집에 애정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다. (추가로 화장실 변기도 깨져 있는데, 깨진 변기에 물이 새거나 문제가 심해지면 말하란다…)
동시에 아빠가 오셔서 현관에 이중 안전고리를 설치했고, 시스템 옷장 맞춤 2단 서랍장 조립을 같이 마무리했다. 침실의 블라인드는 아빠가 헤매자 옆에서 방문에 발린 석고를 말리고 계시던 설비 기사님이 본인이 전문이라면서 순식간에 블라인드를 달아주셨다. (월요일에 다시 오실 때는 타일 뚫는 드릴을 가지고 와서 욕실 선반도 달아주신다 했다.) 아무튼 오전은 식탁 배송/설치 기사님, 방문 설비 기사님, 그리고 부모님까지 다녀 가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시각이 바로 16시 20분.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핸드폰 OFF.
17시에 친구와 만날 약속을 했다. 약속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해두고 혹시 못 오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만나기로 한 식당에 전화해서 메모를 남겨두라 했다. (친구는 이사 온 바로 옆 동네 산다.) 익숙지 않은 동네긴 하지만 멀진 않고 그 근처는 가 본 적이 있어서 미리 지도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나섰다. 스마트밴드를 못 찾아서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나왔는데, 다행히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 도착했다.
1700 – 1830 저녁식사
친구에게는 미리 핸드폰 없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해둔 상태였다. 친구도 내가 제시간에 나올지 은근히 걱정을 한 모양인데, 다행히 늦지 않고 식당 앞에서 만나 같이 들어갔다. 핸드폰 없이 나와 익숙한 카페에 간 적은 있지만, 친구를 만나긴 처음이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는 핸드폰이 없다는 자각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대화가 뜨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핸드폰이 필요한 대화도 없었다. 음식 사진 찍어서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할 때를 제외하곤? 저녁을 먹고 근처 호떡집에 가 주문을 했는데, 현금과 계좌이체만 가능한 가게라 친구가 핸드폰을 꺼내 계좌이체를 하는 걸 보고 “어? 내 핸드폰 어디다 뒀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너 핸드폰 집에 두고 왔잖아."
1900 – 1950 다이어리&글쓰기 at 카페
식사한 그 근처에 투썸플레이스에 갔다. 투썸에만 있던 롱블랙커피가 단종됐다고 한다.
낮잠도 자고 나왔는데, 배가 부른 탓인지 피곤하고 졸리다. 지금 집에 가면 그대로 뻗어버릴 거 같아서 카페에 앉은 김에 이번주에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독서 시간을 가져본다.
1950 – 2120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2200 집 도착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폭이 좁은 골목길에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또다시 몸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에도 같은 길을 지날 때 골목길 한가운데서 춤도 아닌 것이 체조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몸을 푸는 듯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 시간 후 그 길로 집에 돌아갈 때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길래 경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날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편에는 경찰관 두 명과 젊은 남자 둘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찰나 지나가며 경찰관이 하는 말을 들었다. "아니, 본인 의지로 체조하고 있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요." 살짝 격앙된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그 아저씨가 그 자리에 나와 그런 행동을 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꽤 자주 있는 일인 모양이다.
그러게요. 혼자서 체조(?)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요. 인도가 아닌 길이라 위험할까요. 아니면 행인이 무서움 혹은 위협을 느낄까요. 모르겠습니다.
2200 – 2230 집 정리
집 정리가 끝나질 않는다. 아직 배송 오지 않은 가구들도 있고, 옷 정리도 하나도 못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