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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팅힐 Oct 10. 2024

나를 살려준 둘째 아가가 태어났다

이제 나만 수술 잘 받으면 모든 불행은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내 몸속에 커다란 혹이 있다는 사실보다

지금은 건강하게 둘째를 낳는 게 먼저라
걱정은 출산 후로 미루고 지냈다.

아니 미룬 것처럼 억지로 생각하며 지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왕절개 수술 하루 전 입원날..

평소처럼 첫째를 등원시키고 입원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가려고 엄마랑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말 안 해도 다 아는 듯 끌어안고 펑펑..

남들처럼 내 몸이 건강했고 뱃속 둘째가 건강 이상이 없었다면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찼을 순간들일 텐데..

​입원을 하고 첫째가 잘 시간이 다 되어가서 영상통화했더니 왜 엄마 안 오냐고 빨리 내 옆에 와서 자라고 엉엉 운다..​

엄마 빨리 갈게 조금만 기다려줘..​
우리 꿈에서 만나서 신나게 놀자..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울고 그 모습 보고 있던​
화면 속 친정엄마도 엉엉..
엄마 수술 잘 받고 얼른 갈게..​

사랑해 아들
사랑해 엄마


다음날 아침.. 사랑스러운 둘째를 만났다


제왕절개수술이야 이미 첫째 때 경험해서

수술 후 얼마나 아픈지 잘 알기에 각오는 했었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다

하반신마취를 하고 아기를 보여주고 날 재워주겠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후처치 때 수면마취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아기가 나온 후에도 나는 깨어있는 상태로

의료진의 목소리부터 수술도구소리까지 모든 걸 듣고 느꼈다. 그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웠다..

하반신마취라 감각은 없지만 내 뱃속을 헤집는 중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으면서 별의별 상상 속에서 일분일초가 끔찍했다

내 인생에 이런 무서운 경험은 이게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면서 겨우 견뎠다. 결국은 아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신장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둘째는 니큐에 들어갔고 2주 동안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둘째 퇴원 날 검사 결과를 들었다


오른쪽 신장에 혹이 생긴 것이 아니라 아예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그 외 모든 부분은 문제없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신장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 둘째는 남은 신장 하나가 아주 건강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 말고 평범하게 키우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물론 신장에 무리 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함께..


그래.. 사람이 신장이 두 개인 이유는 있을 테니까..​


​둘째도 건강하게 퇴원했고 이젠 진짜 나만 남았다..

나만 수술 잘 받고 회복하면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란 생각에 조금은 기뻤던 것 같다..

그땐 분명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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