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나야? 왜 하필 지금?
드라마에서 봤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눈만 뜨면 생각했었다
왜 하필 나일까? 왜 하필 지금일까?
진단받기 몇 달 전 첫째가 가와사키병으로
입원을 했었다
그 당시에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는데 마침 내가 봤던 에피소드가
임신 중 유방암에 걸린 환자 이야기였다
나도 임신 중이라 그런지 몰입해서 봤었는데
한편으론 임신 중에 유방암이라고??
역시 드라마라 그런지 좀 극적인걸 원해서
저런 에피소드를 넣은 건가??
엄청 확률이 적은 일 아닌가?
하고 스치듯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맙소사.. 내가 암이라고?
그것도 한 달 뒤면 출산인데?
수술만 하면 괜찮을 거라는데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며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었다가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하고 살았길래 임신 중에 암 진단을 받는 거지? 또 괴로워하고..
산부인과 교수님께선 아마 임신 초기에 알았으면
아기를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건강하게 잘 커줬으니
낳고 수술 잘 받으면 될 거라고 위로하셨다..
그리고 어떤 친구도 그랬다..
둘째가 복덩이라고.. 둘째 임신 덕분에 혹이 있는 걸 빨리 알았을 거라며 엄마 빨리 치료받으라고 알려주는 거란다
그 말들도 다 맞는 말이고 고맙고 위로가 됐었지만
사실 그때의 난 그 상황 자체가 너무 힘이 들었다
주위에서 상피내암은 수술만 하면 끝 이래..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그런 말들이
날 위한 말들인걸 알지만 좀 화가 났었던 것 같다
뱃속의 둘째는 신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하고 니큐에 들어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했었다
태어나자마자 고생시키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엄마가 건강하지 못해서 젖도 한번 못 물려보고 힘든 검사받게 해서 또 미안하고..
아이를 품에 안기 한 달 전..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시간에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어차피 둘째 신장문제로 대학병원을 다니고 있던 터라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같은 병원 유방외과로 예약을 했었다
다행히 예약이 빨리 잡혀서 진료를 봤었는데
둘째를 제왕절개 수술로 낳고 2주 뒤 바로 유방암 수술 전 검사를 하고 결과 나오는 대로 수술에 들어가자고 했었던 것 같다
우리 둘째를 안아볼 순 있을까?
우리 첫째는 엄마 없이 떨어져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끝도 없이 하다가 울고 또 울고..
나 그렇게 나쁘게 살았던 것 같지 않은데..
죄짓고 산적 없는 것 같은데..
이제 겨우 30대에 암이라니..
차라리 꼭 내가 아파야 한다면 애들이나 좀 키워놓고 50,60대쯤 아프던가..
일단 우리 둘째가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다..
안 좋은 거 있음 내 뱃속에 다 남겨두고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매일을 이렇게 기도하며 잠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