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즈 산 중턱의 고토히라 총본산 신사신궁
주소 : 892-1, Kotohira, Nakatado District, Kagawa 766-8501 일본
운영시간 : 06:00-18:00
다 먹은 트레이는 셀프로 정리한 후, 고토히라궁으로 출발했다 우동은 양이 많아 남겼지만, 여전히 뱃속에서 우동들이 더 불어 몸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고토히라궁으로 오르는 길이 길고 계단이 많다는 얘기에 소화를 시킬 겸 천천히 올라보려 한다. 고토히라몬젠마치의 길은 굉장히 깔끔하고 넓어서 걷기 편했다. 기존에 다른 관광지에서 보았던 길목은 좁고 사람들이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차량이 다니기도 하게 되면 복잡한 길을 걷는 게 쉽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고토히라궁으로 오르는 길은 천천히 걸어 올라 주변 상점도 하나씩 들어가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상점가에 판매하는 소소한 제품들도 사진을 담아보고, 오르는 계단에서 뒤 돌아 탁 트인 고토히라를 보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토히라궁
'사누키 곤피리상'으로 불리며 사랑받는 신사로, 일본 각지에 있는 고토히라 신사의 총본궁이며 바다신을 모시는 곳이다. 일본 가가와현 나카타도군 고토히라정에 있는 신사로 조즈산 정상의 중간 즈음인 521미터에 위치해 있다. 본전까지 785 계단, 내궁까지 1368 계단을 올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본궁으로 가는 길
사실 모든 여행지를 여행하기 전에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은 아니다. 가다 보니 배우게 되고, 또 궁금해서 읽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 더 많다. 고토히라궁 역시 다카마쓰에서만 지내기보다 며칠 있을 예정이니, 인근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지역만 있어도 좋지만, 근거리에 유명한 장소가 있다면, 또 언제 여길 와 보겠냐는 생각에 욕심을 내 왔던 곳이 바로 고토히라였다. 생각보다 몬젠마치는 조용한 관광지 느낌이라 느긋함이 느껴져 좋았고, 본궁으로 오르는 길도 오랜만에 계단 운동이라 살짝 뻐근한 감은 있어도 여행 와서 운동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괜스레 몸도 가벼웠다. 언제나 앞만 보고 가는 것도 좋지만, 뒤돌아 서서 내가 온 길을 바라보는 것도 묘한 매력이 있다. 고토히라는 오르고 올라야 하는 곳에 위치하지만, 오르는 길에 잠시 옆으로 돌아보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고, 뒤를 돌아보면 높은 곳에서 탁 트인 고토히라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본궁에서 보는 것은 장소성과 일본건축에 대한 나의 느낌이 다 일지도 모른다. 내가 여행하면서 얻고 배우는 것은 그렇게 사람들이 살아가며 믿음을 갖고자 했던 것과, 그들의 삶이 가진 건축적인 의미를 알게 된다는 것이 작지만 하나의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여행은 배움도 있지만, 목표한 장소까지 도달하는 길에 만나는 순간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몬젠마치에서 시작한 가게들은 본궁으로 가는 길에 도리가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100엔이면 대여해 주는 지팡이, 그리고 계단이 시작되어 끝날 것 같았던 상점들은 정말 신사의 시작이 되는 길까지도 이어졌다. 앞만 보고 가며 힘들다 느껴질 때는 옆에 있는 작은 기념품 샵에 눈길을 주다 보면 또 어느새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나라의 홍살문처럼, 신사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도리를 시작으로 조금은 조용하고 경건한 느낌이 생기는 신사의 시작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까지도 갑작스레 계단을 오르는 길이라 힘들긴 했지만, 아직 본궁까지 가는 785개의 계단을 오르지 않았기에 한번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고, 그다음 다시 또 걷기 시작했다. 평지가 있긴 하지만, 정마라 잠시 일 뿐 본궁까지는 계속 오르고 올라야 하는 계단이었다. 가파른 듯싶으면, 잠시 평지처럼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또 조금 쉬었다 싶어 올라갈 힘이 날 때 즈음이 되면, 또 올라가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있는 계단이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일본의 신사 건물은 언제 봐도 새롭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건축물이 아니다 보니 일본에서 만나는 건물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여기에 굉장히 심플하고 조용한 컬러감의 건물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름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다. 항상 일본 만화에서나 보았던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건 언제 봐도 새롭다. 일본을 많이 다녀본 분들이라면 그저 신사구나라고 느낄지 몰라도, 여행을 그리 많이 해보지 못한 나에게 일본신사의 모습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그리고 단청의 색이 화려한 우리의 사찰건물과 사뭇 대조적인 무채색의 거대한 건물은 뭔가 심플한 듯하면서도 조용하고 속을 모를 듯한 일본인을 닮았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본궁까지만 올랐고, 마지막 코스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여기까지만 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조금은 뻐근한 다리와 나의 마음이 타협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네를 배경으로 잠시 서서 사진도 한 장 담아보고, 언제나 신사에서 살 수 있는 작은 부적 같은 것도 천천히 구경했다. 무더운 여름이라 오르는 게 그리도 힘들었는데, 올라서 가만히 신사를 둘러보고 있으니 또 시원함이 가득하다. 그렇게 느긋하게 서서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우동을 먹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여행으로 와서 탱글탱글한 사누키우동을 먹지 않고 올랐다면, 에너지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신사가 이쁘기는 했지만, 그곳에서 그리 느긋하게 할 만한 것이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찰에 가는 것도 풍경과 어우러진 그 장소와 그곳으로 가는 길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지, 막상 건물의 구조와 디테일을 공부하러 가는 목적은 아니었기에 항상 그때의 모습을 기억에 남기게 된다.
다시 내려가는 길.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은 훨씬 쉬웠다. 모르는 장소 그리고 목적지까지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막연함에 더 긴 듯 하지만, 한번 올라와 본 길은 다시 내려가는 게 왜 그리 빠른지 모르겠다. 같은 거리라도 앎의 차이가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새 신사의 시작인 조용한 입구까지 내려와 마음이 더 편해졌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상점가로 내려가기 전에 높은 고토히라에서 아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담았다. 그리고 양쪽에 서 있는 건물 모습에서 일본여행의 기록도 남겨본다.
오를 때에는 올라야지 하는 생각에 보지 못했던 가게들을 조금 더 느긋하게 들여다보고, 보지 못했던 음식점이나 카페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면 막상 올라가는 게 내심 걱정이었나 보다. 내려오는 길은 뭔가 마음이 편해서 이리저리 더 둘러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냥 신사 한번 올랐을 뿐인데 , 뭔가 하나 해낸 것 같은 그런 만족감은 무엇인지 참 신기하다. 다시 몬젠마치로 내려가는 길에 만나는 조용한 일본 마을의 풍경, 겨울이 되면 또 한 번 만나보러 가야겠구나.
▶고토히라의 풍경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보니 또 다른 조용한 고토히라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계속 올라야 하는 고토히라궁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이 신사가 일본인들에게도 가보고 싶은 곳이구나 나는걸 새삼 느끼게 해 준다. 힘들지만, 올라서 나의 소망을 담아보는 고토히라궁의 의미를 만나보러 가는 길이다.
▶이어지는 계단과 지팡이
사람들이 꾸준히 오르는 계단,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걷는 길에 친구 같은 존재인 지팡이가 눈에 띈다. 홀로 걸어 오르는게 어렵다면, 아래에서 지팡이를 하나 대여해 의지하며 올라보는 것도 좋다.
▶고토히라궁
일본영화에서나 보았던 신사의 모습이다. 의미 있는 건물인 만큼, 고토히라궁을 알아보는 것도 좋고, 그저 산속에 있는 조용한 신사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그때의 순간으로, 조용한 일본건축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