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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 날 화성 궁평항

마음의 위안을 받고 싶은 바다 드라이브

by 키메

나도 모르게 ... 이유는 있었겠지만 그 이유를 모를 때 나는 한마디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라고 종종 말하곤한다. 사소한 말다툼에 신경이 곤두섰을 수도 있고, 사람들 틈에서 소외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누군가와 얘기하면 나도 모를 서운함이 생길 수도 있고, 날씨에 아플수도, 일하기 싫은 마음에, 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하는 때 일 수도.

그렇게 나는 가끔 곳곳의 일에 나를 합리화하려 컨디션 난조를 앞세워 그 일을 모면하려 하는 때가 있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 또는 텔레비젼을 보며, 술 한잔하며,수다를 떨며, 쇼핑을 하며, 책을 보며 그 시간을 잊기도 하지만 나는 혼자 여유로운 장소를 드라이브하며 보지 못했던 주변을 발견하는 재미에 가끔 마음이 풀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매일 짐을 싸들고 가보지 못한 곳을 또 그리 가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날은 마냥 날이 좋아서. 단순히 그 이유에 집안에서 창밖을 보는 풍경이 내내 나를 이끌어대는 듯했다. 사실 뚜렷한 목적지가 있었던게 아니었던 터라 휴대폰으로 어딜 나가볼까 하며 계속 서칭의 서칭만 반복하는 날이었다.

여느날과 다를것 없이 어딘가에 가고 싶지만 목적지가 뚜렷치 않을 때 계속 손과 머리는 장소를 마침 찾아내거나 포기하기 전에는 잘 내려 놓지 않는다. 그렇게 뒤적뒤적하던 여행지로 나는 화성 궁평항을 찾았다.

이전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화성 송산포도 축제를 그곳에서 한다는 소식에 처음 알게되었던 궁평항. 물론 그런 축제의 장소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 전부터 유명했던 곳이겠지만 어디든 내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축제를 통해 가 보았던 그곳의 첫인상은 '정신없음'이었다. 여느 축제든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아 북적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 않은가? 주차장 들어서는 입구부터 푸트드럭과 축제를 보러가고 나오는 차들에 이리저리 산만하긴 마찬가지니 평소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자세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날은 꽤 궁평항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서칭하면서 찾았던 이곳, 그런데 가보니 참 매력이 샘 솟는 곳이다. '그래 내가 원했던 건 이런거였잖아.'









내가 원한 바다




사실 내가 다른 분들에 비해서 그리 전국을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여행 블로거로 여행하며 다니는 곳은 내륙보다는 참 바다를 좋아했구나, 라는 점이었다. 이번에 글을 쓰며 추려본 마음에 드는 장소가 대부분 바닷가 부근인걸 보면, 나는 참 조용한 산속이나, 사람없이 파도소리와 햇살이 점차 사라지는 밤 바다 보다. 쨍하게 햇살에 비춰지는 물결 위의 바다와 그리고 깨끗한 하늘에 거닐기 좋은 맑은 바다를 참 좋아했구나를 새삼 느낀다.


그렇다고 모든 바다가 다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감정에 이끌리는 바다가 있고, 단순히 바다구나! 라고 느낌표로 마감하는 바다도 있다. 겨울바다의 쌀쌀함은 쓸쓸함을 주어서인지 그리 기억에 남지 않고, 나는 한여름의 쨍하디 쨍한 맑은 바다나 가을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비춰지는 은은한 바다를 참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이번에 더 알게 된 것 같다.


궁평항으로 가는 길은 참 드라이브 하기 좋다. 화성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땅덩어리가 굉장히 큰 동네인데, 이 곳에서도 궁평항은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그 속까지 들어가는 길이 제법 길다. 바다로 향하는 길은 농촌마을을 지나 바다마을로 진입하게 되는데, 방파제 위를 달리는 다리가 제법 뷰가 멋지다. 평일에 나가게 되면 주변에 차도 사람도 없다보니 오롯이 하늘 아래 도로 위를 나만 달리는 느낌이랄까? 언제나 얘기하지만, 그것도 타이밍이지만....









마음이 여유롭고 싶다.





나만 그럴까? 한참 잘 지내다가도 갑작스레 기분이 다운되는 날이 있다. 사실 무엇때문인지 나의 바이오리듬이 깨진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그렇게 에너지가 소모되는 날이면 사람들이 붐비는 곳 보다 나는 혼자있는 시간으로 조금 마음의 위안을 받고 싶은 날이 온다.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을때도 있고, 그냥 혼자 집에서 텔레비젼을 시청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왠지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을 해서 엉엉 소리내어 울다가 또 그치고 충혈된 눈으로 한두시간을 멍하니 있는 날도 있다.


오늘은 그것보다는 조금 밝은 해변을 걸으며 기분을 리프레쉬 해보고 싶은 마음에 화성 궁평항을 찾았다. 드라이브 하면서 한두시간 거리에 있어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음악들으며 햇살 따가운 날에 달리는 차 안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니까.

예전에는 그리 두물머리가 좋아서 드라이브 가고 싶은 날이면 열심히 양평으로 달렸던 나였는데, 이제는 양평이 꽤나 먼 거리가 되다보니 또 그곳에 적응하며 곳곳의 장소를 다녀오게 된다. 아마 내가 서울경기권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또 나름 다른 곳을 찾아 내가 혼자서 어딘가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시간을 달려 음악을 들으며 도착한 곳이 바로 화성 궁평항. 다른 항구와 달리 짭조름한 바닷가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사실 바다를 좋아하긴 하지만, 항상 말리는 건어물과 미역 때문에 바닷가에서 나는 뭔가 특유의 짭조름함이 가끔은 바닷바람에 거북할 때가 있는데, 이곳은 회센터가 크게 있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바다냄새가 없어서 콧바람 쐬기 정말 좋았다.

운전하며 만나는 하늘은 내가 드라이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가 없는 평일 낮에 시원하게 달리는 도로도 좋지만, 그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파란하늘에 구름 보면 그리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다.

혼자 있고 싶은 날에는 그렇게 오롯이 나만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한두시간이 큰 에너지를 채우게 해준다.

가슴에 남아있던 뭔가 모를 답답함과 어두움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느낌. 온전히 그 느낌이 다 사라지진 않는다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도 잠시 이렇게 사그라들어 숨어있다가 또 어떤때가 되면 다시 튀어 나오는 것처럼 감정이라는게 참 여기저기 숨어있다가 불쑥 튀어나오는 날들이 참 어색한 순간이 있다.









조용한 날의 쨍함, 궁평항







궁평항



경기도 유일의 국가어항이자 공룡알화석지로 유명한 곳이다. 궁평항이 위치한 궁평리라는 곳이 고려 초부더 궁궐에서 관리하던 들녘이 많았떤 곳이었기에 궁들로 불리다가 궆영리나느 한자 지명으로 바뀌어 현재 궁평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날 궁평항만한 바퀴 걸으며 산책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궁평항 근처에는 궁평어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장과 궁평유원지도 있고 해송숲도 조성되어 있다.

특히 남쪽 방파제에는 길이 193m의 잔교형 바다낚시터 피싱피어라는 곳이 있어서 이곳에서 바다 풍광을 즐기며 낚시도 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로 여행지로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내가 갔을 때에도 이곳에서 바다 낚시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낚시를 할 줄 모르지만, 낚시하는 분들을 보면 조금은 그 마음이 이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그 지렁이를 꼽아서 하는 낚시가 뭐가 좋을까? 물고기가 오길 기다려야 하는 마음이 뭐가 재미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은 그렇게 잔잔하게 가만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쉬어가는 멍함이 참 사람의 여유로움과 생각의 정리를 가져다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몸과 생각이 나이듦도 있겠지만, 뭔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생각들이 조금은 더 깊어지고, 상대방의 생각을 함께 하려는 노력이 더 많아진다는게 아닌가 싶다.

이전이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모습들을 내가 한다던가. 아직 완벽히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된 모습이 아닐지언정 그사람의 그런 마음을 조금은 알듯해 수긍하며 일부는 내가 지나친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이 여유로워 졌다는게 아닐까? 아니면 세속적인 삶의 모습에 조금은 나도 찌들어 그렇게 합리화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조금은 동조하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된 것 또한 생각의 나이듦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깨끗한 바다의 산책로



바닷길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길은 아니다. 항이라고 해서 다들 이렇게 긴 잔교 형태로 산책로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름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바다의 조건이란, 맑은 날씨에 화난 파도가 없는 잔잔함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뷰는 기본이고, 여기에 냄새가 나지 않는 깨끗한 해안선이라는 것 또한 내가 선호하는 바다의 모습이다. 볼거리와 함께 사진 찍을 만한 포토존이 잘 설치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사실 궁평항은 이런 조건이 모두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넓은 주차장도 방문하기 편한 공간이라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방파제 위의 산책로 또한 ' 이 길을 한번은 끝까지 거닐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의 목표를 가져다 주는 곳이다.


항상 바다를 보면서 느끼지만 ' 어떻게 저렇게 색깔이 예쁠까?' 하는 것은 공통된 질문이다. 제주바다의 색깔도 좋았다. 사실 궁평항 바다에서 내가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물은 흙탕물이었지만, 점점 더 멀리 내 발끝에서 멀어지는 바다색깔은 하늘과 맞닿아 하늘 인 척 하는 잔잔한 푸른빛이 참 오묘해보였다.

내 발 빝에 있는 곳이 사선으로 된 시선이라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만, 발끝에서 느껴지는 물이었다면 조금은 더 깨끗한 바닷가였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드는 구나.








노란등대



바다에 가면 보이는 등대, 여긴 등대도 참 깨끗하고 색깔이 예쁘다 . 곳곳의 항구에서 만나는 등대이건만 꼭 가면 또 다시 그곳에서 인증샷을 찍게 된다. 보면 같은 듯 비슷한듯한 장소인것 처럼 보여도 나름 또 다름을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등대. 이곳 궁평항에서도 빨간등대와 노란등대가 있던데 내가 걷던 길에서는 노랗고 작은 등대 앞에 서서 사진의 나의 이날을 담아보기에도 충분했다.

가끔 셀카라는 것이 사진을 담아 어딘가에 인증하고 보여주기식의 SNS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때 그때의 나의 추억을 담아 뭔가 기분과 상황 그리고 순간을 기록한다는 수단으로도 참 연속해서 찍어 모아보는 것도 큰 재미가 있다.








궁평 낙조길



화성8경 중의 하나 궁평낙조길. 바닷가를 거닐며 만나는 저녁의 지는 햇빛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참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다들 멋진 야경찾아, 밤의 태양을 만나러 그리 드라이브와 함께 야경나들이를 떠나는 여행객들이 많은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여행하면서 저녁까지 바깥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보니 나는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리집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멋있어서 항상 감탄하고 있지만, 바다에 일렁이며 떨어지는 태양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는 한다.

궁평 낙조길은 이러한 궁평항의 해가 지는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야경명소로도 손꼽히는 만큼 궁평항의 낮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밤의 여행을 찾아가고 싶다면, 꼭 한번 궁평낙조길을 거니는 것도 추천 한다.








공룡알 화석지 그리고 갯벌체험장



궁평항 주차장 입구를 나와서 수산시장이 아닌 반대편 갯벌이 보이는 쪽으로 거닐게 되면 궁평낙조길을 따라 한쪽 벽면에 가득한 공룡알화석지를 만날 수 있다. 자연관찰을 하려고 하는 아이들에게도 다녀오기에 좋은 지층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서, 지형에 대한 공부를 하기에도 참 괜찮아보였다.

이렇게 단순히 산책을 하러 나오게 되더라도, 그 곳에 대한 작은 설명 안내도를 보기만 하더라도 장소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길이었지만, 요즘에는 곳곳에 가면 안내도와 설명을 한번쯤은 읽는 편인데, 이렇게 하나둘씩 읽어가는 재미가, 여행하면서 몇년이 쌓이다보니 조금은 여행지의 장소에 대한 정보를 내 스스로 머릿속에 써머리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게 정보도 하나씩 얻어가다보면 뭔가 머릿속이 또 개운해지는 느낌이랄까? 첫 시작은 마음의 비움으로 뭔가 편안함을 가져보려 오게 되지만, 이렇게 거닐며 또 장소 속에 들어가 보면 그곳에 대해 하나둘씩 뭔가 또 알아가는 재미가 생긴다.


내가 갔던 시간에는 물이 나간 시간이라, 아래에 길이 고스란히 보였다. 서해안의 갯벌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 갯벌체험을 하고 싶다면 미리 홈페이지 등에 나오는 체험가능 시간을 체크해보고 예약을 하는것이 좋다. 산책하러 나간 이날, 만약 물이 들어왔다면 이렇게 바다의 길을 또 만나지 못했을 텐데 . 이날은 체험하지 않는 나에게 운이 좋게도 더욱 바다 가까이를 거닐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안녕, 궁평항.









그냥 무작정 걸었다. 따로 뭔가 할 것도 없었고, 단순히 드라이브 겸 햇살도 쐬며 거닐어 보고 싶었던 목적 그대로 다른것 없이 하늘 보며 걷고 바람 맞으며 기분을 가볍게 하고 싶었다. 그런 목적지에 잘 어울리는 곳이 화성 궁평항이 아닐까? 사실 드라이브도 해보고 싶고 조금 느긋하게 다녀오고 싶은 목적지를 가보고 싶은 날이 있는데, 경기도 인근에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었다. 사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태안이나 충남 서해안으로 더 내려갔다 와도 좋았지만, 경기도 인근에서 너무 멀지 않게 다녀오기에는 시원한 바다의 산책로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마음을 조금은 편안히 할 수 있었다.


기분이 우울한 날에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싶은 날. 조금은 나를 편하게 풀어주고 싶은 날에 굳이 바다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그보다 좋은 쉼은 없다. 사람이 없어서 조금은 여유롭게 거닐며 다녀오기 좋았던 궁평항. 여유롭게 드라이브 하고 싶은 날 밤 바다도 거닐어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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