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랄랄

제주의 검은 바다, 삼양검은모래해변

by 키메


제주의 검은 바다, 삼양검은모래해변






- 위치 : 제주시 삼양이동 1960-4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즈음에, 제주의 바다가 에메랄드빛이라면, 이날의 흐린 날씨와 마주한 제주바다는 모래부터 하늘 그리고 나까지 모두 검은 날이었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검은 날은 아니었다. 다만, 제주를 여행하며 처음으로 만나는 뭔가 어둡고 쌀쌀함이 가득했던 터라, 여태 보아왔던 제주바다와는 사뭇 다르구나라고 느꼈던 제주의 검은 바다. 마냥 제주라고 하면 밝고 맑고 투명할 줄 만 알았던 나에게, 또 다른 모습의 제주를 마주할 수 있었던 장소였다.


꼭 이곳을 들를 생각은 아니었다. 제주를 여행하며 항상 관광지만 많이 들른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번에는 제주드라이브하며 제주의 손꼽히는 리스트에 놓인 바다 외에 나도 가보지 않았던, 조금은 그냥 지나쳤던 , 가보지 못한 바다를 둘러보고 싶었다. 그렇게 지도를 보면서 찾았던 날에 만난 검은 바다. 제주공항에서 차를 몰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삼양해수욕장을 찾았다.











제주는 섬 가장자리를 따라 달리면 어디에서는 바다뷰를 만날 수 있고, 중앙으로 올라 한라산으로 향하면 제주 숲을 만나기 좋다. 곶자왈부터 오름까지 푸르름의 숲을 만나보는 여행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산을 오르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이날도 바닷길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를 택했다.

제주는 생각보다 넓고, 바다에 앉아 잠시 걷다 보면 시간도 금방 흘러, 사실 하루동안에 많은 곳을 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가고 싶었던 목적지가 꼭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보고 싶은 바다에서 곳곳에 여행지가 더 많았던 곳이 동쪽이었기에 이날은 동쪽으로 달리며 지도 속에 들러볼 수 있는 바다를 찾았다.

삼양해수욕장은 제주공항에서도 차량으로 20여분 소요되는 거리로 부담 없이 제주도심을 벗어나 만나는 조용한 바다였다. 앞에는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지만, 사실 그리 넓진 않았다. 다른 유명한 해수욕장들의 대규모 주차장에 비하면 10대 남짓한 주차장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규모도 조금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날이 흐려서였을까? 비가 올 것 같은 제주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겨울에서 봄에 넘어가는 추운 날씨였기 때문일까? 삼양해수욕장은 조금 조용했고, 손에 신을 들고 바지를 걷어 올려 걷는 4050대 사람들, 그리고 개를 데리고 와서 뛰놀게 하는 사람들 외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는 아니라서 꽤 조용했고, 관광지가 아닌 동네에 온 듯한 기분에 마음도 더 편했다.










- 제주의 검은모래해변 : 더욱 단단한 묵직함 느낌의 검은 모래


상대적으로 관광객에게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금은 소박한 해수욕장이다. 화산암편과 규산염광물이 많은 세립질 모래로 이루어져 검은 모래의 특징을 가진 해변으로, 이 모래는 태양열에 뜨거워졌을 때 그 안에 몸을 파묻고 찜질을 하면 신경통 및 관절염에 좋다고 알려져, 매년 뜨거운 여름에 많은 관광객이 모래찜질을 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 조용한 바다와 산책 : 바다파도 소리 > 사진 셔터소리


나도 관광객이다. 하지만 너무나 북적이는 관광객 속에서 또 다른 제주 관광을 하고 싶은 이유는 아니기에 조금은 조용하게 혼자 있고 싶은 날에 가기 좋은 바다다. 북적임 속에 북적이는 일원이 되고 싶은 날이 있고, 조용함 속에 고요하게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이날 날씨가 쾌청한 날은 아니었지만, 뭔가 쓸쓸한 바람에 조용하게 혼자 걷기에는 참 좋았던 배경이 아니었을까? 조용한 바다와 강한 파도소리, 그리고 뭔가 느긋함이 함께 했던 바다 나들이었다.





- 모래 위의 발자국 : 손에 든 신발, 걷어 올린 바지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던 산양모래해변이지만, 그 해변 위에서 가장 많이 본모습은 바다를 뒷 배경으로 좌우로 걸어 모래 위에 산책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왜 그리도 다들 한 손에 신을 들고 바지를 걷어올려 걷고 또 걷는 걸까 했었는데, 이곳이 태양빛이 가득 머금게 되면 건강에도 좋은 곳이라 그렇게 걸었구나 라는 걸 이 글을 적으면서 알았다. 알갱이 굉장히 고아서 밀도가 높은 모래알은 무게를 담아 걸어도 그리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래 위에 또 걷고 걷는 사람들에 또 생기고 사라지는 발자국이 참 묘한 모래다.









하필, 내가 찾은 이날 날씨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느낀 삼양해수욕장은 참 어둡고 조용한 바다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한 바퀴 해변을 걷고 다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보니 건물 사이에 놓인 작은 계단에 이쁘게 인증샷도 담을 수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요즘에는 제주에도 서핑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곳 삼양해수욕장에도 서핑 그림과 함께 앞에 서핑샵이 있는 걸 보니, 여름에는 꽤나 서퍼들의 사랑을 받는 환한 해수욕장이겠구나 싶었다. 이날은 아마도 우연히 내가 본 삼양해수욕장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 주차장에서 본 제주 그림


주차장에서 해수욕장에 들어서며 만난 그림, 제주는 바다에 욕탕이 있어 이곳에서 즐겼다고 하지 않는가? 곳곳에 야외 욕탕의 모습이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는데, 여태 본 그림들 중에서 설명이 가장 명확하고 잘 그려진 벽화그림이었다.






▶ 삼양검은모래해변


검은 모래해변 따라 걷는 것도 좋고, 데크가 되어 있어 바닷길을 따라 바로 앞에서 파도를 마주할 수 있는 이 길도 좋다. 모래사장은 해변을 맞닿은 느낌이라면, 이곳 데크는 파도를 맞닿은 느낌이다.





▶ 검은 모래, 검은 바다


모래가 검어 물속도 검었다. 그래서 더욱 하늘도 검은 듯이 보였던 그날의 풍경이다. 검은 듯해도 모래는 더 고왔고, 검어서 더욱 대조적으로 하얀 파도도 더 크게 보였던 날, 여태 본 다른 제주바다와 사뭇 달라 더 기억에 남는 삼양검은해변의 풍경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2월엔 여기야, 제주 크리스마스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