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가득 했던 공주 마곡사
우비를 입어도 첨벙하던 그대
참 작으면서도 큰 나라다. 여행을 하다보면 날씨에 대한 놀라움이 생기는 날이 종종 있다.
우리동네는 너무나 맑아 드라이브 즐기자며 신나게 출발했더니 어느 순간 먹구름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기어코 도착한 장소에서는 한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우수수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
이 날이 그랬다 공주로 내려가는 길에 잠시 맑았던 날씨는 도착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잠시 였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순간이 제일 좋았다. 찔끔찔끔 내리는 비에는 가랑비에 젖을 옷을 걱정하지만 막상 어찌할 바 모를만큼 비가 오는 날은 차라리 그 비를 포기하고 즐기게 된다. 옷이 젖어도 신발이 젖어도 갈 길이 멀어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괜찮아, 오늘은 비가 오나봐.
주말의 고민
나는 왜 집에 가만히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분은 내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나도 왜 이리 힘들게 돌아 다니고 있을까? 자문해보기도 한다. 역마살인가? 다니면서 뭔가가 행복한 느낌. 사실 그에 대한 해답은 아직 모르지만, 뭔가 내가 집에서 있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이 든다 . 물론 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걷고 보고 새로운걸 찾는 걸 좋아하다보니 항상 나가려고 하는가보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나의 여행에 대한 합의점이며, 합리화 이다.
마곡사에 가보고 싶어.
사실 서울 경기권은 가볼 만큼 가봤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오산이고 가볼 곳이 너무 많지만, 내가 가보고 싶었던 녹음이 가득한 수목원부터 바다는 자주 가는터라 새로운 자연을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어딜가볼까 물꼬를 트는 얘기는 "우리 뭐하지?" 라는 말이다.
사실 나에게 여행은 호텔이 정해지고 나면 주변을 찾는경우가 있다. 이런날은 미리 계획된 여행이다. 반면 당일치기로 떠나는 여행은 계획없이 그때 그때 생각나는 여행지를 찾는다.
우리부부는 둘 다 건축을 공부했다. 그래서 건축과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행지를 가는 경우도 있다. 공통점이라면 우리가 좋아하는건 심플한 현대건축도 좋아하지만 고건축 찾아 떠나는 일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공부한 덕에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 건물에서 봐야하는 포인트도 알려주지만 아이들은 도통 관심이 없다.
그렇게 꺼낸 마곡사 얘기에 자신이 예전에 스터디하며 동아리에서 가봤다며 오랜만에 가보고 싶다고 동의를 한다.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무조건 go!
주말이 걱정인 이 분
여행 한켠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분은 워커홀릭이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높은터라 힘든 일에 크게 내색하지 않지만 가정에 대한 애정이 높아 잘 돌봐야한다는 무게감이 크다. 그래서 항상 일을 끊임없이 하고 일에 대한 힘듦을 크게 토로하지 않는다. 자칫 이런 부담이 스트레스가 되어 큰병이 된다는 점이 내 인생 최고의 걱정이지만 그래도 우린 그렇게 또 걱정하며 살아가고 또 일상을 보낸다.
아무튼 이 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주변에 많은 일들이 발생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바로 나'다.
사실 나 역시 잔소리가 없다. 그 흔한 '누구랑 여태 뭐한거야?술 좀 그만마셔. 왜 안와? 여자분을 만나도 ok 친구 만나서 밥 먹어도 ok 늦게와도 ok 외박 공지만 한다면 ok 그래서 크게 아마 나에게 뭐라 할 일도 없을거다. 나쁜짓 안하고 공지만 한다면 뭐든 ok 이니까.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일을 하다보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분 역시10년 넘게 일하며 칼퇴근은 생각해 볼 수가 없다. 직장과 집의 거리가 있어 차막히는 시간 피하고, 야근하다보면 집에는 항상 9-10시 도착이 일상이었다.
집을 워낙 좋아해서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가족들과 시간 보내야지 하며 같이 움직이려는 마음이 고맙다.
그런 마음을 알면서도 오늘도 떠나자!는 고민을 하는 내가 나쁜거겠지?
당신의 기억
"나도 한번 가봤던 거라 기억이 정확치는 않아. ㅇㅇㅇ형 차 타고 가면서 그때 되게 무서웠던 기억이야. 엄청 구불구불한데 거길 누워서 운전을 했는데, 그 땐 아무소리 못하고 그냥 있었지. 그때 왜 그랬나 몰라." 그래, 선배라고 하기엔 애매한 사이지만 아무튼 우리과에 그런 사람이 하나 있었다. 돈많고 건들거리고 애들한테 막 대하는...학교때 인상 안좋아서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 우연히 만났는데, 와우!속으로 솔직히 놀랐다. 그야말로, 인간 됐네. 였다.
아무튼 우리는 가는 길에 소소한 그의 추억담을 들었다. 기억이 잘안난다는 둥, 거기 그런데가 있었던것 같아, 나도 그런곳 좋아한다, 분위기가 좋았다, 그 시절 가진 건축에 대한 열정과 그렇게까지 왜 그리 건축에 매달렸지? 하는 그의 자조 섞인 말들도.
그렇게 다녀온 곳은 추억을, 그때의 나를 기억하게 한다.
가보자 공주로! 풍경의 마곡사 가는 길.
어쩐일인지 고속도로를 가더니 이내 아산에서 내려 네비게이션이 국도를 가리킨다. "지난번에 공주 갈때는 공주알밤휴게소 들러 고속도로로 가더니 왜 아산에서 내리게 한데~~" 갑작스런 국도 길로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에 한소리 해본다. 이내 왕복 2차선도로로 진입하는 시골논길. 그래도 마냥 좋다. 편안하게 높지 않은 산. 길가에 여유롭게 띄어진 집들 , 종종 나오는 천 , 넓은 들판.
'그래! 이런 모습이 좋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보다 풍경보며 드라이브 하는 기분. 머릿 속에 가득했던 생각들이 다들 그냥 사라지는 느낌이야.'
아이들 스케쥴정리, 오늘의 밥, 내일 할 일, 누군가를 만나 기분 나빴던 생각 그래서 머릿 속에 고민하던 일들. 모두 사라지고 오롯이 눈 앞에 펼쳐진 평화로움에 자연스레 편안한 손을 잡게 된다.
그렇게 논 밭 담장 너무 꽃과 넝쿨이 있는 길을 지나 살짝 오르막이 시작한다. 슬금슬글 오르던 길은 어느덧 꼭대기에 다 다랐고 차는 슬슬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가 포인트!
시원하게 트이는 도로 양쪽으로는 밤송이처럼 동글동글한 나무가 줄 지어 서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땅의 끝. 그리고 산을 깎아 만든 도로라 골짜기처럼 갈라진 산 중간으로 양쪽에 솟구친 산은 이 길을 달릴 때 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나는 이길이 제일 좋았다. 그래서 공주를 가며 국도를 지나는 걸 좋아하게 됐다.
곧은 고속도로의 깨끗함도 좋지만 마곡사 가는 국도는 그리 막히지 않아 편하게 풍경에 집중 할 수 있다. 공주의 구불한 도로의 느릿함과 충청도 민심처럼 둥글둥글한 브로콜리 같이 귀여운 나무를 만나보고 싶은 날은 국도로 가보자.
밥 먼저 먹자.
마곡사 가는 입구에 어마어마한 주차장이 있다. 그 분은 점점 마곡사에 가까워 질 수록 더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왔던곳이 아닌가봐... 가끔 우리의 기억은 추억하고 싶은 것만 담기도하고 시간이 지나 흐릿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전에 가봤던 곳이라 할지라도 그 곳을 다시 만나게 될 때, 비로소 변함에 대한 감탄과 아쉬움은 다른 감정으로 장소를 대면하게 된다.
처음 마곡사를 찾은 나에게 첫 인상은 관광지였다. 구불구불한 산 길을 따라 갈 때만 하더라고 이곳은 너무나 구수한 산동네의 어느 산장으로 가는 길 같더니, 마곡사 입구가 가까워 질 수록 대형 마을이 생겨났다. 고속버스가 서는 넓은 주차장이 조성 돼 있고, 그 주차장 가장자리도 수십개의 한정식부터 백숙 등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음식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아침부터 출발한 터라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당에 우선 들렀다.
메뉴는 다들 비슷하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집은 앞에 나무그네가 있어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갔던 식당으로 선택했다.
서울식당
나는 종종 식당에 가면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궁금한 집이 있다. 사실 이곳도 마곡사에서 만나는 서울식당이었다. 이름이 '서울식당' 여긴 공주였는데 이곳에서 서울식당을 만나게 되면, 이곳 주인분이 서울분인가? 아니면 서울 사람이 찾아오라는 뜻인가? 라는 뭔가 이름에 대한 생각이 함께 하게 된다. 분명 우리의 이름은 그냥 짓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항상 의미를 담아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과연 이곳은 왜 서울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우선 푸짐한 한상과 따뜻한 국물요리에 뇌 보다는 숟가락이 먼저다.
마곡사 서울식당
사실 나에게 충청도는 참 두가지 이미지가 있다. 느긋함과 여유. 그 두가지가 참 부러운 동네이기도 하다. 물론 전체적인 충청도에 대한 이미지 일 뿐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들의 말투에서 느끼게 되는 유~ 하면서 길어지는 소리는 참 사람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느껴져 편안함을 가져온다. 여기에 항상 오면서 보게 되는 넓은 들판. 뭔가 뾰족하고 갇힌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도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넓은 들판처럼 편안하고 고요한 풍경 때문일까? 그들의 마음 역시도 푸근함이 느껴지는 상차림에 대한 이미지는 이번 마곡사 밥상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불한 가격은 1인분에 18,000원이었다 .아마 지금은 가격이 올랐을 듯 하지만.. 아무튼 그때에도 이 가격에 이렇게 푸짐한 상차림은 흔한 상이 아니었기에 참 인심이라고 해야하나? 넉넉함을 느끼며 밥 한끼 먹을 수 있었던 집이다.
식사메뉴로 이곳의 풍광과 어울리는 산채더덕구이를 주문했다. 생각했던것보다 더덕구이와 찌개 그리고 도토리 묵과 삼색전 여기에 10가지 정도의 나물과 김치 등 기본상차림도 푸짐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차에서 내릴 때만 하더라도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다. 이정도면 조금 흐리긴 하지만 마곡사 가는길에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밥상의 편안함은 편안함이지만, 그래도 다급해지는 여행길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눈은 밖을 쳐다 볼 수 밖에 없다. 비가 혹시나 더 많이 내려 여기서 차를 돌릴 순 없지 않은가?
마곡사 날씨.
식사를 하는 중에 사장님께 여쭤어봤다. 마곡사까지 거리가 어떤지..사람이 많은 날에는 주차가 어려워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가는게 좋은데 오늘 날씨엔 얼마 아래주차는 어려울 것 같다며 위에 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이동해서 가도 된다는 얘기였다.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그래도 우리가 다녀오는 시간에는 좀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에 마곡사로 올라가본다.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서 차로는 대략 1분정도면 금방 이동하는 거리라 도보로 걸어도 그리 멀지 않다.
티켓 구매는 주차후에 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입구에서 차 안에 인원을 확인하고 매표를 했다. 그리고 인원별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나면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주차한 차량이 많았다는게 신기하다. 비가 오더라도 여행은 여행이고, 비가 오는 날에 만나는 마곡사 역시 다른 모습을 하는 곳이다보니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지.
아이들과 차 안에 있던 우비를 챙겨입고, 우산을 들었다. 지금은 내리던 비가 그쳤지만, 언제 또 비가 와도 이상한 날씨가 아니기에 우선은 우비를 입어보기도 했다.
마곡사 입구
주차장에서 나오는 길에 보니 백범명상길과 마곡사 가는 길이 보인다. 마곡사 건물 뿐 아니라 백범김구의 명상길을 따라 갈 수 있는 트레킹 겸 가벼운 산책로가 있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사찰의 멋스러움과 길을 따라 걷는 태화산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산책로를 따라 걷기는 어려웠지만, 태화산 자연의 정기를 이어받은 듯한 편안함은 고스란히 공간안에 서 있는 내내 느끼기 좋았다.
산에 오게 되면, 참 편안함이 생긴다. 사실 나는 그렇게 등산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높은 산을 오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의 정신을 깨끗이 하고, 정상에 올라 성취했다는 성취감보다 나는 힘듦이 아직 더 느껴지는 걸 보면 마음 수련을 하기에는 조금 멀었나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조금은 나의 마음을 쉬어가기 위해서 내가 자주 가는 곳이 바로 자연이 함께 있는 사찰이나 공원을 걷는 일인데, 이곳 마곡사는 태화산의 편안함과 데크가 아닌 흙으로 된 흙길을 따라 걸으며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좋았던것 같다.
마곡사
사실 날이 그리 좋진 않았다. 비가 많이 내렸던 터라 마곡사의 천은 물이 불어나기도 했지만, 흙탕물이었고, 아무래도 햇빛이 쨍한 날의 모습이 상쾌한 공기에 나의 에너지가 더욱 가득 차는 날에 만나는 자연이야 말로 더 에너지를 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를 마곡사에 들르며 조금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길에 만나는 모습이 흙탕물로 변해버리고, 물이 흐르는 소리는 경쾌함이 아닌 쓸려가는 듯한 거대한 물소리가 아쉬움을 더하며 오를 수 밖에 없었던 마곡사 날씨 였지만, 이날은 이날의 이날만의 또 다른 멋이 있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마곡사를 맞았다.
마곡사
사실 건축적인 이야기나 역사에 대한 내용은 어느 여행책이나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나는 건축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자 함이 아니라, 나의 편안함과 무지의 상태에서 여행을 떠나도 느끼게 되는 글을 쓰고자 했기에, 마곡사에 대한 정의나 역사를 알아가는 기본적인 장소의 정보는 기록하지 않았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 대한 작은 마음이 나의 여행으로 인해 어떠한 파동으로 번지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기에 나의 마곡사는 그냥 그렇게 비온날 흐릿하게 보았던 마곡사일 뿐이다.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에 담긴 이야기
대광보전
마곡사
사실 건축을 알아가려고 하면 끝이 없다. 그 안에 있는 작은 양식이나, 그 시대적인 특징을 가진 모습, 그리고 지리적인 이유로 만들어지게 된 모양 등 어떠한 일을 하는데, 이유가 있듯이 건축의 요소 하나하나 역시 모든 이유가 담겨있다. 여행하면서 그런 모습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모습을 담아보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이 드는지가 제일 기억에 남는것 같다. 사실 요소의 모습은 많은 책에 담겨있고 공부를 하다보면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에서 얻는 장소에 대한 나의 마음은 어떤 마음으로 그때 그 풍경을 접하느냐에 따라 그 감성이 참 많이 달라지는구나를 느낀다.
아무 의미 없이 갔던 곳은 그냥 그렇게, 공부하러 갔던 곳은 단순히 학습적목표만, 그리고 뭔가 마음이 힘들때 가게 되면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그런것. 나는 그게 좋아서 또 걷고 또 여행으로 장소를 만나고 있다.
마곡사에 처음 들어서서 만난 대광보전.'삿자리를 짠 앉은뱅이' 전설이 담긴 마곡사의 중심법당이다.
걷지못하는 앉은뱅이가 그의 업보에 대한 과한 욕심을 깨닫고 스스로 꾸준한 반복적 참회를 통해 결국 그가 스스로 걷게 되었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이런 이야기처럼 마곡사는 이곳을 들어서는 이들에게 광며 의 빛으로 사람을 이끌어주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두번째로 오르면 이층건물로 지어진 사찰의 중심 대웅보전을 만난다.
대웅보전은 내부에 싸리나무 기둥4개가 있는데 이 기둥을 안게되면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설화가 내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 싸리나무는 사람들이 만지다보니 반질반질 하다는 이곳, 항상 결혼 전에 생명이 찾아오는 축복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게 내 맘 같은게 아니라는것을 대웅보전을 보면 더욱 느끼게 되는가보다.
어디든 공간의 스토리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예쁘기만 한 사람보다 그 사람이 가진 이미지와 매력이라는게 그래서 더 중요한가보다. 여행을 하다보면 멋스러워 눈길을 끄는 곳이 있는 반면. 무언가 나의 스토리가 담긴 곳이라 더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 이날의 마곡사는 대광보전, 대웅보전이 갖는 스토리보다 나에게 마곡사는 비가 내린 사찰의 추억이 참 컸던 여행지였다.
내 기억 속의 폭우
그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래도 가기로 했던 여행이기에 우리는 출발 했었던 날이었다. 마곡사에 들러 건물들을 둘러보고, 주차장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마곡사 내 카페에서는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물은 흙과 뒤섞어 불어나 있었고, 길을 신발에 진흙이 묻고 걸을때 물이 질퍽할 만큼 비는 계속 내렸다.
이렇게 문을 지나 대광보전을 지나는 그 순간 마곡사의 비 맛을 한 번 보라는 듯 갑작스레 쏟아지는 폭우에 차에서 입고 내렸던 아이들의 우비는 무용지물이 되었으며, 우산은 너무나 거센 빗줄기에 갈 곳 잃은 듯 허둥지둥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구 즈음에서 만난 거대한 종이 있던 운암당. 그곳으로 적혀있는 템플스테이 이정표가 가장 가까웠기에 뒤쪽으로 불쑥 튀어 올라 보이는 한옥이 있는 템플스테이 쪽으로 이동해본다.
마곡사 비오는 날
정말 억수같이 내렸다. 물론 장마철이 비 피해에 비하면 큰 비가 아닐지 모르지만, 밖에 나와 걷는동안에 갑작스레 만난 비에 살짝 당황하게 되었던 날. 그래도 이렇게 걸으면서 만나는 빗소리와 살짝 우중충한 날씨 여기에 한옥과 돌담, 그리고 후두둑 땅과 마주시는 소리가 마곡사의 기억을 한층 더 생생하게 해주었다.
비가 오는 날이고, 이미 예보에도 비가 온다고 해서 인지 이날 마곡사에는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템플스테이도 조용했고, 비가 와서 바깥쪽에 서 있는 사람들도 없었다. 이렇게 쏟아지는 비를 즐길 수 있는 대청마루에서 우리는 앉아 잠시 쉬기도 했다.
마곡사 템플스테이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바라보며 듣는 빗소리와 독특한 2층으로 된 건물과 높낮이가 다른 처마, 그리고 살짝 길을 트여준 돌담으로 이어주는 솟을대문의 축이 왠지 마곡사의 여행을 더 기억에 남게 해주는 듯 하다.
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비를 피해 안심이 되었기 때문일까? 여행하며 만나기 어려운 쏟아지는 비를 만났기 때문일까? 사람없이 조용한 대청마루에 앉아 귀청을 뚫는듯한 후두둑한 소리에 잠시 멍해졌기 때문일까? 이날 마곡사의 비오는 풍경은 또 다른 마곡사를 만나본 느낌이었다.
맑고 알록달록한 날에 만나는 기분이 들뜨는 날과 달리, 우울과 슬픔이 씻겨나가는 서글픔 이랄까? 그런 느낌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마냥 좋았다. 사람도 날씨와 여행처럼 항상 이면이 있든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화남과 짜증이든 , 항상 좋게 보이려고 하는 그런 모습보다, 조금은 색다른 날씨에 다른 기분을 가진 사람처럼. 조금은 그런 모습이라 더 기억에 남는 마곡사 풍경일지도 모르지.
나 말고 너희에게는
사실 아이들에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화창하든 . 지금은 선택의 여유가 없다. 나의 여행이 곧 아이들의 여행이기도 하고, 또 색다른 체험이기도 하다.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엄마 덕에 아이들은 항상 차에 싣려 다니기도 하지만, 또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그곳을 그대로 또 즐기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바라보는 놀이와 여행의 차이를 가끔 느끼고는 한다.
조금은 조용하게, 조금은 사색있게, 조금은 생각있게 느끼고 싶은 차가운 바람과 빗속의 마곡사지만, 알록달록 입은 우비 입고, 빗속을 뛰고 싶은 저 마음은 정말 신나는 강아지 같다고 할까?
저렇게 우산을 쓰기도 하지만, 우산도 던져버리고 웅덩이에 가득 담긴 물에 펑펑 발을 담그며 신나게 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쏟아지는 비도, 물놀이 할 수 있는 웅덩이도, 아이들에게는 어디든 신나는 장소가 된다.
예기치 못한 일들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예기치 못한 일이 있다. 우리동네와 달리 비가 쏟아지고, 갑작스레 추워진다던가. 더워지는 날씨에 살짝 당황도 하게 되는 날이 어쩌면 너무나 놀랍다가도 그렇게 생각지 못한 일들에 또 한번 마음을 추스리며 최대한 맞추어 흘러가게 하는것이 여행이자, 삶의 흐름이 아닐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우리 일상에 항상 나타나듯, 여행지도 나의 계획대로 되는 일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게 또 재미다. 누구나 살아가며 조금은 예측을 한다. 나의 행동과 일을 통해 무언가 나타나는 아웃풋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날에 마음의 힘듦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고 흘러가는 일이 있기도 하다. 여행에서 만나는 그런 것들은 아마 인생에서 크지 않은 소소함이겠지만, 그런 예기치못함이 내 삶을 더욱 단단히 해주는 또 다른 준비가 아닐까? 여행하며 만나는 소소한 변화와 기대의 어긋남에서 나는 삶을 또 그렇게 준비하게 된다.
가끔 그냥 가는 여행도 있지만, 왠지 여행하면서 감정이 돋을 때가 있다. 꼭 뭔가 내가 감정 힘들때에는 그런 변화가 더욱 크게 다가오게 되는데 , 그런 날은 색다른 여행으로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방법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마 이번 마곡사는 그렇게 화창함과 밝음 속에 있던 조금은 우울한 나의 감정과도 뒤섞여 더욱 비가 오는날이 더 좋았던게 아닐까? 또 다른 날의 마곡사는 감정을 잔잔하게 하는 단풍 가득한 가을날에 만나러 가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