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생각나는 날 양평 용문사
오름과 내림 수치적 거리와 심리적거리
사당역주차장.
오늘의 여행은 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해본다. 일반인들에게는 사실 팸투어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행을 개별적으로도 가지만 여행인플루언서로 지자체에서 진행하거나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단체여행의 일종인 팸투어도 기회가 되면 다녀오고 있다.
팸투어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여행지를 다녀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플루언서라는 일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부분도 여행 및 여행홍보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말은 거의 없고 평일날 당일치기나 원거리에 가는 여행이 많기에 나 역시 일정이 맞을 때만 신청한다
팸투어는 사실 sns유저를 활용한 여행상품 홍보 단체관광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기도 하고, 여행사상품 홍보를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이날은 근거리로 양평일정이 있는 여행이었다. 가보지 못한 양평 용문사 일정이라니, 이번 기회에 떠나볼까?
단체여행
개인적으로 단체여행을 그리 선호하진 않았다. 패키지여행은 뭔가 관광상품에 휘둘려 다녀야 하고, 내가 가보고 싶은 장소는 스킵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항상 개인여행만 철처히 다녔다. 중국에서 언니와 둘이 여행 할때에도 계획부터 하나하나 예약 하는것 까지 (다른 해외여행은 그리 많이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단체보다는 개인을 선호했다. 내 성격상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았고, 뭔가 일정에서 시간이 여유가 없을거라는 생각에 단체여행보다는 개인여행을 더 좋아했었나보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걱정은 필요도 없을 뿐더러, 아마 내 성격의 부족함이 더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지만..
아무튼 그 이후에 나이가 들어 싱가포르 단체관광을 가보고 난 뒤에 나에게 패키지 여행은 정말 신세계였다. 여행하면서 힘든 택시잡기나 장소를 찾아가는데 따른 인터넷 구글검색, 시간적인 활용성이나 예약 면에서 이리 편하게 다녀올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 알아서 해주고 가격도 저렴하다니... 이제는 매일 홈쇼핑에서 단체관광 상품만 나오면 열심히 쳐다본다. 이전에는 무조건 "안 가" 였는데 말이다.
나 스스로도 느끼지만, 참 간사한 인간이다. 그래도 합리화 하자면 나이드니 몸이 힘들어 편하게 좋다 정도도?
나이가 들며 드는 생각
사실 내가 그리 말주변이 많지는 않다. 사람들과 낯가림도 있는 편이라,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조금 어려워 하는 편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시간들이 젊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 큰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 이다.
젊을 때에는 젠틀하고 타인에게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좋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고, 나 역시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려는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는 것은 '나이든 사람'에 대한 인식이다. 물론 젊은 세대에 대한 인식도 있지만, 오늘은 그들에 대한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나이가 있는 분들을 만나면 아집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행동만 맞다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젊을 때에는 이해가 어렵다. 완전 고집쟁이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들을 보면 조금은 이해를 한다.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살아온 배경을 보면 그렇게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야만 살아올 수 있었던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집이 좋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쩌면 삶에서 그들에게는 그 점이 필요한 삶의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지나게 된다.
또, 간혹 보면 남을 평가하듯이 보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집을 가진 사람들 보다 내가 더 피하는 사람의 유형이기도 하다. 모든 이보다 자신이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할때 그런 사람들은 그 특유의 눈빛과 제스처를 느끼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 옮기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말조심하고 거리를 두는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말은 많지만 실속 없는 사람도 있다. 흔히, '사람 좋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허허허 하는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자신이 얻는게 없어도 남에게 퍼주길 좋아하고, 다른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괜찮아 허허허'하는 사람들 가장 쉽게 친해지기 쉽지만, 가끔 그런사람들 속에는 중요한 말이 없거나 흘러가는 이야기들만 하다보니 정작 이야기 하다보면 힘들게 느껴지는 유형도 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얘기를 한걸까?"
물론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나 마음은 다 다를 수 있다. 이것 또한 내가 살아가면서 느낀 이야기와 사람들을 만나며 느꼈던 나의 마음이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해석과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나이든 사람들의 유형 중에서 왜 그럴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특징들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조금 생각과 보는 시각이 달랐다면, 요즘에는 조금은 그런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다름을 느끼게 되는듯 하다.
진짜 피곤한 스타일
이날 사실 일찍오는 순서에 따라 자신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내가 좋아 보이는 자리를 앉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처음에 반대편에 남자분이 한분 앉으셔서 조용할 줄 알았다. 대부분 남자분들이라고 하면 과묵하고 조금은 든든한 기운이 있기 마련이다 라는 나의 고정관념 이었는데, 이분은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 뒤엎은 어찌보면 제일 내가 피곤해 하는 스타일이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라떼는 말이야."
솔직히 이런 말 꼰대 of 꼰대 아니겠는가? 이렇게 시작하진 않지만, 자신의 젊은시절의 영광을 줄줄이 펼치기 시작한다. 또 어려웠던건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1인이 있었으니, 중간에서 정말 고역이다. 하필 이날은 이어폰도 없었던 터라 그 얘기를 고스란히 들어야 했는데 , 여행지에 갈때까지, 그리고 피곤한 와중에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까지 이야기는 끝이 없다.
직장다닐때부터 시작해서 다이어트를 통해 자신이 현재의 몸매를 열심히 유지하고 있는다는 둥, 내가 블로그 잘나가던 시절에 연봉 1억을 벌었다는 둥.. 진실여부는 그분만이 알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참 단체여행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들 그런가보다. 여행할때에는 멤버도 중요하다는 말.
아무튼 그날은 그렇게 여행이 시작됐다. 이번 여행은 풍경의 시작보다는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를 새삼 한번 더 느끼며, 그래도 그 날의 모습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못가본 용문사, 단풍나무가 거대한 그곳은 처음이니까
용문사
나는 참 사찰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유명한 사찰은 다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항상 사찰의 의미적인 부분과 맞물려 대중교통으로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은 흔지 않다. 다들 산 속 깊이 있다보니 어디든 갈때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주차를 하고 산길을 따라 또 쭈욱 오른 다음에 드디어 만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사찰. 그래도 항상 가면 이렇게 오는 길을 모두 이해할 만큼 가치가 있는 장소와 그 편안함의 매력에 사찰은 다시 또 찾게 된다.
"다들 이거 보러 오는거에요." 처음 와 본 양평 용문사. 단풍나무가 너무나 유명한 곳으로 양평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곳으로 소문난 사찰이다. 물론 뒤에 따라 오르는 산길도 좋아 등산로도 유명하지만, 용문사까지 올라 내 키보다 더 높은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파트 높이만큼 큰 단풍나무를 오르고 올라서 바라보아도 높이 위로 고개를 들고 봐야하는 나무라니. 놀라움이 가득할 수 밖에.
이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단풍나무라면 일생에 한번은 보러 가봐야지.
주차장에서 용문사까지 오르는 1km
주차장에서 용문사까지 오르는 길은 그리 멀지않다. 대략1km가 조금 넘는 거리라 시간으로 친다며 대략 15분정도의 거리. 내가 아마 처음 온 곳이라 더 멀리 느껴지는지 가는 길이 조금은 정신이없다.
혼자여행 이라면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겠으나 단체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여럿이 움직이기에 시간이 정해져있고, 앞에 있는 인솔자를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뒤쳐지지 않고 걸리적거리지 않아야하며 도태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물론 나는 팸투어 이다보니 사진을 찍어 포스팅까지 일을 해야하니, 셔터를 누르기도 바쁘다.
나의 사진이 허접하지 않고 정성을 들이고 싶다면 또 자세를 잡고 셔터를 눌러야하니 이거 여간 힘든게 아니네. 그래도 괜찮다. 아무튼 편하게 양평에 와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니까.
용문사 가는 길
입구에서부터 만나는 많은 음식점들. 황태구이정식이 유독 많다. 용문사까지 걷고 용문산을 걷고 내려온 길에 두둑한 배를 만져보기엔 정식 만한게 없다. 그리고 집에서 하기 귀찮던 황태구이라고 하니 오르는 길에서 부터 침이 꼴깍한다. 그렇게 입구를 지나 매표를 하고 용문산관광단지 입구에 들어선다.
사찰과 등산로, 캠핑장과 공원,박물관이 함께 연계된 꽤 큰 여행지다. 이렇게 입구에 들어와 스윽 한번 둘러보면서도 깔끔하게 관리된 길과 단지내의 공간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용문사의 시작
용문사 관광단지 입구
용문사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용문산에 있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사찰이다. 대한제국 때 전국에서 의병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당시 용문산과 용문사는 양평일대 의병들의 근거지로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1907년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러 사찰의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사찰을 재건하고 조성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1,100년이 넘는 은행나무 역시 용문사를 찾는 이유가 된다고도 한다.
용문산과 용문사, 그리고 단풍나무까지, 앞에 오르는 길에는 역사박물관도 있어서 이 곳은 현재 용문사 관광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등산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등산객, 그리고 1,100년이 넘는 단풍나무, 용문사 템플스테이 등으로 찾는 사람들 까지, 이제는 용문사는 단순히 사찰을 넘어 사람들의 관광명소이자, 나들이 장소로 더욱 변화하고 있었다.
해탈교
3개의 다리를 지나 가는 길 내내 나무의 그늘을 밟고,나무 사이의 햇살을 보고, 산길 옆으로 흐르는 끊이지 않는 물소리가 시원함과 머릿 속을 정화시켜준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나 혼자 자연을 거니는 기분에 여행은 또 가도 새로움이 있다. 나는 둘이 하는 여행보다는 혼자하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보내는 시간보다 혼자서 공간의 소리를 듣고 새로운 숲과 길을 찾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나보다. 젊을때야 자연이 뭐가 중요할까? 누구와 걷고 지금 내가 어디에 속해있느냐가 더 중요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관계 속에서 자리를 유지하기 보다는 어떤 곳에 있어도 나 스스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좋아졌다. 아마 나이가 들며 내가 생각하는 성숙이라는 것과 사색이라는 점에서 나 역시 여행을 통해 그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천왕문
이제 점점 내 마음을 가다듬고 해탈한 마음으로 사천왕문을 만난다. 문 안에 들어서 만나는 사천왕과, 그 길을 통과해서 나와 만나는 계단위로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 오래된 단풍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들어오면서 들었던 용문사의 단풍나무. 1,000년이 지나 그만큼 거대하다는 것보다, 1,000년을 고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라났다는 자체가 너무나 놀라워 꼭 보고 싶었던 나무였다.
1,000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이하고, 수없이 지나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성장과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라니.. 참 대단하지 않은가?
그럼 가보자. 사천왕문을 지나 용문사와 용문산의 시작을 알리는 단풍나무 에게로.
1,100년의 단풍나무
정말 거대하고 높다. 나는 해외에 나간적도 그렇다고 이 나라를 모두 다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 이리 높은 나무는 처음 만난다. 점점 익어가는 가을을 알리는 듯한 용문사에서 만난 단풍나무다.
참, 나무는 다양한 의미와 이야기를 나에게 해준다. 이 단풍나무여서가 아니라, 항상 어느곳이든 자연이라 힘은 사람에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또 이렇게 만나는 내 여행의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나 오랜시간을 장수하고 싶고, 또 나무처럼 한자리를 꼿꼿이 지키고 싶지만, 그러한 마음가짐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항상 변화에 대응하며, 갈대처럼 뿌리를 한곳에 두고 나는 언제 흔들릴지 모르지만 결코 꺾이지 않을 유연함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한곳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로, 그 생명력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용문사에서 만난 단풍나무는 나의 삶에도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어떤곳에서는 상처가 생기고, 또 아물어가고, 다른 곳으로 뻗어나가는 나무처럼, 나의 삶도 내가 생각한 목표대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또 잘못을 가다듬고 다시 나아가는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만나는 것이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용문사다.
용문사 전경
사실 사찰이라는 것이 가람배치와 둘러쌓인 산의 모습에 따라 참 받아 들여지는 이미지가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사찰이 정말 많지만, 사실 사찰을 다니면서 만나는 전경이 다들 내 마음에 드는건 아니다. 곳곳을 다니면서 느끼는건 '또 여긴 이렇게 배치가 되어있구나.' , '이런 건물 형태도 매력적이네.' , '산과 탁 트인 전경이 멋지다.' 등등 곳곳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것도 다르고, 내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포인트도 다르다.
학교 다닐때에도 그랬다. 그 많은 공간들 중에서도 나는 삼각형태로 된 쓸모없는 공간을 그냥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로 만들어둔 그런 구석이 참 좋았었다. 그런것처럼 사람들에게 유명하다고 해서 꼭 그 장소가 나의 특별한 장소가 되는것도 아니고, 의미 없는 곳일지라도 소소함이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용문사전경은 사실 시원해서 좋았다. 좁은 공간에 가면 가람배치가 일렬로 되고 대지의 레벨차이를 이용해 시선의 연결이나, 공간의 협소함을 수직적으로 높여주곤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취향은 협소한 장소에 수직적인 공간을 연결하는 것보다, 넓은 공간에 비어있음이 많은 곳을 좋아한다.
이 곳 용문사는 비어있음과, 주변을 둘러 싼 자연의 색깔 (계절에 따라, 또 초록색은 울긋불긋 해지고, 또 하얗게 되다가, 언젠가는 색이 없이 틈이 보이는 숲이 되겠지만), 마지막으로 하늘로 이어지는 세 개의 색감과 공간의 깨끗한 시선으로 마음까지도 그 시원함이 연결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시 찬찬히 그 곳을 둘러보게 된다. 작은 연못과, 대웅전의 건물, 그리고 그 옆에 마주한 종무소, 뒤편으로 산길 아래 있는 관음전, 칠성각과 요사채 등등. 꼭 무언가 공간을 알려고 하지 않아도 그 속에 내가 있음에 내 마음이 잠시 앉아 쉬어가는 듯 하다.
풍경의 풍경소리
풍경
나는 항상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을 좋아해서 차 안에 있을때에도 주변보다는 하늘과 구름을, 그리고 건물을 볼 때에도 항상 위를 올려다본다. 특히나 사찰에서는 시선을 가까이 보다는 더욱 멀리, 더욱 위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항상 그 곳의 끝에는 이렇게 산속 풍경과 하늘, 그리고 바람의 소리를 담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자연속에 만나는 풍경과 그 소리를 담은 풍경은 참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마음을 쉬게한다. 그래서 사찰이 나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여행지 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타이밍이다.
가을이 이제는 참 짧아졌다. 금방 다녀온 여름과 가을 사이의 여행은 어느새 단풍이 지는 가을이 되었고,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 울긋불긋한 단풍은 그새 떨어져 차가운 바람소리가 들리는 겨울이 온다. 올해는 유독 가을이 짧고, 아직 인근의 단풍 조차도 나는 만나지 못했다. 단풍나무라고 하지만, 물든 단풍을 보지 못했으니, 이번 가을의 여행은 반만 완성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참 다니다보면 시기, 타이밍을 많이 느낀다. 우리가 '인생도 사랑도 타이밍이다.'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여행하면서 느끼는게 바로 '여행도 타이밍이다.' 라는 점이다.
항상 내가 떠나고 싶을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가고 싶을 때 그냥 가면 되지"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그리 많진 않다.
떠날 수 있을 때, 가는게 여행이고, 또 누릴 수 있을 때, 즐길 수 있을 때 , 그 순간을 가장 기억하는게 나의 여행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한창 예쁜 때를 찾아가지만, 나는 화려함이 지나간 시간에 장소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장소가 초라하진 않다. 조용함 사람이 가진 밝음과 그 이면이 있듯, 역시 그곳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올해의 단풍 여행 타이밍을 놓쳤다고 조금 아쉬워 하지 말아야지. 내년에는 나 또한 더 성장하고 단풍나무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또 다른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항상 가장 좋을 때를 만나려 하지 않아도, 여행은 나에게 항상 그 이상의 즐거움과 편안함이 있다. 아름다움의 타이밍은 놓쳤지만, 또 다가오는 설레임의 타이밍을 만났으니, 이것으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