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치 : No.62 Huangyan Road, Siming District, Xiamen 361002 China
- 시간 : 08:00 - 18:00 (성수기기준)
- 가격 : 60 CNY
샤먼 구랑위에 손꼽히는 여행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구랑위를 처음 찾는 경우라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하는 곳이 바로 일광암이다. 일광암은 '첫 아침햇살을 비추는 바위'라는 뜻으로 샤먼의 심벌이다. 항구에서 도보로 대략 20-30분 정도 걸으면 일광암의 매표소를 찾게 된다. 아는 곳이 아니라서 오로지 지도와 이정표를 보고 찾아야 하는 일광암으로 가는 길.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이라, 눈치껏 따라가며 만날 수도 있지만, 일광암으로 직행 한 루트가 아니라서, 바다에서 시간 보내다가 다시 일광암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야지만, 가는 길 내내 조용한 구랑위의 동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의도치 않은 구랑위 동네 산책이 가능했던 일광암을 만나러 가는 길. 내 모공 속에서 땀이 나올 준비를 스멀스멀하는 것처럼, 나 역시 점점 가파르게 오르는 일광암으로 향하는 동안 숨을 헉헉 거리기 시작했다.
1. 일광암 가는 길
중국 샤먼 구랑위에 위치한 일광암은 구랑위와 샤먼섬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해발 92.7m의 최고의 암벽 전망대로, 한눈에 샤먼 본섬과, 중국 샤먼 속 유럽이라는 구랑위의 근대건축물과 붉은 지붕, 그리고 파란 하늘과 바다, 붉은색과 대조되는 초록색의 푸른 나무를 볼 수 있는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사실 일광암이 전망대라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일광암을 만만하게 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바닷가에서 야자수 나무 그늘 아래 바다뷰를 즐기며 사진을 찍고, 천천히 일광암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평지에 느긋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바닷가와 달리, 골목 사잇길로 오르는 일광암 가는 길목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시작부터 평지이기보다는 조금씩 각이 살아나는 길이 은근히 더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조금은 길었던 오르막 길에 점점 지쳐갈 때 즈음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일광암 이정표를 보고, 이제야 다 왔구나!라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여유로운 바닷가를 시작으로 일광암으로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에서 힘들기는 했지만, 구랑위의 모든 곳이 그러하듯이 근대건축물들이 양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곳곳에 색다름을 느끼기 충분했던 골목길투어였다. 앞으로 오르는 길을 뒤돌아 보면 어느새 올라와 바라보는 샤먼의 바다뷰를 느낄 수 있었고, 고층건물 없이 옛 조계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구랑위였기에, 위로 올려다보면 하늘과 야자수, 그리고 그 사이에 나지막한 담벼락에 옛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건축물들을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일광암 가는 길은 구랑위의 골목 산책길에서 만나는 조용함도 있었다.
2. 매표소
드디어 일광암으로 가는 이정표의 끝에 일광암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매표소는 일광암 입구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바로 맞은편에 작은 부스로 매표소가 있고, 앞에 사람들에게 '티켓 구매하셔야 합니다'라고 안내하는 직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까지 일광암 입장료가 무료로 오픈된 기간이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에는 무료가 아니라 티켓을 구매해야만 했다. 일광암, 숙장화원, 호월원을 포함한 패키지권으로 구매하면 90위안으로, 매번 티켓을 구매할 때 여권을 내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 번에 수월하게 구매 가능한 패키지권을 구매했다. 통합권 외에 개별권도 있으니, 별도의 티켓을 구매하거나 세 곳 모두 갈 예정이 아니라면, 개별 입장권을 구매하시게 좋다.
티켓에 큐알코드가 있는데, 통합권은 세 장소 모두 동일한 티켓을 들고 입장이 가능했다. 일광암은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좌측은 무료로 누구나 입장이 가능한 정성공기념관, 우측이 일광암으로 오르는 입구다. 티켓을 찍으면 일광암으로 가는 루트로 갈 수 있고, 좌측으로 들어서면 정성공기념관만 보고 올 수 있다.
3. 일광암 전망대 가는 길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큐알을 찍은 후부터 계속 계단이다. 계단을 조금 오르니 탁 트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잘 다듬어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잠시 쉬어가게 된다. 조경이 너무나 깔끔하고, 주변에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잘 되어 있다. 사람들에게는 이 장소를 추억할 수 있는 사진 찍는 포토존이 이쁘게 자리하고 있어서, 다들 하늘과 빨간 지붕, 초록 정원을 배경으로 이쁜 사진을 담기 여념이 없었다. 여기가 일광암의 멋진 뷰인가 하고 스윽 주변을 둘러보며 찾은 건 여전히 일광암으로 오르는 이정표였다. 위를 보기보다는 앞만 보았기 때문일까? 여전히 이곳도 뷰가 좋은데 어디까지 올라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땀이 나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일광암에는 올라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또다시 걷기로 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을 오를 때 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뭔가 각도가 더 가파르다는 느낌과 바람 없는 무더위의 장소였기에 더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성산일출봉 정도 오르는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 또 일광암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본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뒤를 바라볼수록, 구랑위의 뷰는 더 넓게 눈에 들어왔고, 하늘은 더 시원해졌다. 몸은 비록 한계가 오는 듯했지만, 오르는 길에 거대한 바위를 만나고,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린 나무를 보며 색다른 구랑위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나는 땀이 나는 줄도 모르고 우선 일광암까지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어본다. 가파름에 점점 힘들어질 때 즈음, 가장 고난도의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줄로만 갈 수 있는 각도로, 보면 대략 70도 이상이 될 것 같은 길이 나왔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길은 단 한 명만 갈 수 있는 폭인 만큼 다들 조심히 걸어야 하는 마지막 코스였다. 그리고 그때 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더 이상은 계단이 없는, 마지막 구랑위의 전망대인 일광암의 꼭대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일광암은 시원함 그 자체였다. 꼭대기에 올라왔음에 속이 시원함. 아무것도 없는 하늘과 오롯이 나만 있는 시원함, 막힘없는 뷰의 시원함, 그리고 드디어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에 여태 올라온 힘듦은 그새 사라지는 듯했다. 샤먼 본섬과도 거리가 있어서, 섬과 섬 사이의 거리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욱 오픈된 모습이 너무나 시원한 일광암이었다. 근거리에 보이는 큰 건물이 없기에 답답함이 전혀 없이, 나도 모르게 웃음과 속 시원함이 튀어나오는 거대한 숨소리가 느껴지는 순간. 끝이 어딜까 하는 순간에 만난 전망대의 시원함은 구랑위를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 주었다.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사실 그리 공간이 넓진 않았다. 그곳에도 작은 바위가 자리하고 있었고, 가장자리로 사람들이 둘러가며 전망을 보았던 터라, 다음 사람을 위해 또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길은 올랐던 길과 다른 반대편을 선택했었는데, 오르는 길에는 바다가 탁 트인 방향으로 올랐다면, 내려오는 길은 동네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용한 계단길이었다. 그곳은 바위 뒤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 더 조용하고 그늘이 가득한 길이었다. 오르는 길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바위 뒤 계단이 가득했던 산책길을 따라 일광암을 내려왔다.
사실, 처음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샤먼의 탁 트임은 가히 일광암이 아니면 만나볼 수 없는 곳이기에, 체력적으로 어렵지 않다면 한 번쯤은 꼭 가보면 좋은 곳이겠지만, 나는 두 번은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무더위와 힘듦이기도 했다. 하지만 만일 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구랑위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 준 일광암에 또 감사하기도 했던 아침 시간. 일광암에 오를 생각이라면 한낮의 무더위가 없는 시간대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잠시 쉬었다면, 이젠 또 걷고 걸어 숙장화원으로 가볼까?
▶ 일광암, 숙장화원, 호월원 3곳 통합 티켓권
일광암과 숙장화원, 그리고 호월원은 구랑위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세 곳에서 1회권이나 통합권을 구매할 수 있는데 내가 구매한 티켓은 통합권이었다. 구랑위에 가면서 모두 다 가봐야지 했던 장소였고, 매번 티켓팅을 할 때마다 여권을 내고 티켓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1회 통합권을 구매하는 게 더 수월할 수 있다. 입장은 들어가는 길에 큐알을 찍으면 입장할 수 있다.
▶ 일광암 입구
티켓팅을 하고 큐알을 찍은 후 일광암을 가기 위해 이정표를 따라나섰다. 처음부터 보이는 계단에 조금만 오르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 좁은 계단 위를 마지막으로 구랑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중간즈음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지만, 역시 꼭대기에서 보는 뷰는 구랑위 일광암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 중국의 직업군 사진사와 모델
중국여행을 하며 가장 인상 깊은 관광지의 직업 중의 하나는 바로 사진사. 사진사는 이렇게 인증샷을 담을 수 있는 곳이라면, 카메라 한대와 적극성을 갖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샤먼의 바다와 구랑위의 풍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 그리고 이리저리 위치를 알려주는 사진사까지. 꼭대기에서 만나는 중국의 사진사들의 열정도 대단해 보였다.
▶ 일광암에서 내려다보는 구랑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만큼, 오르고 나서 생각난 마지막은 ' 드디어 올랐다.'였다. 무더운 날에 비탈길로 계속 올라야 하는 일광암입구, 그리고 그중에서도 구랑위 최고봉이었던 일광암이었기에, 나름 구랑위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나 마찬가지다. ( 등산에 비하자면 너무나 소소한 도전이겠지만 여기에서는 최고 높이의 등산이다.) 가파른 계단과 좁은 돌 사이를 올라 드디어 보는 구랑위의 풍경, 그리고 깨끗한 하늘은 아니라서 멀리까지 보이는 샤먼의 끝을 명확히 보지는 못하지만, 날이 좋은 날은 대만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언젠가 또 볼 수 있는 날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