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메 Nov 13. 2024

15. 우뚝 선 정성공, 호월원

우뚝선 정성공을 만나다.

샤먼이 본섬을 마주한, 호월원



- 위치 :  3 Zhangzhou Rd, Siming District, Xiamen, Fujian, 중국 361002

- 운영시간 : 08:00 - 18:00

- 입장료 : 10 RMB






 샤먼에서 페리를 타고 가며, 구랑위가 보이는 곳에서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거대한 석상이 있다. 나는 구랑위라 하면 일광암에서 내려다보는 뷰도 좋았지만, 그 거대한 남자 동상이 참 궁금하고 앞에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며칠 동안 샤먼 구랑위를 마주한 페리터미널 인근을 다니면서 마주했던 그 모습. 그곳이 바로 호월원이었다. 호월원은 구랑위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정원으로, 샤먼시민들이 탑승하는 페리터미널에서 마주하고 있는 가장 근거리에 있는 공원이었다. 가면서 매번 보는 우뚝 서 있는 그 모습, 저녁에 야경 페리를 타고 가며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는 라이트로 더욱 웅장해 보였던 인물, 직접 앞에서 가서 보니 호월원은 인물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정말 조용하고 깨끗한 해변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샤먼의 본섬과 거리가 멀지 않아 가깝고도 또 조금의 거리가 있어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의 느낌도 참 좋았던 것 같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간에 구랑위에 들어와 허겁지겁 일광암에 오르고, 길을 돌고 돌아 만난 숙장화원에서 바다 위의 정원이라는 독특함을 만났다면, 호월원은 또 다른 느낌의 정원이었다. 이곳은 다른 두 장소보다 입장료도 저렴한 편이었으며, 꽤 지도에서도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실 그리 기대하지 않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 비해서 너무나 저렴한 입장료에 내심 '여기는 크게 볼거리가 없나?"라는 느낌이랄까? 한번 둘러보겠다고 생각하며 왔던 호월원은 그렇게 나에게는 구랑위의 관광지 중에서 가장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장소였다.

 일광암은 풍경은 이쁘지만, 오르면서 만나는 힘듦까지 교차하여 마냥 좋았다고 하기엔 버거운 곳이었고, 숙장화원은 이쁘게 잘 꾸며진 중국식 정원을 바다 위에서 바다와 산을 조망하게 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지만, 어디든 그렇듯 사람이 많은 시간에 장소를 보고 있으면, 그곳에 그리 좋은지 마음에 잘 안 들어오기 마련이다. 사실, 호월원은 입구에서부터 그리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아니라서, 조금 느긋하게 들어섰는데, 의외로 나에게는 조용하고 탁 트인 바다와, 그늘이 있는 벤치에서 느긋하게 여유로움을 부려볼 수 있는 장소였다.

여행을 와서 나는 조용하게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오늘의 나는 뭘 보기 위해 이렇게 정신없이 다녔었나 싶을 만큼, 구랑위에서의 마지막 장소였던 호월원을 만났던 순간이 며칠 동안 여행 중에 가장 마음이 편했던 순간이었다.

 북적이는 시내,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 먹거리가 맛있는 맛집, 쇼핑몰 등이 있지만, 무언가 멍하니 잠시 앉아 있는 순간이 이곳 샤먼에 와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 순간이 아니었을까? 여행을 시작하면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또 내가 있는 순간과 다른 곳을 즐기며 만나가는 새로움도 좋지만,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편안함을 찾아 여행을 오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호월원은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그늘이 가득한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고, 바다에서 물놀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맞은편에는 쨍한 바다와 샤먼 본섬의 일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1. 호월원


 호월원은 국민적인 영웅 정성공을 기념하는 동상 정원으로, 명나라 스타일의 건축물과 풍경이 멋진 바다에 위치한 정원이다. 바다에 있는 칼 모양의 돌에 기대어 서 있는 정성공의 동상은 네덜란드의 침략자들로부터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정성공이 군대를 동쪽으로 보내 네덜란드군을 몰아낸 역사적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한 모습이라고 한다.







2. 조용한 바다 공원


개인적으로 숙장화원은 바다 위에 잘 꾸며진 중국식 정원이라면, 호월원은 정말 바닷가에 있는 깨끗한 공원이었다. 구랑위는 중국 내에서도 따뜻하기로 유명한 곳이라, 야자수 나무가 가득한 나무속 산책로의 공원들이 섬 중간중간에 위치한다면, 호월원은 섬의 중앙이 아닌 끄트머리에 위치한 곳으로, 바다를 조망하며 선선히 작게 걸을 수 있는 공원의 느낌이라, 엄밀히 말하자면 둘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이곳은 사실 건물의 벽이나, 정성공 조각상을 제외한다면, 사실 중국적인 모습보다는 일반적인 공원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만큼, 바다와 마주한 깔끔한 공원의 느낌이 더 강했다.

 숙장화원에서 호월원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사실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섬의 특성상 걸어오는 것이 또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호월원에 들어와 그늘 아래 앉아 선선한 바람에 마주한 샤먼 시내의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그 마주한 바닷가 백사장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3박 4일 코스 중 3일 차 구랑위의 내 마지막 코스인 호월원에서 잠시 앉아 느낀 바람과 여유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그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여행하며 항상 느끼는 건, 많은 것을 보고 싶은 마음과, 여유롭고 싶은 마음이다. 시작은 여유롭고 싶었는데 , 막상 오면 또 열정적인 투어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 과연 언제까지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또 그렇게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또 열심히 즐기게 된다. 언젠가는 이 순간의 조용한 바람처럼 흘러가듯 즐기는 여행을 할 수 있겠지?









▶ 샤먼 본섬을 마주한 호월원


사실 중국 바다가 그리 이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언제나 뿌옇고 곳곳에 돌이나 바위가 무성한 바다를 종종 봐 왔던 터라 가깝다고 생각한 중국은 또 우리나라의 해안과 많이 다르구나라고 느꼈는데. 이날 호월원 해안가에 앉아 샤먼본섬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역시 바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 깨끗하고 평온했다. 오묘한 푸른색을 띠는 바닷물에 중간에 오브제처럼 보이는 바위하나, 그리고 평온한 물결에, 깨끗한 백사장까지. 그래서 이날 호월원의 바다가 나는 여행 중에 가장 마음이 편했다.







▶ 정성공 석상


사실 중국인이 아니기에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여행지에 가면 그곳만의 스토리가 있어 한번쯤은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구랑위에서 우뚝 서 있는 정성공은 낮에 봐도 눈길을 끄는 모습이지만, 저녁시간에 페리에서 만나게 되면 더욱 빛이 난다. 아래에서 라이트를 비추어 더욱 웅장한 구랑위의 장군 느낌이었는데 , 알고 보면 대만과 네덜란드의 전투에서도 더욱 빛이 나는 인물이었기에 이곳에 그를 기리는 공원에서 석상으로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샤먼의 쌍둥이빌딩도 함께 보이는 풍경, 샤먼의 중심에서도 볼 수 있는 석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가장 느긋하고 해변다웠던 호월원을 구랑위 가볼 만한 곳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14. 바다 위의 정원 , 숙장화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