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방인이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이민자의 삶

by 아이리스 J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가끔 다시 찾는 한국은 이제 나에게 낯선 나라가 되었다.
올해로 이민 28년 차.

숫자로만 보면 나는 이미 이 나라에 충분히 뿌리내린 사람 같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이곳 역시 여전히 낯설다.

마치 잠시 다녀올 생각으로 떠났다가 돌아갈 시기를 놓쳐버린,

끝나지 않는 여행 속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향인으로서 이민자의 삶을 걸어왔다.

새로운 환경에 뛰어드는 대신 한 발 물러서 관찰하는 데 익숙했고,

말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민은 늘 조용한 싸움이었다.

언어, 문화, 관계 속에서 겉으로는 적응한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이방인’이라는 감각을 품고 살았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거리감,

그 얇고 투명한 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가면 그 벽은 더 두꺼워진다.

익숙해야 할 풍경과 말투,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다시 길을 잃는다.

은행 업무 하나, 병원 방문 하나에도

엄마나 동생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모습을 보며 엄마와 동생은

내가 물가에 나온 아기라도 된 것처럼 걱정하고,

모든 것을 대신 챙기려 한다.

그들의 배려는 고맙지만,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낀다.

아, 나는 여기서도 '이방인'이구나.


내향인인 이민자는 이렇게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두 곳 모두에서 조심스럽다.

새로운 나라에서는 여전히 발음을 고치고 눈치를 배우며 살고,

고향에서는 변해버린 규칙과 속도를 따라가느라 숨이 찬다.


하지만 이 낯섦이 꼭 불행만은 아니다.

오래 떠나 있었기에 나는 더 많은 것을 천천히 본다.

쉽게 단정하지 않고,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다.

내향인 이민자의 삶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깊다.

어디에 있든 완전히 기대지 않기에, 스스로를 지탱하는 힘을 배우게 된다.


어쩌면 나는 평생 여행자일지도 모른다.

누가 그랬던가,

우리는 지구에 잠시 여행을 온 존재라고.

그렇다면 이 낯섦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방인으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는 나만의 시선과 속도를 배웠고,

그 조용한 중심을 집 삼아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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