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에서 시작한 두려움
결혼 후 캐나다로 왔을 때,
새로운 곳에서의 기대감은
몇 달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설렘도 오래가지 않았다.
낯선 환경 속에서 불안과 외로움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이곳에서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하루하루 질문하게 되는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도움을 청할 가족 하나 없는 현실.
나는 점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는지를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적지 않은 급여도 받았다.
원하던 물건을 마음껏 사고, 가고 싶던 곳도 마음대로 다녔다.
무엇보다 내가 필요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나는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삶은 달랐다.
가족의 도움 없이 시작한 이민 생활과 혼자 감당해야 했던 육아.
‘독박 육아’라는 말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 줄 몰랐다.
불만족은 쌓이고 또 쌓여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왜 내 인생이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그 질문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그러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시작했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전업 육아에서 풀타임 직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집이라는 작은 세계에 갇혀 있던 내가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새로운 시작은 나를 설레게했다.
'아,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하는 느낌.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일을 시작할수 있었다는거였다.
이미 한국의 경력이 10년 이상이 단절된 나로선
어떤 일이라도 좋았다. 세상밖으로 나갈수만 있다면.
내가 해왔던 일과는 180도 다른 일이었지만
난 감사히 여기며 일을 시작했다.
내가 만든 상품을 사고
웃으며 “Thank you”라고 말하고 가는 사람들.
그 짧은 인사 속에서
일은 힘들었지만,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한국에서 해보지 않았던 일을 경험하며,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제서야 이민자로서 새로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갔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던거 같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첫 일을 시작하고 몇몇 직장을 거쳐,
지금은 다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