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셰프가 되다. 2편

나의 첫 직장, 책임과 공정 사이

by 아이리스 J

직원은 부족하고, 손님들은 넘쳐나서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일한 적도 많았다.
발바닥이 얼얼해질 즈음이면,

또 새로운 손님들이 줄을 섰다.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점점 지쳐갔다.
몸은 바쁘고,

머릿속으로는
지금 냉장고에 뭐가 비었는지,
다음으로 뭘 먼저 만들어야 하는지,
손은 계속 움직이면서

머리는 더 빨리 돌아가야 했다.

조금도 쉴틈이 없었다.

한번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일식 셰프를

회사에서 고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 직원은 마켓 안에 있는

키오스크니까 쉬엄 쉬엄 일을 할수 있으라라 생각하고

자기 쉬는 날 쉽게 일을 하려왔었나보다.

며칠 일하더니 레스토랑보다 더 힘들다며

그만둬버렸다. ㅠ.ㅠ


뷔페처럼 손님들이 집어갈수 있는 다양한 마끼


쉬는 시간은 두번 있었는데
첫 브레이크는 점심시간으로 쓰고,

나머지 브레이크는 다른 직원은 쉬게 했지만
나는 디스플레이 냉장고가 비면 안된다는 책임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했다.

그리고 수시로 와서 우리 스시 냉장고를 체크하고

조금 비어있으면 본사로 연락하는 마켓 매니저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화장실과 휴게실도 멀어서,

한 번 가려면 큰맘 먹고 가야 했다.


내가 그럼에도 이토록 열심히 일했던 이유 중 하나는

결혼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이제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네'라는

생각에 점점 작아지고 있을 때

나를 밖으로 나와 일을 할수 있게 기회를 주고,

일을 하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하고

나 자신을 찾게해준 회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스시를 건네받으며

"Thank you!"라고

환하게 웃어주는 손님들을 마주할 때,

내가 만든 음식을 기꺼이 선택해 준 고마운 분들인데,

오히려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사가면서

나에게 고마움을 전하던 손님들의 미소.

(혼히 손님은 '왕'이라지만 이곳에선 손님도 '왕'이었고

일하는 우리도 '왕'이었다.)

"땡큐"라는 말,

"감사합니다"라는

그 짧은 한마디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아마도 나는 그 다정한 힘에 기대어

하루 10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을 기쁘게 견뎌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가

문득 다시 나를 찾았을 때,

누군가가 그런 나를 인정해 주었을 때,

그 사람을 위해 정성을 더 쏟고 싶어지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당신도 알수 있으리라.


내 가게도 아닌데,

올라가는 매상을 보면 괜히 뿌듯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회사에서도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 당시 우리 가게는 그 지역에서 매달 매출 실적

1위를 당성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힘들게 일하고 매달 매출 1위를 매달해도

회사에서는

“Amazing! You are a super star!”
뭐 이런 입에 발린 칭찬뿐 달라지는 건 없었고

바쁜 나의 하루는 그대로였다.

게다가 나의 업무는,

직원 스케줄 만들기, 매주 오더하기, 매출 관리, 인벤토리 관리 등

퇴근후에도 1-2시간은 회사 일에 매달려야했고

회사에선 아무때나 (심지어 밤 11시가 넘어도)

카톡을 날렸다.

거기에 난 성심 성의껏 회신을 했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이때 나의 페이는 미니멈을 조금 넘긴 정도였다.

1년을 그리하다가 이건 아닌듯해서

회사에 페이 조정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You deserve it!” 하면서 다음날 바로

페이를 올려주었다.
솔직히 기쁘면서도 묘하게 씁쓸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더니

말하기 전에 알아서 올려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내 페이는 올라갔지만

나만 올려주는 건 불공평했다.

(난 세상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내가 리더지만,

나 혼자 일한 게 아니지 않은가?
좋은 판매 실적은 나와 같이 일한 직원들 덕분인데,
나만 올려준다?
이건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직원들도 같이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직원들까지 올려달라고 말할 줄은 몰랐나 보다.
조금 기다리라, 직원 평가를 해야 한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미뤘다.


내 위에 있는 직속 매니저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넌 네 페이만 신경 써라”라는 말만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내가 오지라퍼인 건가?

내가 오버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나와 함께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고,
내가 신경 쓰는 게 맞지 않은가?
리더라면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직접 회사에 계속 요구했다.
몇 달이 지나서 한 명씩 직원 평가를 진행했고,
조금씩 페이를 올려주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니

내가 더 기뻤다.
같이 행복하니 좋았다.


가게는 여전히 바빴고,

손님들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직원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에서 나에게 말했다.

이제 직원 채용도 나에게 하란다.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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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캐나다 직장 경험담은 매주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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