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그녀 이야기.
스시를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건
재미있었지만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신경 쓰이는 일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이젠 사람도 구하란다
구인 광고를 냈다.
어느 날,
70년대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얼굴에 주름이 많은, 나이 들어 보이는
자그마한 여성분이 오셨다.
손엔 정성스럽게,
사진까지 첨부해서 만든 이력서 파일을
들고 있었다.
얼마 전에 이 근처로 이사를 왔고
직장일을 찾는다고 했다.
중국인이었는데 이름은 '샐리'
그동안 공장에서 일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 동네로 이사를 하면서 공장은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전엔 스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노라며
아주 열정적으로, 본인이 만든 스시 사진까지 보여주며
자신을 PR 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같이 일을 하기로 했다.
트레이닝하는 첫날.
무거운 것들도 씩씩하게
나르고 뭐든 자기에게 맡겨달라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문제는 말이 좀 많다는 것.
우리 키오스크는 매우 바쁜 곳이라
쉴 틈 없이 물건을
만들어 채워야 했는데 이야기를 시작하면
일하다 말고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자기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신경이 쓰여갔고 직원들도
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샐리는 같이 일하고 서로 편해지자
나에게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리스야.
너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마.
너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일찍 죽는다?'
나에게만 그러는 게 아니고 이 직원 저 직원에게
돌아가면서 열심히 일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솔직히 말해 샐리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우리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일 뿐.
우리가 근무 시간 중에 충실히 일하면 되는 거지
쉬는 시간 아껴가며 목숨 바쳐 일할 필요는 없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직원들을 통해 들은 말이,
샐리가 직원들에게 회사 다니기 싫으면
그만두고 노동부에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쌓여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일을 그만뒀다고 리포트를 하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쉴 수 있다는
자기 나름의 '꿀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캐나다는 고용주의 입장보다는 고용인(employee)의
입장을 먼저 배려한다.)
샐리의 근무 태도는 일 시작 첫날과 다르게
점점 나태해져 갔다.
일을 하러 온 게 아니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싶어 온 모습으로 비치고 있었다.
가끔 내가 일찍 퇴근하고
중국 남자 직원이랑
샐리랑 마감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본인은 일을 안 하고 그 어린 남자 직원에게만
일을 시키고 일을 대충
끝내고 가기도 했다.
담날 아침에
오픈 준비를 하러 나가면
그 전날 마무리를 어찌하고 갔는지가
다 보였기에 하루는 샐리에게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울고불고하면서
자기는 이런 스트레스받으며
일할 수 없다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일한 지 8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나는 사실 직원들의
샐리에 대한 불만도 있었기에
한편으론 잘됐다 싶기도 하면서
가게가
바쁜데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또 한편 샐리가 풀타임은
아니어도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녀도 걱정이 되어서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녀 스스로 말하길 여기를 관두면
갈 곳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랑곳없이 바로
담날부터 그만두었다.
그녀가 걱정되고 안타깝기는 했지만
모든 게 잘 마무리된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도착한 노동청의 리포트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샐리가 리포트했다는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상사(나)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샐리는 실업급여를 위해 나를 가해자로 지목한 것이다.
호의가 권리가 되고,
그 권리가 비수가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갈 곳이 없으니 도와달라'며 인터뷰에서
나의 동정심에 호소하던
샐리의 모습이 아직 선한데,
회사로 날아온 서류 속 그녀는
모든 걸 다 계산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의 등에 서슴없이 비수를 꽂은
아주 영악한 사람이었다.
완성 중인 스시 트레이.
다음 주 금요일엔 끊어지지 않은 '샐리'와의 인연 이야기와
스시 셰프로서의 마지막 편이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