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날
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
유독 세상의 모든 톱니바퀴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날 말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이 냉혹한 격언은
1949년 미국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의 경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 법칙은
단순한 공학적 주의사항을 넘어,
우리네 고단한 일상을 관통하는 '불운의 철학'이 되었다.
머피의 법칙은 주로 마트의 계산대에 발생한다.
나는 입구에서부터
치밀하게 계산했다.
1번 계산대는 카트가 가득 찼고,
3번은 아이가 보채고 있다.
나의 선택은 2번.
앞사람의 바구니에는
우유 한 팩과 식빵뿐이다.
'좋았어, 탁월한 선택이야.'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카트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내가 줄을 서자마자
앞사람이 환불 요청을 하거나
포인트를 조회하기 시작한다.
가끔은
참다못해 옆 줄로 옮기면,
신기하게도
원래 서 있던 줄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옆 3번 줄의 보채던 아이가
사탕 하나를 손에 쥐고 조용해진다.
그리고 마법처럼
그 줄의 계산이 속사포로 진행된다.
반면, 내 앞의 '우유와 식빵' 손님은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차에 지갑을 두고 왔단다.
이때부터 내 시간은 멈추고,
옆 줄 사람들의 뒤통수만 빠르게 멀어져 간다.
머피의 법칙은
출근길의 버스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평소 5분 간격으로 오던 버스는
내가 1분 늦은 날에만 이미 떠나고 없다.
간신히 탄 버스는
오늘따라 모든 신호등에서 빨간불을 만난다.
일단 '오늘은 할 수 없이 지각이네' 포기하고
앉아 보겠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핀다.
어떤 대학생같이 보이는 청년이 금방 내릴 거 같다.
뒤에는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가 멀리 갈 것처럼 보인다.
대학생 앞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 청년은 종점까지 숙면을 취하고
멀리 갈 것처럼 보이던 손님은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가뿐하게 일어나 내리고 만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러 뛰어가는 순간,
지하철 플랫폼에서 들려오는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 카드를 찍고
세이프티 도어 앞에 서는 순간,
열차는 야속하게 출발한다.
그리고 다음 열차는 8분 뒤에 온다.
머피의 법칙은 왜 하필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일까?
머피의 법칙은 우주의 음모라기보다
심리학적 선택적 기억과
확률의 장난에 가깝다고 한다.
일이 순조롭게 풀릴 때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기억 속에 저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이 꼬일 때는
그 당혹감과 짜증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딸 머피에게 이렇게 말한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 아냐.
일어날 법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이지."
이 해석은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우리는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계획 세울 수 있다. 머피의 법칙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을 상기시켜 주는 경고등이다.
오늘 당신의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면,
그것은 당신이 불운해서가 아니라
그저 오늘이라는 확률의 주사위가 그렇게 던져졌을 뿐이다.
우리의 뇌는 '평온했던 9번'보다
'재수 없던 1번'을 훨씬 강렬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왜 나만 이래?"라는 생각이 들 때,
반대로
아무 일 없이 버스를 타고
제시간에 도착했던 어제의 나를 강제로 소환해 보라
사실 우리에겐
생각보다 운이 좋은 날이 훨씬 많았다.
다만 뇌가 그 행복을 '당연한 것'으로 분류해
쓰레기통에 버렸을 뿐이다.
오늘 당신이 겪은 그 짜증 나고 우울한 순간들은,
사실 조만간 찾아올
**커다란 행운을 위한 '액땜'**을 미리 몰아서 한걸지도 모른다.
우주는 공평해서,
오늘 당신이 잃어버린 운의 총량만큼 내일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분 좋은 선물을 준비해 둘 테니까.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