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공정 과정과 직원들의 모습
한국의 공장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공장의 분위기는 정말 자유롭다.
큰 음악을 틀어놓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손만 움직인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음악 소리와 기계 소리가 서로 싸우는듯하다.)
귀마개가 필요하다.
커다란 룸에 테이블들이 있고 직원은 많지만
의자는 직원수대로 있지 않다.
그래서 앉아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서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에 맞춰 몸도 흔들어댄다.
그 처음 보는 새로운 광경이 재미있다.
그들은 일하는 게 즐거운듯하다.
룸 안엔 네 파트가 있다.
첫 작업은
마리화나를 작은 통에 기계를 통해
대충 담아낸다.
한 통은 100개 정도의 필터가 있다.
다음 작업은
그 통을 테이블로 가져가서
스케일 (무게 재기) 작업을 한다.
각 필터의 양을
손님들이 원하는 오더의 규격에 맞게 담아야 한다.
마리화나 상품은 0.3g ~ 1.0g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세 번째 작업은
다음 테이블로 넘어가는데
스케일 한걸 가지고 가서
초의 심지를 만들듯이 꼬아서 심지를 만든다.
그리고 포장을 한다.
중간중간 품질 검사관이 와서 검사를 한다.
그 일을
하루 종일, 8시간. 일 년 365일을 한다.
일하는 분위기는 즐겁고
업무도 단순하지만
그 똑같은 일을 매일매일 하다 보니
6개월이 지나고나서부턴
가끔 신물이 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래된 직원들은 불만이 쌓인다.
힘든 일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름 경력이 쌓이면
자기들이 새로 시작한 직원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럼에도 똑같이 페이를 받는 것에
불만을 품는다.
그러나 회사는
페이를 올려줄 마음이 없다.
회사가 오래 일한 직원을
특별하게 대우해 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렵지도 않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을 한 사람이건 그날 들어온 사람이건
한 시간 정도 트레이닝을 마치면
솔직히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일한 직원들이
불만을 품고 나간다고 해도
회사는 아무렇지 않다.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오히려 오래 일한 사람들이 텃세를 부리거나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못살게 굴어서
팀워크가 깨지는 경우도 있고
오래 일해서 슈퍼바이저나 매니저와 친하게 되면
오히려 상사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기에
그들이 나가면 환영하는 분위기다.
처음엔 정말 머리를 하나도 안 쓰고
그런 쉬운 일을 하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직업이 많구나.
이런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버는구나. 싶었고
한편으론 충격이었다.
난 돈 버는 일은 무슨 일이든
힘들이고 머리 쓰고 땀 흘리고
스트레스받아 가면서
해야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부모님에게 어릴 때부터
'돈 버는 일은 쉬운 일이 없다.'
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나.)
나의 신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1편에서도 말했듯이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오늘은 내가 얼마나 초과한 목표량을 채울까?
기대도 되었다.
각 룸엔 직원수에 맞춰서
목표량이 아침마다 주어지는데
그들은 그걸 맞추기 위해 개미처럼 움직였다.
난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답게
손놀림도 빠르고 정확했다.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고
그 시끄럽고 정신이 없는 공정 과정 중에서
조용히 앉아 신속하고 정확하게 스케일링을 해내는 나를
슈퍼바이저와 매니저가 주목을 했고
끝나고 집에 올 때면 나를 따라와서
'You are amazing!'
하며 매일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상사의 눈에 든다는 건
다른 직원들의
시기, 질투 대상이 된다는 거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시기, 질투, 뒷말 등이 난무한다.
난 남들 뒷말하는데 끼기 싫어서
그냥 열심히 일만 했는데
사람들은 그런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고
내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작업을 했는지
카운트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내 작업량을
그들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자신들의 작업량을
비교하고 있었다.
난 그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그냥 그 일이 재밌었기에 하루 종일 말없이
한 것뿐이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남들과 경쟁하고 내가 저 사람보다
더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단 말인가.
정말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난 그냥
마리화나는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상품화가 되어 나오는지가
궁금해서 들어간 거였고
다른 목표는 없었다.
일이 재밌어서 맘 속으로
‘난 이런 단순 업무 체질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첨엔 솔직히 직원들 이름도 모르고
슈퍼바이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매니저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나의 눈엔 얼굴이 아주 검은 사람은 흑인,
얼굴이 브라운인 사람들은 그냥 인도인,
동양인인데 한국인은 아닌 사람은
필리피노. 이 정도로 판단되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마스크를 쓰고
눈만 똥그랗게 보였기에 사람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안면인식장애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