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공장 경험기. 3편

정직원이 되다.

by 아이리스 J

에이젼시를 통해서 들어간 지 2개월.

나는 이미 슈퍼바이저와 매니저에게

인정받는 직원이 되어있었다.

직원들도 모두 나를 알고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했지만

나는 솔직히 그들이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인도, 파키스탄인, 흑인들이 대부분인 회사.

그냥 얼굴을 보여줘도 헷갈리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내게 최대의 숙제였다.

그냥 볼 때마다 웃고 인사하며 그들의

이름을 눈치껏 외우느라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중 정직원을 뽑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다들 일한 지 7개월 이상이 된 직원들이고

1년이 지났어도 아직

정직원이 되지 못한 직원들이 많았기에

정직원 심사는 그들에게 최대의 관심거리였다.

직원들은 서로 삼삼오오 모여서

이번에 누가 정직원이 될 것인지

시간마다 수군거렸는데

나는 그냥 슈퍼바이저에게 직접 가서 물었다.

정직원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그렇게 직접 와서 얼굴을 대놓고 묻는 직원이 없었던지

첨에 슈퍼바이저는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일을 잘하는 걸 알고

매일 칭찬도 했지만

말없이 일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던 내가

대놓고 와서 정직원에 대해 물을 줄은 몰랐던 거 같다.

그러더니

회사 규정이 있고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뽑을 수 있는 직원수가 있다며

기다려보라고 했다.

(다들 나보다 훨씬 오래된 임시직 직원들이었고

100명 이상이던 임시직 중에서

정직원을 뽑는 것도

그들에겐 골치 아픈 일이었을 거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아직 3개월이 안되었다는 거였다.

잠시 뜸을 들이던 슈퍼바이저 말이

"너는 충분한 자격이 된다.

그러나 아직 3개월이 안되어서

지금 정직원 뽑는 기준에 못 미치니

3개월이 되는 날 나에게 알려달라"라고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3개월이 된 바로 그

나는 슈퍼바이저에게 이야기를 했고

바로 정직원 진행 절차에 들어가서

그렇게 정직원이 되어

혼자 직원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그로 인해 직원들 간에 수군거림으로 한동안 힘들었다.

자기들은 빨라야 8개월이 지난 후

정직원이 되었는데

왜 나는 3개월이 되자마자 된 건지를

의아해하며 뭔가 비리가 있다는 듯이 나를 경계했다.

때로는 나를 왕따를 시키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도 몰랐던 왕따를 나이가 든

어른이 되어서 겪다니...

인간의 민낯은 어느 나라, 어느 직장에서나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어른의 가면을 쓰고

아이보다 못한 시기심을 부리는 그들의 모습이,

내 눈에는 그저 인간의 지독한 본능처럼 보였을 뿐이다.

배움이 길다고 인격이 깊은 것도 아니고

가진 게 없다고 시기심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나 이곳 공장의 생산직이나,

타인의 성장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은

똑같은 주파수로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첨에 재미있던 일이

8개월쯤 되면서부터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기계처럼

하루 종일 똑같을 일을 반복한다는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담배처럼 만드는 과정인데 대부분 직원들은 필터 윗부분을 심지처럼 마는 작업을 한다. 필터안에 마리화나 양과 한개피의 길이가 중요하다. 위 마리화나는 불량품.

직원들은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있다가

(그나마 스케일 업무가 조금 고급(?) 업무였고

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매니저가 호명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다른 룸으로 가서 다른 일을 한다.

사람들은 지루한 일을 하다가

매니저가 호명을 하면

선택된 노예처럼

벌떡 일어나서 의기양양 매니저를 따라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부러운 눈초리로

나가는 사람을 바라본다.

내가 또 신기했던 것이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가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딱 멈추고 매니저가 호명하면

중간 정리 과정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왜 그러는 걸까?

난 정리하느라 꾸물거리다가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sticker sticker

다른 룸에서 하는 작업은 매일 있는 똑같은 일이 아닌

조금은 지루함이 덜한 업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치 뭔가 해방된 사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한다.

다른 일이란,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마리화나를 수거해서 파우치에 넣고

그 파우치 (일종의 과자 봉지)에 작은 라벨 (마리화나 상표)을 붙이는

별거 아니지만 중요한 업무였다.

그 라벨 하나가 35불이어서 한 장이라도

없어지면 큰일이 나는 업무였다.

작은 라벨 5천 장 중에 한 장이라도 없어지면

그걸 찾기 위해 온 방을 다 뒤지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마리화나를 담은 파우치를 카운트해서

박스에 넣고 박스를 쌓은 후 팔렛으로 실어 물건이 나가는 마지막

절차를 하는 일이었는데 그것이 사소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조만간 돈을 받을 수 있는

물건 마지막 절차였기 때문이다.


그럴 즈음,

매니저가 나를 불러서 '품질 검사 관리관'으로 일을 해보라고 했다.

일종의 승진이었다.

하지만 나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그렇게 그 회사에 열중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니저에겐 고마웠지만

그 제안을 거절했다.


조금씩 회사를 알아가면서

회사의 직원 관리 모습도 맘에 들지 않았고

대부분 인도 직원들이었는데

그들에게 휘둘리는 상사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별로 회사의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불량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저걸 커스터머에게

보냈을 때 과연 그들이 만족할까도 걱정되었다.

나는 '품질 관리 검사관'이라는 위치에서

양심상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물건들이 반품되어 오기 시작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도 아낌없이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현재 쓰고 있는 글들이 많이 분산되어서

이 글의 연재를 잠시 미루고,

지금 매거진으로 쓰고 있는

'당신에게 건네는 나의 서툰 철학' 이야기를

먼저 매듭지으려 합니다.

조만간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마리화나 공장 경험기.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