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실생 3년 된 수양 뽕나무를 마당에 들였다.
독특한 수형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 아이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렸다.
구불구불한 중심 가지 끝마다 가수 싸이의 '나. 완전히 새됐어!' 춤을 따라 하듯 팔을 늘어뜨린 모양이 참 독특하여 독립수로 어디에 놓아도 멋있을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은 구부러진 수형 때문인지 스스로 똑바로 서있을 수 없다는 것. 사장님은 2년만 지나면 중심 가지가 굵어져서 똑바로 설 수 있다며, 언능 가져가는 게 임자라고 하셨다. 홈쇼핑 매진을 볼 때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이 빨라진 나는 바로 "살게요!"를 외쳤다.
그렇게 해서, 작지도 않은 크기의 아이를 꾸역꾸역 SUV 차량에 넣어 한 시간 반 걸려 집으로 데리고 왔다. 물론 그 시간 내내 나는 뒷자리 구석에서 그 아이 상하지 않을까 최대한 몸을 작게 동그랗게 만채 숨만 겨우 쉬면서.
수양 뽕나무, 수령 7년 차이지만 지지대 없이는 혼자 서지 못한다.
우리 집에 와서 2년은커녕,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아이는 홀로 똑바로 서지 못한다. 가지마다 다닥한 잔가지, 그 잔가지 가득 찬 이파리, 봄이 지나자마자 가득가득 달리는 열매...... 겉으로 보이기에는 완벽했지만, 가지와 열매가 많아질수록 그 무게를 못 이겨 고꾸라지기 때문에 항상 지지대에 기대어 설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중국의 '전족'이 떠오른다.
전족한 여인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2019. 휴머니스트)
전족한 여인,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2019. 휴머니스트)에 표현된 것처럼, 전족한 여인은 몸에 비하여 지나치게 발이 작아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졌고, 걸을 때 심하게 뒤뚱거렸다. 천 년이나 계속된 중국 미인의 절대조건, 성인 여자 발 크기가 9cm 이하의 서 있기 조차 힘들 수밖에 없는 저 발을 만들기 위해 어린 여자아이에게 자행되는 그 학대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마당의 수양 뽕나무는 자연적으로 늘어지는 수형과 목대의 굴곡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운용 수양 뽕나무'라고도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수형이 어떤 종 특이적 현상인지, 자연스럽지 않은, 학대에 가까운 시간에 따른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자연 발아하여 잡초마냥 여기저기 나오는 어린 나무들은 저런 굴곡을 타고나지 못했음에 그 고통의 시간을 짐작할 뿐이다.
미의 기준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 다르다. 외모의 아름다움은 절대 불변의 기준이 아닌데, 세상은 점점 겉으로 보이는 찰나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내가 참 우습다. 나도 젊은 날을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그 시절을 잊고, 수양 뽕나무 수형에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나이 듦을 인정하자 나보다 화장품이 많은 딸을 이해해보려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다.
오늘도 나의 마당은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