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Jun 02. 2022

마당이 있는 삶, 수양 뽕나무

4년 전, 실생 3년 된 수양 뽕나무를 마당에 들였다.

독특한 수형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 아이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렸다.

구불구불한 중심 가지 끝마다 가수 싸이의 '나. 완전히 새됐어!' 춤을 따라 하듯 팔을 늘어뜨린 모양이 참 독특하여 독립수로 어디에 놓아도 멋있을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은 구부러진 수형 때문인지 스스로 똑바로 서있을 수 없다는 것. 사장님은 2년만 지나면 중심 가지가 굵어져서 똑바로 설 수 있다며, 언능 가져가는 게 임자라고 하셨다. 홈쇼핑 매진을 볼 때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이 빨라진 나는 바로 "살게요!"를 외쳤다.

그렇게 해서, 작지도 않은 크기의 아이를 꾸역꾸역 SUV 차량에 넣어 한 시간 반 걸려 집으로 데리고 왔다. 물론 그 시간 내내 나는 뒷자리 구석에서 그 아이 상하지 않을까 최대한 몸을 작게 동그랗게 만채  숨만 겨우 쉬면서.


수양 뽕나무, 수령 7년 차이지만 지지대 없이는 혼자 서지 못한다.



우리 집에 와서 2년은커녕,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아이는 홀로 똑바로 서지 못한다. 가지마다 다닥한 잔가지, 그 잔가지 가득 찬 이파리, 봄이 지나자마자 가득가득 달리는 열매...... 겉으로 보이기에는 완벽했지만, 가지와 열매가 많아질수록 그 무게를 못 이겨 고꾸라지기 때문에 항상 지지대에 기대어 설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중국의 '전족'이 떠오른다.




전족한 여인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2019. 휴머니스트)



전족한 여인,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2019. 휴머니스트)에 표현된 것처럼, 전족한 여인은 몸에 비하여 지나치게 발이 작아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졌고, 걸을 때 심하게 뒤뚱거렸다. 천 년이나 계속된 중국 미인의 절대조건, 성인 여자 발 크기가 9cm 이하의 서 있기 조차 힘들 수밖에 없는 저 발을 만들기 위해 어린 여자아이에게 자행되는 그 학대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마당의 수양 뽕나무는 자연적으로 늘어지는 수형과 목대의 굴곡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운용 수양 뽕나무'라고도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수형이 어떤 종 특이적 현상인지, 자연스럽지 않은, 학대에 가까운 시간에 따른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자연 발아하여 잡초마냥 여기저기 나오는 어린 나무들은 저런 굴곡을 타고나지 못했음에 그 고통의 시간을 짐작할 뿐이다.


미의 기준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 다르다. 외모의 아름다움은 절대 불변의 기준이 아닌데, 세상은 점점 겉으로 보이는 찰나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내가 참 우습다. 나도 젊은 날을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그 시절잊고, 수양 뽕나무 수형에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나이 듦을 인정하자 나보다 화장품이 많은 딸을 이해해보려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다.  


오늘도 나의 마당은 평화롭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당이 있는 삶, 장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