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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Jun 14. 2022

끌림

지난 한 주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검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주말에 검도장에 다녀오면 며칠을 근육통으로 고생하다가 괜찮아질 때쯤 다시 검도장에 가게 되는데, 근육통을 동반한 월요일의 휴일은 누워서 쉬어야 한다는 충분한 명분이 되었고, 월요일을 그렇게 시작하자 또 다른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인지라, 나태한 날들이 연속될수록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도 한번 시작된 무기력은 '왜 나는 마음껏 쉬지도 못하는데!'라는 반발심을 일으켜 내 안의 불편함을 눌러버리고만 싶었다. 나의 감정과 또 다른 나의 감정이 싸워대는 꼴이라니.......


요즘은 유화와 오일 파스텔을 섞어 쓰는 기법을 배우는 중인데, 유화가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놀 수 없어 두 작품을 한꺼번에 그리게 되었다. 먼저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작품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이고, 유화 마르길 기다리느라 시작한 그림은 이전의 그리던 그림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두 작품을 같이 그리다 보니 두 번 째 작품에 마음이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란 여자는 이런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가 보다 싶은데,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되면 적응이 될 때까지  어찌나 몰입하는지. 몰입에 중독된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그림에 신경 쓰느라, 첫 번째 작품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요."라는 미술학원 선생님의 지적에 뜨끔했지만, 끌리는 것을 어찌하랴.......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끌리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니..... 나, 어쩌면 편애하는 엄마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내 아이가 외동인 게 다행인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을 뒤로하고, 내 인생에 끌려야 할 것과 끌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불나방처럼 끌리지 말아야 할 것에 뛰어들고 있지는 않는지, 끌리지 말아야 할 사람에 끌리지는 않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며 나를 책임지는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다. 


그림은 Pinterest에서 David Sierra Liston과 We Heart It의 그림을 참고하였다. 



지난번과 비슷한 느낌의 동화 일러스트 (feat. David Sierra Liston @Pinterest)


따뜻한 느낌이 너무 좋아 마음이 끌린 그림 (feat. We Heart It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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