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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Apr 27. 2022

울림의 미학, 스틸텅드럼

스틸텅드럼, 손가락에 끼우는 칼렛이나 스틱으로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


스틸텅드럼은 스틱이나 손가락에 끼우는 칼렛을 가지고 두드려서 소리 내는 타악기의 일종으로, 단단한 나무에 구멍을 내어서 막대기로 두드리는 슬릿 드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악기를 구매한 이유는 몽환적인 음색이 매력적이라서 명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명상은 해야겠다는 의지만 있습니다만, 아무튼.


가볍지 않은 청아한 소리의 울림이 주는 안정감이 있어, 한 음 한 음 두드려 그 울림과 잔향을 듣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치료를 위하여 음악치료사들이 이 악기를 사용한다고도 한다. 천천히 가볍게 칠수록 그 몽환적인 울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나는 얼리어답터(?) 답게 좀 일찍 접한 편이라 큰 사이즈의 스틸텅드럼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이즈의 스틸텅드럼을 판매하고 있으며, 사이즈가 작을수록 청아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스틸텅드럼은 혼자서 배우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은데, 보를 볼 줄 몰라도 위치만 알면 칠 수 있도록 악보가 숫자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숫자 1은 오선지 악보의 도를 나타내며, 2는 레, 3은 미를 의미한다. 숫자를 읽을 수 있다면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고자 한다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스틱을 가지고 치는 실로폰과 비슷하지만, 실로폰과 달리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연속적으로 놓여지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 



숫자 악보를 사용하여,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만, 소리의 울림을 느끼기 위해 연주하는 악기다 보니 천천히 가볍게 튕길수록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에, 소리를 칠 때의 세기와 소리 사이의 인터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다음 음을 간섭하지 않으면서, 내 박자를 지키면서, 그러면서도 충분히 그 음이 주는 공기의 여운까지 느껴야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쉽지만, 알수록 심오하고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연주하다 보면 쉽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특별하게 강하게 칠 이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음을 비슷한 세기로 쳐 주어야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악보의 숫자 배열도 순서대로가 아니지만, 스틸텅드럼이라는 악기가 소리를 내는 위치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조화롭게 살아가야하는 인간관계만큼이나 어려운 얘기이다.  누구나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오래도록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를 지키면서, 상대를 간섭하지 않으면서, 그 관계가 갖는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악기 자체가 주는 소리나, 그 마지막까지 미세하게 울리는 떨림이 주는 영롱함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많다거나, 성격이 급하다거나 하면 지루할 수 있는 악기임이 분명하다. (마지막까지 울리는 파동을 느끼며 힐링해야 하는 악기를 사놓고 지루하다고 얘기하는 내가 참 그렇다.) 

실력이 쌓이다 보면 화음도 넣을 수 있게 되지만, 배우는 과정 자체가 단조롭기도 하고, 실력 향상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샾이나 플랫의 음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조가 다른 스틸텅드럼이 추가로 필요해서, 하나의 악기로는 다장조 곡만  연주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칼림바와 비슷한데, 칼림바보다 휴대성은 떨어진다.)

그래도 스틸텅드럼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그냥 내 변명같이 느껴지니, 이건 더 연습해보고 말해야겠다. 


청음이 발달한 나는 들으면 연주할 수 있는 고마운 귀를 가지고 있어서, 웬만해선 악보를 구매하지 않지만 (사실 듣는 귀가 발달해서 악보 보는 눈은 좀 약하다.) 이번 기회를 빌어 덜 단조로운, 화음이 들어간 악보를 구매해봐야겠다. 

그리고 잠깐 눈을 감고 명상할 때라도, 한음 한음 떨림이 주는 아름다움을 자주 느껴봐야겠다.


온라인 상에 스틸텅드럼 배우기 과정들도 있고, 이 악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 같은 곳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잘하는 연주자의 연주도 꼭 들어보시길!



잘하는 연주는 아니지만, 소리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있는 악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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